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동에 입원하면 어떻게 되냐면요

조울증 일기

by 정헴

결국 입원했다.

지난번에 입원했던 경험이 있어 이번에도 2주면 되겠지 하고 회사에 병가 휴가를 부탁했다.

회사에서는 내 상황을 대충 알고 있어서 별달리 설명할 내용은 없었지만,

이번이 세 번째라 눈치가 보이긴 했다.

그래도 '더 심해져서 퇴사하는 것보다 낫겠지' 싶은 마음으로 들어갔다.





원래는 혼자 입원할 뻔했지만, 남편이 회사에 잘 말한 덕에 내 입원 수속을 도와주었다.

2주면 금방 나올 것을 알면서도, 서로 쳐다보면 눈물이 나올 것 같아 애써 시선을 피했다.

"잘 치료받고 와." 그렁그렁 맺혀 있는 남편의 눈을 보니까 나도 왈칵 눈물이 날 것 같아 뒤돌아보지 않고

병동 안으로 들어갔다. 남편은 내 뒷모습이 씩씩했다고 했다.

남들이 보면 고작 2주 가지고 오버한다고 할 수 있겠지만, 우리는 이제 겨우 결혼 6개월 된 신혼이다.

그리고 옆에서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제일 잘 아는 사람이라,

내가 입원하는 모습이 더 안쓰러워 보였을 테지.




익숙한 병동에 다시 들어가 보니 2년 전에 입원했을 때와 다를 건 없었다.

다른 게 있다면 병실 위치 정도? 내가 가져온 모든 짐을 검사당하는 동안,

나는 주변을 살펴봤다. 내가 들어옴과 동시에 퇴원하는 사람이 있더라. 벌써부터 부러웠다.




병동에 입원하다 보면 '저 사람은 왜 들어왔을까' 궁금한 마음도 들지만,

암묵적으로 무슨 질병 때문에 들어왔는지 잘 안 묻는 분위기 같은 것이 있다.

(물론 나만 느꼈을 수도 있다.) 그래서 전문의 이름을 보고 대충 예상할 뿐이다.




짐 검사를 모두 당하는 동안 나는 병원복으로 갈아입었는데,

병원복을 입자마자 기분이 급 가라앉았다. 진짜 내가 '환자'가 된 느낌.

진짜 환자가 맞는데, 환자가 된 느낌을 받는 것조차 뭔가 되게 모순적이라고 생각했다.

옷을 갈아입자마자 느껴지는, 당신들보다 어려 보이는 내가 뭐가 힘들어서 왜 들어왔을까 궁금해하는

눈빛들을 애써 무시하고 침대에 걸터앉아 허공을 바라보며 멍 때렸다.

그래도 보호병동보다 낫다고 백 번쯤 생각하면서 아무것도 없는 핸드폰만 바라봤다.




간단한 병실 규칙을 알려주며, 간호사는 자의 입원이니 환자 본인이 원할 때 퇴원이 가능함을 알려주었다.

'그럼... 지금 당장도 퇴원이 되나요...'를 마음속으로 물어보면서 한숨을 쉬어봤다.

하루 이틀은 잠시 어디 여행을 온 기분이었다.

그냥 배경만 병원인 거지, 잠깐 밖에서 잠을 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고 나니 나가지 못하는 내가 조금 한심해졌다.

'뭐가 그렇게 힘들고 어려워서 여기까지 오게 만들었니' 스스로에게 물으면서 자책했다.





회사에 병가를 내고 온 것도 후회하면서 차라리 출근이라도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도 그럴 것이, 내 병가 처리에 대해서 어떻게 진행할지 연락을 주기로 했는데 2주 내내 연락이 없었다.

좋은 뜻인지 나쁜 뜻인지 알 수 없었고, 적어도 본인 일 처리가 늦어져

잔뜩 심통 나 있을 대표를 생각하니 더 마음 편할 구석이 없었다.





회사 때문에 골치는 아프지, 약이 당장 효과가 있는지는 모르겠지.

차라리 퇴사하는 게 내 병세가 더 빠르게 나아질 거라는 생각에 입원 자리가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남편은 이번 입원으로 좀 더 나아진 나를 기대하며 버티겠다고 했는데,

그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퇴원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하루는 너무 불안해 미칠 것 같았다.





너무 불안한 마음을 약으로라도 달래 보려 간호사실에 가서 불안약을 달라고 말하자,

두 눈에서 눈물이 투둑 떨어졌다. 황급히 나를 달래러 나온 간호사를 보며 엉엉 목놓아 울었고,

급히 안정실에 들어가 혼자 있겠냐는 간호사 말에 고개만 끄덕이고는 한참을 울었다.

이 모든 기록이 차트에 남아 내가 울보라는 사실을 모두가 알 것이다.




기분이 좋아지는 약까지는 바라지도 않았다.

그냥 내가 가진 그 불안과 우울을 이번 기회에 없애고 싶었다.

담당 교수님이 말했다. 내가 생각한 것보다 나는 더 심한 감정 기복을 겪었을 것이라고.

그 기복을 없애주겠다 했다.

그래서 나는 말했다. "그럼 제가 기분 안정이 되었다는 건 어떻게 느껴요?"

교수님이 웃으며 말했다. "그건 다 지나고 보면 자연스럽게 느끼게 될 거예요"



너무 뜬구름 잡기 같은 말이라 어벙벙했다. 나중에 지나면 알게 된다니, 난 지금 당장 기분이 좋아지는 약을 찾고 있는데 지금처럼 아무런 변화가 없으면 안 되는데... 나는 회사에서 주는 눈치만으로도 벅찬데.




주치의는 보호자인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옆에서 지켜본 나는 어땠는지 물어보며

새로 투약해 보려는 약 클로자핀에 대해 말해줬다고 했다.

백혈구 수치 감소가 제일 큰 부작용인 만큼 외래에서는 처방해 줄 수 없어 입원을 권유했다고.

남편이 주치의에게 "조울증에서 클로자핀을 쓰는 게 최후로 쓰는 거라고 하던데 괜찮은 게 맞냐"라고

물었다고 한다. 주치의는 "아직 쓸 수 있는 용량이 많이 남았으니까 걱정 말라"라고 했다.




용량이 많이 남았고 적고는 상관이 없다. 그냥 내가 그 약을 쓸 지경까지 간 게 스스로가 미웠다.

'너는 옆에 남편도 있는 게 뭐가 그렇게 힘드니, 네가 기력을 내서 잘 살아보려고 해야지' 하는

사람들의 말을 들으면서 무슨 말을 저렇게 하냐 싶다가도,

언젠가부터 나 스스로도 나를 그렇게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아 더 힘들었다.




그렇지만 나에게는 아직도 안정적인 때가 오지 않았는지,

퇴원한 지 일주일이 된 지금 입원하기 전만큼 더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같다.

회사에 다시 복귀하다 보니 괜히 받는 눈치와 주눅 든 기분에 불안약을 시도 때도 없이 찾았어야만 했고,

불안약에 기분은 자꾸 가라앉아 당장이라도 기분 좋아지는 약이라도 찾아서 먹고 싶을 지경이었다.

아무도 나에게 뭐라 하지 않았지만 스스로 작아지는 느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병원에 입원하지 말고 그냥 버틸걸.




교수님 말처럼 내가 버텨온 시간들 속에 '안정적이라는 구름'을 지나왔을까?

구름 속처럼 하얀 안개를 지나오는 것처럼 안정감을 느끼고 있는 중이라는 걸 모르는 걸까.

차차 나아질 거라는 교수님의 말을 이해하는 때가 올까. 모두의 바람처럼 점차 나아지는 내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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