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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름달 Feb 09. 2023

몽조

의미 있는 꿈들


 그저께 어머니가 꿈에 나왔다. 전화가 걸려와 받았더니 “나야~” 하는 익숙한 목소리. 반가운 마음에 보고 싶다고 했더니 건강하고 생기 있는 얼굴로 궁궐 같은 집에서 사는 모습을 보여주셨다. 며칠 전 문득 어머니가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당신은 잘 지내고 있다고 나와 주신 것 같다. 꿈속 어머니 얼굴이 평온해 보여서 내 마음도 편안해졌다. 어머니가 꿈에 나온 건 두 번째다. 첫 번째로 꿈에 나오셨을 시기는 도겸이 일로 우리 부부가 엄청 고민과 상념에 빠졌을 때였다. 예쁜 드레스를 입고 달콤한 디저트 카페에 계시던 어머니는 나에게 따뜻한 표정으로 “하고 싶은 대로 해.”라고 하셨다. 우리 부부가 너무 속상해하고 불안해하니까 위로해 주려고 오신 것 같았다. 실제로 그 꿈을 꾸고 마음이 진정되어 차근차근 일을 잘 해결할 수 있었다.

 나는 이렇게 가끔 의미 있는 꿈을 꾼다.

 고등학교 2학년 때, 갑자기 꿈에 고모가 나왔다. 가족들이 고모를 가운데 두고 동그랗게 서서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어쩐지 분위기가 이상했다. 꿈에서 깬 나는 곧장 엄마에게 꿈 이야기를 했다. 이야기를 듣는 엄마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 내 이야기가 끝나자마자 엄마는 아빠에게 “아무래도 오늘 가보는 게 좋겠어요.”라고 하면서, 고모가 병원에 입원하셨다고 했다. 많이 안 좋긴 하지만 엄청 위독한 상태는 아니라고 해서 돌아오는 주말에 가보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오늘 당장 가야겠다고 학교 끝나자마자 바로 출발하자고 하셨다. 그렇게 3시간 넘게 달려 도착한 병원에서 마주한 고모는 많이 힘들어 보였다. 고모는 다급한 목소리로 “나 너무 아파. 나 너무 아파.”를 반복하시며 몸을 비틀고 손으로 가슴을 두드리셨다. 언제나 온화하고 여유로웠던 고모의 변화가 무섭고 속상했다. 우리는 주말에 다시 오겠다며 집으로 돌아왔고, 그날 새벽 고모가 돌아가셨다는 전화를 받았다. 엄마는 내 꿈 이야기를 들으니 어쩐지 당장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셨다. 우리가 예정대로 주말에 가려고 했다면 고모를 못 만났을 것이다. 내가 유치원생 때, 고모가 우리 집에 잠시 같이 살았었다. 고모는 나에게 엄청 따뜻하고 다정한 분이셨다. 나는 고모랑 같은 방을 썼는데, 고모랑 함께 있는 게 무척 즐거웠다. 고모는 여자도 배워야 하고 뭐든 할 수 있다고, 꿈을 크게 가지라고 말씀하시던 멋진 분이셨다. 그런 고모에게 나는 “고모~ 오래오래 사셔야 해요. 제가 커서 돈 많이 벌면 고모한테 좋은 거 다 사드릴게요.”라며 뽀뽀를 했다고 한다. 그 후로 고모는 매년 만날 때마다 어렸을 때 생각나냐고, 네가 얼마나 예뻤는지 모른다고 말씀하시곤 하셨다. 나도 고모와 잠들기 전 누워서 도란도란 대화하고, 고모가 즐겨 부르던 노래 “소양강 처녀”도 같이 부르던 행복한 기억들이 소중하다. 그런데 고모도 그 시간들이 행복한 기억인 것 같아서 좋았다. 그래서 내 꿈에 나오셨을까? 주말은 늦다고, 오늘 보러 와야 한다고 신호를 주신 걸까? 아들처럼 키운 막내 동생과 유독 예뻐하던 조카딸을 마지막으로 보고 싶으셨던 고모의 마음이 내 꿈으로 나타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고등학교 3학년 때는 뜬금없게 한 연예인 꿈을 꿨다. 꿈속에서 사람들이 그 배우가 죽었다고 하면서 자살을 했다는 것이다. 꿈에서 깬 나는 친구들에게 그 배우가 자살했다고 사람들이 말하는 꿈을 꿨는데, 너무 무섭다며 문자를 보냈다. 친구들은 개꿈이라며 황당해했다. 그리고 나는 그 꿈을 잊고 지내고 있었다. 어쩐지 을씨년스러웠던 문제의 날, 도서관에 있던 나의 핸드폰이 마구 울리기 시작했다. 지난번 나의 꿈 이야기 문자를 받았던 친구들이 전부 나에게 연락해 오고 있었다.
 “야!!!!! 그 배우 자살했대!!!”      

 결혼하고 난임으로 몇 년 동안 고생을 좀 했다. 한참 병원을 다니다 지쳐 잠시 쉬는 시기를 가지던 어느 날, 돌아가신 아버님이 갓난아기를 안고 내 꿈속에 나오셨다. 아버님은 내내 아기를 안고 행복하게 웃으셨다. 꿈을 꾸고 며칠 후, 나는 엄마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이는 나에게 하느님이 계신 곳에 할아버지가 살고 있었는데, 할아버지가 자신을 너무 예뻐해서 조금만 더 같이 있고 싶어 하셔서 엄마에게 늦게 왔다고 말한다.^^

 난임으로 쌓인 스트레스를 내려놓고 잠시 쉬겠다며 하와이 여행 티켓을 끊었었다.  그런데 여행을 코앞에 두고 임신 사실을 알게 된 나는 고민에 빠졌다. 임신 초기에 장거리 비행이 괜찮을지 걱정이 됐다. 산부인과 선생님은 다녀와도 괜찮을 수도 안 괜찮을 수도 있다며, 산모의 선택이라고 하셨다. 며칠을 고민하던 중 꿈을 꿨다. 나와 남편이 처음 보는 동네를 걷고 있었다. 그러다 맛있는 냄새에 이끌려 대문이 열려있는 어떤 집으로 들어갔는데, 마루에 진수성찬이 차려져 있는 것이다. 갑자기 허기가 몰려와 홀린 듯이 숟가락을 들었는데, 고모가 나타났다. 고모는 엄청 무서운 얼굴로 나를 노려보며 “여기가 어디라고 와! 당장 안 나가? 나가!”라고 호통을 치셨다. 깜짝 놀란 나와 남편은 허겁지겁 도망치듯 그 집을 빠져나왔고, 그대로 꿈에서 깼다. 그렇게 원하고 바랬는데, 돌아가시고 한 번도 꿈에 나오지 않았던 고모가 처음으로 꿈에 나온 것이다. 그런 고모가 나에게 화를 냈다는 게 너무 서러워서 펑펑 울고 또 울었다. 엄마에게 꿈 이야기를 하니 아무래도 고모가 너를 살려주신 것 같다고, 그런 꿈은 괜히 꾸는 게 아니라고 하셨다. 나는 뭔가 찝찝하고 불안해서 여행을 취소했다. 가끔 생각한다. 내가 여행을 강행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그런데 생각할 때마다 결론은 안 가길 잘했다고 내린다. 고모가 돌아가시고 얼마 안 되었을 때, 아빠 꿈에 나타나 나를 낳은 건 아주 잘한 일이라고 하셨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듣고 고모는 나를 그렇게 예뻐하셨는데 왜 내 꿈에는 안 오시는 거냐는 나의 투덜거림에 아빠는 고모가 너를 너무 사랑해서 정 떼려고 그런 거라고 하셨다. 그런 고모가 나에게 호통을 치며 나타나신 건 분명한 의미가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어제 넓고 깔끔한 새 집으로 이사 간 내가 누군가에게 집구석구석을 보여주며 소개하는 꿈을 꿨다. 별 꿈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모임에서 한 언니가 나를 보자마자 내 꿈을 꿨다고 한다. 내가 이사를 가서 이사 간 집을 소개해주는 꿈을 꿨다고.
이 꿈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아니면 그저 단순한 우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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