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의 집 청소, 김완
삐걱거리는 나무문은 습한 여름이 오면 그 소리가 더 날카로워졌다.
그 소리와 함께 할아버지의 냄새는 조금씩 새어 나왔다.
엄마와 누나는 그 냄새를 싫어했다.
그 둘이 이 집을 떠난 뒤로 문은 바다가 되었다.
할아버지의 방은 섬이 되었다.
그 소리도, 그 냄새도 거실 밖으로 좀체 나오지 못했다.
친구 하나가 집에 놀러 오면서 디퓨져를 선물로 주었다.
시더라는 이름의 디퓨져였다.
은은한 향이 개봉을 하는 순간부터 방을 가득 채웠다.
향기와 함께 기분이 들떴다.
익숙한 공간이 아닌 듯, 마치 어딘 가에 놀러 온 것 같았다.
보이지 않는 향기가 분명히 보이는 것에 영향을 주고 있었다.
되도록이면 문이 열리지 않도록
할아버지에게 급하게 인사를 하고 이층 나의 방으로 발걸음을 돌린다.
나의 목소리에 할아버진 기꺼이 방문을 열어 거실의 찬 공기를 맞이 하신다.
그 소리와 그 냄새가 밀려온다.
밖에서 맡았던 향기가 단숨에 코 속에서 지워진다.
이것이 삶이라며 코를 쏘아댄다.
프로필 사진처럼 조금은 밝았던 화면의 색이 본래의 그것으로 돌아온다.
내 곁에 있는 가장 죽음에 가까운 사람
그는 그렇게 나를 탈취시킨다.
p5, 하단
사실 내일은 살아 있는 사람을 괴롭히는
죽은 사람이 만든 냄새가 가져다줍니다.
그 냄새를 극적으로 없앴을 때
내 비지니스는 성공하지요.
죽은 자의 집 청소, 김완
어떤 냄새를 극적으로 없애 온전히 그 공간을 탈취시켰을 때 그의 비즈니스가 성공하듯
또, 어떤 냄새는 적극적으로 존재하게 되었을 때 그 공간을 맞이하는 사람을 탈취시키는 데 성공하는 듯하다.
굳이, 이 냄새, 아니 향기를 피하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