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305
영화의 제목은 그간 x맨 영화에서 자주 언급된 적이 없는 울버린의 본명 ‘로건’이다. 제목이 말해주듯, 로건은 이제 나이가 들어 더 이상 울버린으로 살지 않는다. 힐링 팩터가 무뎌져 다치면 잘 낫지도 않고 다리도 쩔뚝거리며, 그저 리무진 운전으로 밥벌이에 열중할 뿐이다. 자비에 영재학교에서 많은 뮤턴트들을 가르치던 찰스 교수 역시 나이를 먹고 병들어 초라한 모습으로 살아간다. 그래도 로건은 돈을 모아 찰스 교수와 함께 배를 타고 여행을 떠나려는 하나의 희망을 갖고 살아가고 있었다. 자유의 여신상이 사라진 2029년의 미국은 모든 뮤턴트들이 멸종되고, 인간 역시 유전자 개량 식품에 의지해 살아가는 디스토피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어느날 로건은 ‘liberty motel’에서 로건의 유전자를 통해 탄생한 로라(x-23)를 발견하게 되고, 뮤턴트를 없애려는 집단으로부터 로라와 찰스를 지키려는 마지막 싸움을 하게 된다...
모든 x맨 영화를 관통하는 핵심 주제는 ‘소수자에 대한 차별’이다. x맨을 처음 영화화한 ‘브라이언 싱어’감독 역시 동성애자였기 때문에 소수자로서의 x맨에 대한 접근을 잘 했다고 생각한다. 돌연변이가 인간 사회에서 겪는 갖은 차별과 억압의 모습은 자연스레 현실 세계를 떠올리게 한다. 특히 트럼프시대를 맞은 미국에 있어 ‘로건’이 더욱 특별한 메시지를 줄 것이라고 생각된다. 영화 속에서는 멕시코인 간호사들이 비윤리적인 일을 하는데 손을 더럽혀야 하고, 유색인종 아이들이 ‘백인 남성’이 주도하는 기업의 실험체로 사용된다. 향후 미국의 정책 기조나 사회적 분위기가 트럼프식 백인 우월주의로 흘러간다면 현실의 미국이 영화 속 미국보다 희망적이라는 장담은 결코 할 수 없다.
우리는 그동안 x맨 영화에서 단 한 번도 출연하지 않은 적이 없었던 휴 잭맨의 ‘울버린’을 떠나보내게 되었다(‘x맨 퍼스트클래스’에서 카메오로 출연!). 제임스 맨골드 감독은 정(情)이 있고 정의롭던 터프 가이의 마지막을 멋지게 그려내었다. 비록 스토리가 창의적인 느낌은 아니지만, x맨 세계관에 리얼리티를 매끄럽게 녹여내었다. 찰스 교수가 좋아한다던 서부영화 ‘셰인(1953)’처럼 ‘로건’ 역시 서부영화의 분위기와 그에 걸맞은 결투씬 역시 인상적이었다. 과감히 처음부터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계획하여 울버린다운 액션을 보여준 것도 현명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쇠약해진 로건과 찰스의 모습, 또 그들의 최후를 지켜보는 것의 슬픔이 영화를 오래 기억하게 할 것이다. 쓸쓸한 삶을 살면서 그토록 죽음을 원하던 로건이 그래도 마지막으로 가족을 지키며 죽는 모습은 어찌 보면 식상한 내용이지만 그래도 충분히 감동적이고, x맨의 팬으로서 많은 여운이 남는다. 이제 진짜, 더 이상, 그의 멋진 수염과 매서운 클로는 볼 수 없다... Farewell, Wolverine!
P.S. 팬들은 울버린을 잃었지만 로라(x-23)을 연기한 배우 ‘다프네 킨’을 얻었다. 11세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캐릭터 특유의 동물적이고 야생적인 느낌을 잘 표현해줬다. 그리고 잔인한 장면도 잘 소화하는 등 놀라운 연기를 보여줘서, 울버린 없는 앞으로의 x맨 시리즈를 계속 기대해봐도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