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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사녀ㅣ이혜진OT Oct 20. 2019

고요 속의 외침

침묵도 대답

 무엇을 물어봤을 때, 대답이 없으면 침묵도 사실 대답입니다.  -혜민스님-

  7년 전 혜민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란 책에서 보았다. 이 외에도 주옥같은 글과 명언들이 많았지만, 남녀 사이에 또 이만큼 실천하기 좋은 글이 있을까 싶다.


  프롤로그에서도 말했듯이, 우리 부부는 연애와 결혼기간 동안 싸워본 적이 없다. 그게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서로 침묵을 대답으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평범한 남녀가 만나 자녀를 키우면서 산다는 것은 우리네 인생에서는 지극히 평범한 삶의 시나리오다. 나도 나의 시나리오에 맞게 남편을 만나 그 시나리오를 함께 쓰고, 수정하며 살아간다.


남편을 만나 그 시나리오를 함께 쓰고, 수정하며 살아간다.

  모든 일에서 남편과 마음이 착착 맞아떨어지고 같은 생각을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지만 우리도 결코 그렇게 같은 생각을 가지진 못한다. 생물학적으로도 너는 남자, 나는 여자. 달라도 너무 다르다. 그래도 우리 집 남자는 여성향이 강한 나름 감성적인 남자다. 그러 7년 차 결혼생활을 하면서 그 감성은 어디로 갔나 알 수 없다.


  우리 부부도 평범한 부부이기에 상반되는 의견이 있거나, 사건이 있는 날은 자기주장을 솔직하게 표현한다. 나는 보통의 사람들보다 높은 자존감과 강한 자존심을 가진 여자이다. 남편도 뒤지지 않을 만큼 높은 자존감과 강 자존심을 가진 남자이다. 그러다 보니, 대화를 하다 보면 다른 부분들이 많이 생기기도 하고, 그 다른 부분들로 인해 너는 무슨 생각으로 이랬니? 저랬니? 묻고 따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사건들은 더 발전하지 못하고, 늘어지지 않는다. 그냥 이랬니? 저랬니? 자신의 주장만 말하고 끝이 난다.

 

  바로 상대방의 대답을 강요하지 않는다.


  우리 부부의 대화에서는 상대방이 할 말이 있어 말을 하게 되면 듣고, 거기에 대해 반론을 하거나 수긍한다. 상대방의 말을 듣고도 침묵으로 대답을 할 때가 있는데 그땐, 절대 대답을 강요하지 않는다.  이 침묵의 대답은 나는 반대로 고요 속의 외침이라 말하고 싶다.


  사실, 이 침묵은 내가 제일 많이 사용하는 대화의 기술이다. 자존감 높고, 자존심 강한 여자는 특히 내 남편에게 나의 잘못을 인정하기가 너무 어렵다. 그렇다 보니, 침묵하지 않고 잘못을 인정하기 어려워 내가 이 말 저 말하다 보면 아무말이 나올 것이고, 결국 남편에게 상처가 되는 말까지 뱉게 될 것이다.


  나의 침묵는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너의 말에 다 인정한다.

  네가 옳다.

  그래그래.

  우선 내가 생각해볼게.

  결론은, 미안하다.


  반대의 경우에도 그렇다. 내가 불만을 토로했을 때, 남편은 곧 침묵하는 경우가 있다. 나에게도 그러했듯이 나도 그 침묵을 내가 생각하는 고요 속의 외침으로 생각하며 지나간다. 그래서, 남편의 답을 듣지 못하더라도, 속앓이 하지 않 되고 오히려 편하다. 내 할 말은 했으니... 그 다음 마음의 숙제는 남편의 차례이다.


고요속의 외침


  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다라는 말이 있지 않는가. 나의 개떡 같은 침묵을 찰떡같이 알아듣는 내 남편. 오늘도 감사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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