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주여! 아멘입니다!”
“너 불교잖아.”
옆에 앉은 진 언니의 말을 못 들은 척하며 두 손을 모으고 연신 꾸벅거리는 민 언니. 둘의 모습을 보고 나는 또 소리 내어 웃는다. 똑똑하고 센스 있는 진 언니와 민 언니는 나의 웃음 버튼이다. 언니들을 만나면 늘 웃느라 배가 아프다. 우리는 공통분모가 있어 아주 강한 결속력을 가지고 있는 모임이다. 나는 이 모임을 나가면 배가 아프도록 실컷 웃고 후련한 마음으로 돌아온다. 돌아와서도 한동안 그날을 곱씹으며 웃는다. 만나도 만나지 않아도 웃음이 나오는, 즐거운 생각만 드는 바로 그런 언니들이다.
이번 모임도 그랬다. 아이가 아파 밤새 열 체크를 하느라 두 시간밖에 못 잔 상태임에도 약속 시간을 기다렸다. 두통이 극심했지만 진통제 먹는 걸 참았다. 어차피 모임에 나가면 사라질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역시나 모임에 나가 앉자마자 엔돌핀이 확 돌면서 컨디션이 좋아졌다. 언니들의 드립과 주접 멘트들에 입이 찢어져라 웃었다. 이 모임은 정말이지 얌전을 떨 수가 없다. 하마처럼 입을 크게 벌리고 머리를 들어 올려 콧구멍을 오픈하며 웃는다. 스스로 너무나 못생기게 웃고 있다는 걸 인지하면서도 주체할 수가 없는 것이다. 표정이 살아 숨 쉬는 언니들의 눈은 은은한 광기를 담고 있다. 나 또한 이 모임에선 봉인 해제되어 날뛰기 시작한다. 그래서 이 모임을 다녀오면 후련한가 보다.
진 언니와 민 언니는 매력적인 사람들이다. 자신들의 삶을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간다. 열심히만 사는 것이 아니라 잘 살아낸다. 살림이면 살림, 일이면 일, 육아면 육아, 모든 면에서 야무지다. 또 시련을 마주했을 때 이겨내는 강한 정신력도 가지고 있다. 자신들만의 확고한 신념이 있으며 그것을 지키려고 노력하며 살아간다. 유연하면서도 선이 있다. 친절하고 다정하면서도 강단이 있다. 또 지혜롭고 노련하다. 내가 좋아하는 인간 군상을 지니고 있는 언니들이다. 게다가 웃음 코드까지 맞아버리니 언니들과의 만남이 즐거울 수밖에 없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우리의 공통분모는 우리가 세계적인 그룹 BTS의 팬클럽인 ‘아미’라는 것이다. 나는 우리 모임을 ‘지진정‘으로 부른다. 지진정은 아미들이 만든 명칭으로 지민, 석진, 정국을 뜻한다. 이 셋은 브이 라이브 영상 최고의 웃음 버튼 조합으로 우리가 주기적으로 반복 시청하기 때문에 모임 이름을 그렇게 지었다. 지진정 모임 언니들은 덕질도 아주 건강하고 클린 하게 한다. 나도 언니들이 길잡이가 되어 준 덕분에 덕질 윤곽을 뚜렷하게 잡을 수 있었다. 나는 앞으로도 그저 따라가면 된다. 그래서 든든하다.
우리가 알게 된 지 벌써 3년이 되었다. 천천히 가는 나를 존중해 주고, 속도를 맞춰 주는 언니들에게 고맙고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글을 쓰며 언니들을 떠올리니 또 나의 입 꼬리가 씰룩거린다. 앞으로도 서로 웃겨주며 즐겁게 만나기를 바라면서 그동안 해온 취중 고백이 아닌, 처음으로 맨 정신에 지진정 언니들을 위한 헌정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