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울증이 생기고,
내 삶에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
솔직히 말하면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
오히려 시원섭섭한 기분이 들었으니까.
"아 , 그래서 내 기분이 이랬구나"하고 나를 더 잘 알게 된 듯 개운했다.
다만 매일 챙겨야 하는 약과 사람들의 시선이 지레 겁먹었을 뿐이다.
주변인들에게는 그냥 우울증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조울증이라고 해봐야 뭔가 무거운 것만 같고
사람들의 어쩔 줄 몰라하는 반응을 지켜보자니 스스로 너무 괴로웠다. 그래서 우울증이라고 하려 했다.
하지만 우울증이 이미 많이 알려진 병이라 그런지
"그저 마음의 병이다, 그거 나도 걸려봤는데 다 이길 수 있다"
라는 가벼운 반응들이 돌아올까 봐 무서웠다. 그래서 몇몇 사람들에게만 조울증임을 밝혔다.
사실 단순 우울증이라고 해도 아무도 그런 말을 하지 않았을 테지만 내 마음속에는
"내 병이 우울증보다 더 심각해"
라는 자기 연민이 숨어있었다.
조울증 이후 내 안에 새로 생긴 건 자기 연민이었다. 세상에서 내가 제일 불행한 사람처럼 내가 가진 병이
더 심각하고 특별한 것처럼 느껴졌다. 훈장도 아닌데, 마치 방어기제처럼 스스로를 특별 취급하고 있었다.
브런치에 글을 연재할 때도 은근히 내가 제일 힘들었다는 어필이 튀어나오곤 했다.
불행하게도 나는 이런 사실을 최근에야 알아차렸다.
즉 지난 1년 동안 끝없는 자기 연민 속에서 아무도 나를 구할 수 없다고 나만큼 힘들 순 없다며 단정지은채 살아온 것이다. 내가 가진 불안과 우울을 가까운 사람들에게도 털어놓지 못했고,
그 억눌린 감정들은 한순간에 튀어올라 스스로를 더 괴롭게 만들었다.
그렇게 스스로를 몇 번이고 괴롭게 만들다 보니 깨달은 딱 한 가지.
내 감정을 조금은 주변에 공유해도 된다는 사실.
그래서 하나 둘 시도해보려 하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다.
본래 우울은 전염력이 강하다고 생각했다. 나 역시 전염된 사람이니 내 주변만큼은 우울하지 않은 감정 그대로를 지켜주고 싶었다. 그런데 이 생각조차 자기 연민이겠지?
그래서 용기 내어 친구들에게 울며 이래서 힘들었고 저래서 힘들었고.. 를 주저리주저리 털어놓다 보면 정신이 번쩍 든다.
"나 또 자기 연민에 빠졌구나"
친구들도 내가 모르는 우울한 감정이 있을 텐데, 내 감정에까지 빠지게 할 수 없다는 그런 자기반성까지.
조울증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주변 사람들의 동정심을 받을 거라곤 예상했다. 그런데 정작 나 스스로도 나를 동정하게 될 줄은 몰랐다. 고쳐보려 하고 느끼지 않으려 애써봤는데도 자기 연민이 생겨버린다.
이 불행한 자기 연민을 막을 방법은 어디에서도 공유해주지 않으니 나 스스로 깨닫는 수밖에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