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두 번째 기록

by 흰여울



중학생이 된 후 처음으로 친구가 울면서 나에게 분노, 짜증, 울분 이런 감정들을 직접 쏟아내 어쩔 줄 몰라했던 적이 있다. 그때 다른 친구가 나보고 눈치는 약간 없었지만 내가 크게 잘못한 일은 아니다, 라 말해준 기억이 있다. 아직도 그때의 상황이 선명하게 떠오르는 것을 보면 인상적인 사건은 맞나 보다. 그 이후로도 누군가와 크게 싸운 적은 없으니 말이다. 그 친구와는 결과적으로 서로 소원해져서 흐지부지 연이 끊겼다. 고등학생 때였나 우연히 시내에서 마주쳐 잠깐 인사를 나눈 것이 마지막이었다.


즐거웠던 이야기를 꺼내보자면 나는 쉬는 시간, 점심시간 틈틈이 어쩌다 책으로 친구와 도서관에 내려가 사서 선생님과 자주 담소를 나눴다. 책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아니었고 그냥 잡다한 얘기였다. 연애 이야기, 좋아하는 가수 이야기, 운동 이야기 등등. 나는 신화를 좋아했는데 그런 나를 신기하다는 듯 쳐다봤었다. 그러다 종이 울리기 시작하면 학교 종이 생각보다 상당히 길었기 때문에 끝나기 전까지 반으로 전속력으로 달려 올라가는 것도 재밌었다.


주말에는 토요방과후수업을 같이 들었다. 국어나 수학 등 교과목에 관한 보충 수업이 아니라 악기를 배우는 수업이었다. 플룻, 기타, 바이올린 수업이 있었다. 그중에서 나는 플룻을 배우는 것을 선택했다. 악기는 학교에서 제공을 해줬었는데 선생님의 '플룻 50만원짜리야~'라는 소리를 듣고 놀랐던 기억이 있다. 이런 시골 학교에 이런 악기가 존재했다고? 하면서 말이다. 플룻을 직접 불면서 플룻의 소리가 그렇게 청량한 지 처음 알게 되었다. 정말 곱고 청량하고 아름다워서 이렇게 플룻에 빠지는구나 생각이 들었다. 중학교 다니는 3년 동안 꾸준히 수업을 들었다.

보면대가 넘어가 쓰러질 정도로 바람이 많이 부는 날 동네 산 축제에서 연주해보기도 했고, 추운 날 그보다 더 차가운 플룻을 품에서 녹이며 학교 축제에 오른 적도 있다. 특히 동네축제 때는 악보를 파일에 거꾸로 넣은 실수를 저질러서 악보가 존재하지만 보지 못하는 상태로 기억에 의존하며 연주했었다. 틀리지 않아서 다행이었지만 같은 악보를 보던 선배와 웃으며 악보에 대한 얘기를 나누었다.


바이올린도 후에 잠깐 배웠었는데 플룻을 연주할 때도 아팠던 왼쪽 어깨가 바이올린도 같은 어깨를 쓰면서 악기를 오래 들지 못했다. 어깨에 힘을 많이 줘서 그런 것 같다, 힘을 빼라는 얘기를 들었지만 마음대로 되진 않았다. 게다가 운지를 익히는 게 어려웠다. 아예 연주하지 못할 정도로 처참했던 정도는 아니었지만 조금만 다른 곳을 누르면 다른 소리가 나오니 금방 익힐 수 있었던 플룻에 비해 어렵게 느낄 수밖에 없었다. 선생님께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모습을 볼 때면 멋있기도 했고 엄청 신기하게 바라봤다. 지금도 TV에서 바이올린 연주하는 사람들 보면 많이 신기하다.


플룻에 대한 글을 많이 썼는데 그만큼 즐겁게 배웠기 때문에 기억에 많이 남은 것 같다. 아직까지도 플룻에 약간 미련이 남아서인지 가끔 인터넷에 플룻 가격을 검색해본다. 연주하는 방법 많이 까먹었을 테지만 언젠가는 플룻을 다시 잡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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