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동성애에 대한 나의 생각
20170428
-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생각은 틀린 생각이다 -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은 주연인 매튜 매커너헤이와 조연인 자레드 레토 모두에게 오스카의 영광을 안겨준 작품이다. 그래서 그들의 놀라운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재미를 주기 때문에 꼭 추천하고 싶은 영화이다. 나 역시 재작년에 이 영화를 인상 깊게 본 기억이 있다. 그런데 요즘 이 영화가 문득 생각이 나는 이유가 있다. 아마도 한 대선 후보가 동성애자들 때문에 에이즈가 창궐한다고 말하여 동성애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된 때문일 것이다. 특히나 진보정당의 대선 후보로 나선 사람의 인식과 대다수 사람들의 인식을 목격하고 나서는 뭔가 큰 벽을 맞닥뜨린 느낌이다. 동성애자들이 무슨 짓을 하든 상관하지는 않지만 그들을 싫다고 하는 것이 왜 잘못됐냐는 것이 그 요이다. 또한 여전히 동성애자들 때문에 에이즈가 더 확산된다는 인식도 있었다.
그랬다...
80년대 텍사스를 배경으로 하는 이 영화의 주인공 론(매튜 매커너헤이)은 문란한 성생활 때문에 에이즈(AIDS, 후천성 면역 결핍증)에 걸렸다. 에이즈는 게이들만 걸리는 병이라고 믿었던 론은 선고를 받은 뒤 도서관으로 달려가 에이즈에 대해 공부하고 ‘에이즈는 문란한 성생활 때문에 걸리는 병이며 동성애자인지 이성애자인지는 상관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때 론은 멕시코에 에이즈 치료에 효과적인 신약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미국 제약회사들이 FDA에 로비 공세를 해서 다른 회사의 신약 허가를 막고 있는 상황이었고 그 약도 역시나 허가받지 못한 약물이었다. 그래서 론은 그 약을 밀수하기로 결정하였다. 돈이 없었던 론은 우연히 알게 된 트랜스젠더 에이즈 환자이자 재벌집 자녀 레이언(자레드 레토)의 도움으로 밀수에 성공한다. 신약은 효과가 좋아서 론의 상태는 많이 호전되었고, 이 신약을 구매할 기회를 다른 에이즈 환자들에게도 주어야겠다고 결심한 론은 레이언과 함께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을 만들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에이즈 치료의 기회를 선물한다.
영화에서 묘사된 그 당시 사람들의 인식은 에이즈는 더러운 동성애자들이나 걸리는 병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에이즈에 걸린 사람들은 병이 걸려도 주변에 숨기고 끙끙 앓다가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또한 제약회사와 FDA의 유착 때문에 에이즈 치료에 효과적인 신약이 있어도 환자들은 구입할 수가 없다. 결국 영화에서 알 수 있는 문제는 에이즈에 대한 사람들의 잘못된 인식과 의약품 비리이다. 그리고 고통을 받는 사람들은 에이즈 환자들이고, 또한 건강한 생활을 해도 더러운 에이즈 환자로 의심받는 동성애자들이다.
자유의 나라 미국조차 80년대까지만 해도 에이즈와 동성애자에 대한 인식이 이러했는데 유교적, 보수적 가치관이 지배적인 우리나라는 말할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비록 최근 들어서는 에이즈는 문란한 성생활로 인해 생기는 병이라는 사실과 동성애자의 성적 지향을 인정해야 한다는 인식이 점차 보편화되는 기류가 확산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대선주자들이 수면 위로 끌어올린 동성애 논란을 통해 확인한 우리나라의 인식은 아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페이스북 게시글에 달리는 댓글의 상당수는 ‘동성애자들이 에이즈의 주범’이라는 이야기와 ‘동성애자들을 존중은 하겠지만 나는 보기 싫은데 어떡하냐’는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동성애자들이 에이즈의 주범’이라는 이야기는 4월 27일자 jtbc 뉴스룸의 팩트체크에서 이를 반박해주고 있으므로 이야기하지 않으려 한다.
나는 ‘동성애 혐오 발언’에 대해서 의견을 말하고 싶다. 우선, ‘동성애자들은 존중하겠지만 나는 싫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동성애자들을 존중하지 않는 것이다. 남들에게 해를 끼친 것이 없고 잘못한 것이 없는 동성애자들이 싫은 이유가 대체 무엇인가. 자기에 대한 혐오 발언들을 듣게 되는 당사자들은 어떤 심정일지 짐작은 하고 말하는 것일까. 단순히 보기 싫어서 혐오하는 것이라면 흑인이나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를 보이는 사람들과 뭐가 다를까(구체적인 예시를 들어서 비유하고 싶지만 입에 올리기 싫어서 하고 싶지 않다). 아무 잘못이 없는 사람에 대해 ‘싫다’고 표현한 그 순간 이미 존중은 없는 것이다.
또한 ‘동성애’는 성적 지향으로서 찬성이나 반대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심상정 대선 후보의 jtbc주최 토론회 발언이 좋은 반박이 되며, 나의 의견과 일치하므로 자세히 이야기할 필요는 없겠다. 다만, 혹자는 ‘종교의 자유’ 논거를 들면서 동성애 반대를 주장하는데 종교의 자유에 앞서 지켜져야 할 것은 ‘인권’이다. 죄 없는 누군가를 반대하고 배척하는 종교의 자유를 위해 인권이 침해될 이유는 없다. 또한 ‘표현의 자유’를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렇게 따지면 ‘일베’도 ‘표현의 자유’ 때문에 사이트 자체를 없앤다거나 기타 제도적인 제제를 가할 수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옳지 않은 표현을 하는 것은 스스로가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며, 자제해야 할 일이다.
우리나라의 동성애자들은 사회적 인식의 벽에 부딪혀 자신의 성적 지향을 당당하게 밝히지 못하거나 밝히고 나서도 편견 때문에 힘든 삶을 살고 있다. 또한 동성결혼이 합법화되지 않아서 이성애자들이 받을 수 있는 각종 사회적 복지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동성애자, 그리고 나아가서 성소수자들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고 제도 개선이 이루어져서 그들이 더 이상 아파하지 않고, 진정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덧붙여 다가오는 연휴, 두 명배우의 인생연기를 감상할 수 있고 동성애 이슈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는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의 관람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