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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자유 Aug 23. 2020

빛이 나는 나무

빛이 나는 나무가 있었다.

이 나무는 해가 들 때는 다른 나무들처럼

평범하기 그지없었지만

까맣고 고요한 밤이 되면

밝게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쉿,

이 나무에는 비밀이 하나 있는데

이 나무가 ‘모두의’ 밤을 비추는 것은 아니었다.


누군가는 다른 이들보다 더 외롭고

누군가는 다른 이들보다 더 추운 곳에서 살며

누군가는 다른 이들보다 더 배가 고픈 곳이 세상이더라.


나무는

나무 앞을 지나치는 사람들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몇백 개의 공허한 눈동자들과

또 몇 백개의 축 처진 어깨들과

또 몇 백개의 힘없는 발걸음들을 본 나무는


‘서로 닮은’ 그 사람들이

나무 곁을 걸어갈 때,

조용히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나무는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다.

그저 몇 초간의 빛을

‘닮아있는’ 그 사람들에게

선물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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