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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름달 Feb 05. 2023

시간을 건너는 집

인생은 ‘苦’이지만, 그럼에도 ‘Go'

 각자의 사정이 있는 네 명의 아이들이 시간을 건너는 집에 모였다. 아이들이 과거, 현재, 미래 중 한 시점을 선택하는 날까지 5개월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이 책은 나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던졌다.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의 답을 생각을 해보는 시간은 의미 있고 신선했다. 왜냐하면 아이를 낳은 후부터 내 머리는 온통 현실기반 육아에 관한 질문만 생각하고 답하며 하루하루 달려왔기 때문이다. 또 어른의 시점이 아닌 아이들의 시점에서 생각하다 보니 나의 오래전 학창 시절이 생각나기도 했다.

 친구들의 따돌림에서 벗어나 평범하게 학교를 다니고 싶은 자영, 암 말기인 엄마를 살리고 싶은 선미, 엄마의 부재 속에 아빠에게 받았던 학대로 증오와 반항심이 깊은 이수, 그리고 친구를 괴롭힌 가해자로 신원이 알려져 이미 한 번 시간을 건너는 집을 통해 미래를 선택했던 강민. 8월의 어느 날, 이 네 명의 아이들은 하얀 운동화를 신고 시간 관리자 할머니를 만난다. 서먹했던 네 명의 아이들은 일주일에 세 번은 꼭 이 집에 들러야 한다는 규칙을 지키며 함께 한다. 그렇게 아이들은 알게 모르게 정을 쌓는다. 선택의 날까지 5개월 동안 여러 사건들이 생기는데, 특히 자영을 도와주러 나섰다가 살인을 저지르게 되는 이수가 안타까웠다. 감방에 가게 된 이수를 제외한 세 명의 아이들은 선택의 방 앞에 선다.

 나는 이들의 공통점이 ‘집’의 온기를 느낄 수 없는 아이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외로운 아이들이 늘 먹을 것으로 가득 차 있는 파란 대문의 집에서 함께 먹고 놀고 대화하며 온기를 찾기 시작했던 것 같다. 온정을 나눌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내 이야기를 할 수 있고 들어주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외로운 사람들도 희망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자영이도 현실에 당당하게 맞설 용기가 생겨 현재를 선택했던 것 같다.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자영이가 친구들의 협박에 고등학생인 강민이에게 술을 사다 달라고 부탁하는 부분은 편하게 읽을 수가 없었다. 나는 엄마이기 때문이다. 내 아이가 이런 일을 겪고 있다면 나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또 내가 어떤 학생에게 이런 부탁을 받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한참을 생각했다. 그리고 자영이가 행복해지길 바라며 계속 읽었었다. 4년 후, 이수의 주머니 속엔 늘 지니던 날카로운 칼 대신 단단한 호두가 들어 있다. 나는 칼과 호두가 이수의 마음을 나타내는 것 같았다. 이수의 날카로운 마음이 동그랗고 단단한 마음으로 변한 것이다. 네 명의 아이들은 어떤 어른이 되었을까? 또 어떤 문도 선택하지 않아 시간관리자가 된 할머니와 아저씨의 이야기도 궁금해졌다.  

이 책을 읽고 생각해 본 질문들 중 세 가지만 써보자면 다음과 같다.

1. 나라면 어느 시점으로 가길 원하는가? 그 이유는 무엇인가?
 모든 순간에 충실하며 살고 싶기에 나는 현재를 택할 것 같다. 나의 좌우명은 ‘후회하지 말자’이다. 당연히 과거에 대한 아쉬운 점들이 있지만 그 또한 경험이었고, 나의 선택이었고, 성장이었다.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내 모든 시간을 다 기억하고 싶다.  

2. 만약 과거, 미래 시점으로 간다면 무엇을 소망하는 가?
 과거로 간다면 2년 전으로 가고 싶다. 어머니와의 저녁 식사 후, 치료 잘 받고 오시라며 안아드리고 싶었는데 머뭇거리다 못한 게 후회된다. 마지막 식사가 될 줄도 모르고 앞으로 기회가 많다고 생각했다. 어머니는 항암치료를 위해 입원을 앞두고 계셨다. 그때로 돌아가 암 초기 발견 및 치료를 소망한다. 미래로 가는 건 나의 공백이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그냥 비슷하게 살고 있을 것 같아서 딱히 소망하는 것도 없다.

3. 내가 자영, 강민, 선미, 이수의 입장이었다면 각각 어떤 시점을 선택했을까?
 내가 자영이었어도 현재를 선택했을 것 같다. 일단 기억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고 두 번째는 현재를 선택할 용기가 없다면 미래로 가도 내면의 나는 똑같기 때문이다. 강민이었어도 내 선택은 현재다. 왜냐하면 딱히 미래로 가서 시간을 버릴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선미였다면 과거로 갔을 것 같다. 엄마와의 시간을 다시 보내면서 애정 표현도 더 많이 하고, 더 씩씩하게 지내고 싶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이수가 선택을 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놓고 생각해 보자면 미래를 선택하겠다. 읽는 내내 이수가 안타까웠는데 과거도, 현재도 이수는 상당히 외롭기 때문에 미래로 가서 조금 더 성숙하게 될 수 있는 확률을 높이고 싶다.

 나는 남편과 아이의 생각도 궁금해 책 이야기를 해주며 어떤 선택을 하고 싶은지 물어봤다. 아이는 과거를 선택했는데, 다섯 살로 돌아가 이사 가서 지금은 만나지 못하는 친구를 다시 보고 싶다고 했다. 남편은 현재를 선택했다. 왜냐하면 지금 생의 엔딩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현재를 쭉 살아가고 싶다고 했다. 아이가 책 속의 사람들은 어떤 선택을 했는지 물어봐서 이야기해 줬더니, 아무도 과거를 선택하지 않은 이유가 궁금하다고 한다. 생각지 못한 질문이라 말문이 막혔다. 나도 곰곰이 생각해 본다. 그들에게 과거는 춥고 외로웠기 때문이 아닐까? 세상의 모든 자영, 강민, 선미, 이수들이 파란 대문의 집을 찾기를, 그래서 희망을 갖고 미래를 꿈꾸며 따뜻해지기를 바라본다. 얼마 전 감정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냈다. 그때 내 마음을 알아주고 조언해 주는 사람들의 도움으로 잘 극복했었다. 내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었고, 어려운 시기에 옆에 누가 있고 어떤 말을 해주는지가 중요한 것 같다고 느꼈다. 그래서 이 책의 끝에 작가님의 말씀을 깊게 공감한다. ‘어떤 고난 속에서도 사람은 사람을 통해 위로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당신의 길에는 꼭 그런 사람이 함께하기를’ 나도 내 주변에 온정을 나누며 앞으로도 후회 없는 현재를 살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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