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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사녀ㅣ이혜진OT Aug 18. 2019

살기 위해 관리하는 피부(에스테틱)

침상 환자의 에스테틱

살기 위해 관리하는 피부?

피부 관리를 하지 않으면 죽기라도 한단 말인 건가?


  그렇다. 죽을 수도 있기에, 그만큼 애지중지 보살펴야 하는 부분이다. 삶과 죽음이란 단어가 나오니, 살벌한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실로 이번 주제는 살벌한 주제다.


욕창은, 침상 환자들에게는 악마 같은 존재이다.


  욕창에 대한 지식은 네이버의 지식백과 등 검색창에 욕창이라고 치면, 많은 정보들을 볼 수 있다.

https://m.terms.naver.com/entry.nhn?docId=2119851&cid=51004&categoryId=51004

  그렇기 때문에, 이 글에서 크게 욕창에 세부 내용까지는 언급하지는 않을 것이다.


  욕창이란?  한 자세로 앉아 있거나, 누워 있을 때 신체 부위에 지속적인 압력이 가해지고, 그 부위에 순환 장애(혈액 순환 장애) 등으로 피하조직의 손상 및 궤양이 유발된 상태.


  그러니깐, 더 쉽게 말해 계속 같은 자세를 하고 있으면, 압력이 가해진 부분에 피부가 썩는다는 것이다. 구글 이미지 등 욕창을 검색하면 적나라하게 썩은 피부의 이미지들을 볼 수 있다.


  재활에서 침상 환자들의 재활 목적은, 현 상태를 최적의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다. 기능 증진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누워있는 환자에게 더 이상의 기능 저하는 막으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악마 같은 욕창은 번 생겼다 하면 걷잡을 수 없을뿐더러, 환자의 삶의 질을 최악으로 바닥까지 떨어트리게 된다.


  에스테틱이라 하면 피부 미용 전문가가 마사지나 마스크 팩 등 얼굴을 중심으로 아름다운 피부를 유지하기 위해 피부과 및 마사지실에서 관리를 받는 이다.


  우리 집에는 바로 아빠의 에스테틱 피부 미용 전문가가 있었다. 병원비 대기도 힘들어 빠르게 퇴원도 했는데, 피부 미용 전문가라고?

우리 집 피부 미용 전문가 = 이옥희 여사님(엄마)


  침상 환자들에게 세안 및 목욕은 일상생활 활동 중 제일 어려운 부분이며, 많은 에너지를 쏟게 하는 활동이다. 그렇다고 씻기지 않을 수 없기에 세안의 경우는 매일 수행해야 하는 활동 중에도 하나이다.


  여자의 경우 긴 헤어를 가진 분이면, 침상 환자가 되었을 때 그 긴 헤어부터 정리한다. 남자의 경우에는  매일 정리하지만 엄청난 빠른 속도로 자라는 헤어가 있으니 수염이다.


  아니 맨날 누워만 있고, 제대로 먹는 것도 없이 하는 것도 없는데 이 놈의 수염은 왜 이리도 빨리 자라는지 신기하다. 또한, 얼굴의 기름은 왜 이리도 많으며, 또 이놈의 각질들은 왜 이리도 많은지 못 봐줄 지경이다. 깨끗이 씻고, 오일을 바르고 해도 생기는 각질, 안 그래도 많은 기름과 오일로 인해 더 생기는 기름...

 

  환자마다 개인 차이는 있다. 피부 타입에 따라 얼굴에 기름이 없는 환자들도 있. 아빠는 기름이 많아 관리를 소홀히 하면, 금세 지루성 피부염처럼 코 옆과 입 주변으로 피부염증 등이 생겨났다.


  그래서 우리 집 피부 미용 전문가인 엄마는 아빠의 머리를 말 그대로 빡빡 밀었다. 그냥 면도기로 아빠의 머리카락 1mm도 용납치 않았다. 수염도 봐줄 순 없지. 그렇게 3일에 1번 목욕을 할 때마다, 빡빡 밀린 아빠의 머린 반짝반짝 빛이 났다.


증거사진 나갑니다.


1mm의 헤어도 용납치 않았던 아빠

  이 사진 찍고 한참을 웃었었는데... 9년 전 2012년 8월 8일이네요. 아빠와 너무 닮은 딸이죠?


  3일에 1번, 여름에는 2일에 1번 아빠의 피부 미용 전문가는 얼굴만이 아닌 몸까지 관리한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환자분들은 얼굴이며, 몸에는 각질이 많이 생긴다. 건조해서 그럴 테지만, 엄마는 로션으로는 안되는지, 목욕 시 매번 이태리타월로 아빠의 온몸을 구석구석 문질렀다.


영감. 시원체?
아고 마 속이 시원타.
가만 좀 있어 봐라. 여기 하고. 끝낼게.

할배~~ 영감~~ 재봉아~~ 엄마의 기분 따라 달리 불리었던, 아빠의 애칭들다.


  불편한 몸으로 목욕의자에 기댄 채, 목욕을 하니 많이 불편하셨을 거다. 마는 본인이 시원한 마냥 아빠의 몸을 그렇게 정성스레 관리했다.


  목욕을 하고 나면, 축축한 피부 상태에 옷을 바로 입히게 되면 그 또한 욕창의 위험요인이다. 엄마는 아빠를 항상 휠체어에 태워 온 몸을 자연바람으로 말린 후, 로션을 바르고 마무리를 했다. 이 모든 엄마의 관리는 아빠의 욕창을 예방할 수 있었던 행동이다.


  욕창의 예방법으로 기본 2시간 체위변경 및 욕창예방 매트리스 및 방석 등 다양한 예방법이 있지만, 우리도 물론 이 모든 용품들을 사용하였다.


제일 좋은 활동은, 제일 좋은 예방법은 목욕이다.

목욕 또는 샤워

목욕 또는 샤워


  혈액순환 장애로 인해 생기는 욕창이니, 혈액순환이 잘 되게끔 해주는 게 우선인데, 나의 경험상 침상 환자의 혈액순환은 목욕만 한 것이 없다.


  이처럼, 확신하는 이유는 아빠는 집에서 있을 때, 그러니깐 일주일 2-3번 목욕을 할 때는 욕창이 생긴 적이 한 번도 없다. 실제로 다른 보호자 분들이나 병원 관계자 등, 많은 분들이 아빠의 피부를 보면서 어떻게 이렇게 곱게 관리가 되냐고 물으시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이 악마 같은 욕창은 아빠에게도 자주 찾아왔다. 욕창이 생긴 적이 없다고 금방 말했지만, 집에서는 생긴 적이 없다는 것이다.


  집과 병원이 아니면 갈 때가 없는 사람이니, 아빠는 병원만 가면 욕창으로 고생을 했다. 그러니깐 다른 병으로 입원을 해서 그 병이 나을 때쯤 되면 욕창이 생기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리고, 더 아이러니한 것은 아빠는 한번 아프기 시작하면 중환자실에 자주 들어가셨는데, 특히, 중환자실에서 그렇게 극진한 간호를 받으면서도 일주일도 채 안돼서 욕창이 등에서부터 엉덩이까지 생기는 것이다.


  그러면 엄마와 나는 거의 국가 프로젝트 급으로 욕창관리를 하기 시작한다. 이 사례를 봐도, 욕창에 제일 좋은 예방은 목욕이다. 이 전에, 보호자의 삶이 중요하며, 보호자가 행복해야 하고 환자도 가족보다 간병인이 돌봐주는 것을 원한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기약 없는 긴 간병을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요양병원 등 기관에 손에 맡기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그래 기관에서 더 좋은 관리를 받을 수도 있지만, 보통 목욕의 경우에는 나는 보호자가 직접 하기를 권한다.


  아직까지 시설에서의 요양 스킬이 좋다고 할지라도, 인력부족이나 시간 부족 등의 이유로 목욕까지 완벽히 수행하는 병원이나 기관은 드물다.


  특히, 목욕은 나체의 몸을 맡겨야 하는 과정이라 환자들의 수치감이나 느끼는 감정들을 무시할 수 없다.


  실제 좋은 요양보호사 분들이 존재할 수도 있지만 제대로 된 목욕과 욕창을 예방하려면 이 부분은 매의 눈으로 보호자가 관찰하거나, 목욕은 보호자가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직접 시행하는 것이 맞다.


  또한, 몸의 겨드랑이 등 접히는 부위가 습하다고 베이비파우더 등을 바를 때도 있는데, 이것은 절대 하지 않아야 한다. 침상 환자들에게는 이 베이비파우더의 작은 입자가 욕창을 유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작은 상처로 인해 욕창은 쉽게 생길 수도 있고, 외부 피부에서는 표가 안 나지만, 피부 안쪽에서부터 썩어 들어가는 욕창도 있다. 끌림으로 인해 생기는 마찰로도 욕창은 발생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내 가족을 여러 가지 이유로 기관에 맡겼다 하더라도, 목욕은 직접 가족이 하는 것을 권장한다. 요양병원에는 샤워실도 구비되어있고 침상에 누워서 할 수 도 있기에, 집에서 목욕을 하는 것보다는 훨씬 쉬운 환경이다.


  이처럼, 목욕 활동은 욕창예방에 실제 중요한 활동이며 그 무엇보다 더 의미 있는 활동이다.


 어릴 적 아빠가 나에게 했었던 것처럼, 나도 아빠의 목욕을 엄마와 함께 했으며, 구석구석 정성스레 아빠를  닦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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