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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루 Aug 18. 2020

할배요

할배요

장마에 퉁퉁 부은

대문을 잠가봤자

도둑놈들 안와요

낮은 담벼락 넘어오기 쉬워도

할배랑 나랑밖에 없는 집

무어가 있어서 올랑가요

  

할배요

쇠로 만든

현관문 잠근다고

도둑놈들 안와요

낡은 방충망

고장난 창문

모기들도 파리들도

무어가 먹을 게 있어서 올랑가요


할배요

방문을 잠근다고

배게 밑에 칼을 둬도

올 것들 안와요

삐걱대는 경첩

문지방 높아도

스며나오는 냄새에

들개들 코를 박고 

무어가 먹을 게 있어서 오겠지요.


할배요 입이 짜가와도

그냥 드소

대문 밖에 소리 들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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