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연기 같은 구름은
바람 한 점 없는 여름 저녁
전봇대가 그어놓은 허공의 선을 넘지 못한 채
보랏빛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거미줄을 해치고
현관 옆 담장에 열쇠를 꺼내며
매일을 그렇게 당하고도
미련이도 집을 짓는 무당거미
이름값 못하는 너는
마땅히 이곳에 둥지를 틀만하다.
현관을 열면
밖보다 천천히 식어가는 공기가 나를 감싸고
그리고 거기엔 또
한 노인의 미련함이 서 있다.
에어컨 틀어요 할아버지
버틸만하다는 그 옆에는
그만큼 나이 먹은 선풍기
더운 바람을 밀어내는 중이다.
에어컨을 틀어놓고
계단을 오르면
거미는 비웃으며 나에게 묻고
지는, 답한다.
이층 문을 열고
옷을 벗고
미지근해져 버린 수돗물을 끼얹고
봄이 지나가버린 이 집에
그래도 영원한 가을만이 머물기를
눈을 감는다.
미련함이 거실 바닥에 누워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