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국공 사태 단상.

by 송치욱

20200623



이번에 인천국제공항공사의 보안검색요원을 청원경찰로 직고용하면서 기존 정규직 인원 1500여 명(뉴스기사마다 조금씩 다른 수치를 제시하고 있음)보다 많은 1900여 명의 인원이 정규직으로 전환된다는 사실에 많은 취준생들이 분노하고 있다. 그렇다면 나 역시 바늘구멍같은 공기업 사무직 취업을 희망하는 일개 문돌이로서 같이 분노하는 중일까. 기존 정규직은 정규직대로, 비정규직은 비정규직대로, 취준생은 취준생대로 각자의 처지에서 분노하고 있는 이 상황에 무의식적으로 편승하기 앞서 사실관계를 짚어보았다.




우선, 알바로 들어온 사람이 기존 대졸 정규직 사원의 급여수준을 받지는 않는다. 인천공항공사의 5급 대졸 신입사원 초봉은 2019년 기준 4589만원이다. 반면 이번에 직접고용되는 보안검색요원은 기존의 자회사 정규직과 동일한 임금체계를 적용받아 현재 받는 임금 약 3500만원보다 평균 3.7% 오른 임금을 받게 된다. 약 3630만원의 임금을 받는 것이다. 대신 일반 정규직과 동일한 복리후생 혜택을 받는다. 지난해 공사 정규직의 1인당 복리후생비는 505만원이었다. 때문에 총액인건비 제도의 적용을 받는 공공기관으로서는 인건비 부담이 증가하여 앞으로 채용 규모를 줄일 수도 있다. 하지만 사무직, 토목직, 건축직과 이번에 정규직 전환되는 보안검색요원의 하는 일은 달라서 채용 규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회사 내에서는 정규직 노조와 비정규직 노조의 대립이 일어나고 있다. 정규직 노조 입장에서는 기존 자신들의 규모보다 많은 규모의 인원이 정규직화 되면서 회사의 지배력이 크게 약해질 것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다. 반면 이번 직접고용 대상이 되는 노동자 입장에서는 고용 안정 대책이 충실하지 못해서 반발하고 있다. 2017년 5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선언 이후 기존의 검색요원은 큰 무리 없이 정규직 전환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이후 입사한 인원의 경우 새로 공개채용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일자리를 잃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반발이 일어나고 있다. 해당 인원은 약 800여 명으로 정규직 전환 대상자의 약 40%이다.


사실관계를 따져본 나는 이제 현 정권의 공산주의 노선에 분노해야 하는가. 아쉽게도 그렇지 않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비정규직 제로 선언 이후 약 3년 동안 1만여 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고 있다. 그런데 노동자 대부분은 공사가 설립한 자회사에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방식이었다. 구체적으로 공사의 비정규직 노동자 9천785명 중 2천143명을 직접고용하고, 나머지는 3개 자회사에 고용되는 계획이다. 공사가 세운 자회사에 고용되는 것이니까 문제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한국도로공사 톨게이트 수납원 사례를 생각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해당 노동자들은 도로공사의 중요한 업무를 수행함에도 기존에 용역업체에 고용되어 고용안정성이 보장되지 못했다. 그러다 정규직 전환의 요구가 높아지자 도로공사는 갑자기 자회사를 설립하여 해당 노동자를 고용한 것이다. 공사의 자회사라는 것이 본사의 편의에 의해 세워졌듯 언제든 없어질 수 있는데 도로공사의 꼼수가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 그대로 쓰이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상시·지속적 업무, 생명·안전 관련 업무는 정규직으로 직접고용해야 한다.’고 선언하였지만 실제 공공기관에서는 이들 노동자에 대한 고용을 적극적으로 보장하려는 인식의 전환이 이뤄지지 못하고 이렇게 자회사 고용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하청을 진행하고 있다. 기존 정규직보다 많은 인원이 정규직으로 전환된다는 사실이 말도 안 된다고 하는데 왜 그런지 모르겠다. 오히려 기존에 비정규직 노동자가 제공하는 노동에 기대어 공사가 운영되었다면 이제라도 정규직 전환이 필요한 직군에 대해서는 전환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번 인국공 논란 이후 올라온 청원 글 ‘공기업 비정규직의 정규화 그만해주십오.’를 읽어보았다. 그러나 동의하지는 못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사무직, 토목직, 건축직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이번에 직고용되는 보안검색요원의 역할도 중요한 곳이다. 이들을 포함한 수많은 노동자들이 그동안 비정규직으로서 낮은 복리후생을 받았다면 이제라도 바로잡는 것이 옳다. 대졸자는 넘쳐나고 이들이 일하고 싶어하는 직군의 노동수요는 태부족하다. 그렇다면 기득권을 차지하고 청년세대에게 먹거리를 나눠주지 않는 불공정한 사회구조를 만들어낸 자들에게 분노하는 것이 마땅하다. 물론 여기에서 현재의 정권을 구성하고 있는 민주화 세대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렇지만 ‘비정규직의 정규화를 그만해주십시오.’라는 부탁은 방향이 잘못된 분노다. 을과 을의 싸움을 멈추고 우리가 어느 곳을 명확히 직시할지 생각해야 한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