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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사녀ㅣ이혜진OT Oct 17. 2019

다시 태어난다면...

난 너로 태어나고 싶다.  

  최근 지인과 커피 한잔 하면서 재미있게 들은 문장이 있다.

흔히, 타인의 삶이 부럽거나 좋아 보일 때 하는 말일 수 있다. 나도 꽤 자주 하는 표현이기도 한데,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할 뿐 속으로 팔자 좋은 소리 하고 있네. 나는 나중에 시 태어난다면, 딱 너로 태어나고 싶은데.... 라며 되새김했던 적이 있다.


  나의 지인은, "내가 다시 태어난다면... 난 너로 태어나고 싶다."라는 표현을 다소 재미있게 표현을 했다. 지인은 남편과 오고 가며 대화하던 중, 남편에게

나는 다시 태어난다면... 김말자 남편으로 태어나고 싶다.


  김말자는 지인의 가명이다. 그러니, 남편에게 너로 태어나고 싶다는 말보다 본인의 남편으로 태어나고 싶다고 한 것이다. 그 말을 듣자마자, 지인의 유머에 웃음이 먼저 났다. 그러면서 이 말이 얼마나 진심을 다해 남편에게 전했는지 느껴졌다.  


  한참을 그렇게 웃은 후, 나는 다시 태어난다면... 이혜진 남편으로 태어나고 싶을까? 나에게 다시 물었다.

나의 답은 노다. NO!!

나의 답은 노다. NO!!


  썩 그렇게 나쁜 건 아니지만, 이혜진 남편으로는 아닌 것 같다. 그러면서, 괜히 나의 남편이 조금은 측은해 보이기도 하고, 잘해줘야겠다는 마음을 가졌다. 같은 뜻을 가진 말인 것 같지만, 다시 태어난다면 너로 태어나고 싶다와, 나의 남편으로 태어나고 싶다는 말은 매우 다른 뜻을 가진다.


  어느 날, 나도 남편이 괜히 밉고, 꼴도 보기 싫을 때가 올 것이다. 그때마다, 나는 이 문장을 되새겨 보려 한다. 이혜진 남편으로 태어나고 싶은지? 먼저 묻고, 나의 마음에 여유를 줄 수 있는 그런 공간을 제공하고자 한다.


  나는 다른 사람의 처지에서 생각하라는 뜻을 항상 마음에 새겨두고 실행하고자 노력하는 편이다. 역지사지.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남편에게는 그 역지사지를 실행하기 어렵다. 항상 나의 남편은 신체 건강해야 하며, 내 마음을 이해하고, 생각해줘야 하는 사람이다. 그렇지 못할 때면, 미워지고 화가 난다. 이제 미워지고 화가 날 때마다 나의 남편으로 태어나고 싶은지 먼저 물어봐야겠다.     

 

역지사지

  역지사지의 내용을 이렇게, 재치 있게 표현해준 나의 지인께 엄지 척을 보냅니다.

엄지 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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