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루 Aug 18. 2020

할배요

할배요

장마에 퉁퉁 부은

대문을 잠가봤자

도둑놈들 안와요

낮은 담벼락 넘어오기 쉬워도

할배랑 나랑밖에 없는 집

무어가 있어서 올랑가요

  

할배요

쇠로 만든

현관문 잠근다고

도둑놈들 안와요

낡은 방충망

고장난 창문

모기들도 파리들도

무어가 먹을 게 있어서 올랑가요


할배요

방문을 잠근다고

배게 밑에 칼을 둬도

올 것들 안와요

삐걱대는 경첩

문지방 높아도

스며나오는 냄새에

들개들 코를 박고 

무어가 먹을 게 있어서 오겠지요.


할배요 입이 짜가와도

그냥 드소

대문 밖에 소리 들리오.

매거진의 이전글 어떤 마음은 어떤 조건에서 곰팡이처럼 번져나간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