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성이 밥 먹여주네?!
불과 한 달 전, 전화 한 통이 왔다. "도종환의원님께 상 받으신 도예작가님 맞으시죠?" 4년 전 미술대전에서 대상으로 받은 '문화체육관광위원장 도종환' 이름이 찍힌 상패를 쳐다보며 답했다. '네... 누구시죠?' 전화 주신 분은 부산의 한 시내 중앙에 자리하고 있는 제법 큰 소품매장 사장님이셨고 평소 좋아하던 도종환시인의 상을 받은 도자기작품을 보고 연락을 주신 거란다. 그리고 판매할 소품들이 혹시 있는지도. '그럼요! 있다마다요! 공방 안은 이미 쪼꼬미 소품들로 가득 차입죠!'라는 경박스러운 내면의 목소리를 누르고 "아~ 네. 소품샵으로 납품하는 작은 소품들이 있는데 한 번 보여드릴까요?" 그렇게 인연이 되어 나의 쪼꼬미소품들을 납품하게 되었다. 참 뜬금없는 전화였고 신기한 전개였다. 불과 한 달 전이라 지금까지 단 한 번의 납품이 성사되었고 원하는 샘플을 제작 중이라 납품이 꾸준히 이어질지, 흐지부지 끝이 날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 적도 없지 않아 있어 무조건 물량을 만들어 두기보다 최대한 신중을 기하고 있다. 대신, 좋은 기회인 것만은 확실하단 느낌이다.
공방을 운영하면 고정적인 수입이 참 어렵다. 장사라는 게 될 때가 있고 코로나 같은 역병이 또 언제 생겨 날지 모르고 유행에 밀릴 때도 있고 경기침체로 비싼 도자기 체험이 도태될 수 있는 게 한 치 앞을 모르는 게 사업인 것 같다. 도예출강으로 지금껏 야무지게 달려와서인지 공휴일 대부분의 수업은 웬만하면 예약이 마감되고 평일 역시 꾸준하게 불러 주는 곳이 있어 공방 운영에 큰 문제는 없다. 하지만 제품 판매량이 항상 아쉽다. 4~5년 전쯤 아이디어스 핸드메이드 전문 판매점에 입점하고 제품을 꽤 많이 팔았었다. 초반에 들어간 입점 자여서 업체 측에서 영상도 찍어주고 조금 푸시가 있었다. 그런데 20%가 조금 넘는 수수료에 벌벌 떨며 세 달 만에 제품을 모두 내리고 말았다. 그때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하는데 바보처럼 수수료가 그냥 떼이는 돈처럼 느껴졌었다. 그리고 다시는 그 물살을 타지 못하고 코로나를 맞이했다. 말도 못 하게 꼬라박았다는 표현이 딱 정확하다. 제품은 만드는 대로 모든 것이 재고가 되었다. 하고 싶은 것은 많은데 더 이상 놔둘 곳도 없었다.
거리 두기로 수업도 끊기고 온라인판매는 이미 작은 파도를 타기 위한 나 같은 1인 서퍼들의 자리싸움으로 치열했다. 도자기라는 제품은 적어도 재료비와 인건비는 나와야 하는데 밀려오는 공산품과의 가격차이에서 명함도 못 내밀게 되었다. 그러다 찾아온 매장입점 제안. 좋은 기회였지만 문제는 수수료였다. 35%였다가 최종적으로 38%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지 않나. 재고가 많기도 했지만 주문받고 작업이라는 것을 좀 해 보고 싶었다. 외국인들이 80%가 넘는 관광명소라 그런지 20 업체가 선보이는 제품에도 밀리지 않고 나의 쪼꼬미들은 의외로 선전했다. 매달 받는 판매금을 보니 수수료가 높을 만했지만 정작 재료비를 제외하고는 남는 게 없어 결국 3개월 차에 GG선언을 했다. 다시 아이디어스와 스마트스토어에 눈을 돌렸지만 이미 소품 트렌드도 판매 시스템도 달라져 저 멀리 신나게 파도 타는 서퍼들을 구경만 하는 꼴이 되어 있었다. 그 이후 다른 매장에서도 연락이 왔지만 규모가 작은 매장들이라 판매는 미미했다. 수수료는 22%. 높은 수수료를 겪은 탓인지 20%대는 심리적 부담이 확 줄어들었다. '당연히 드려야죠. 관리해 주시고 판매해 주시는데 그 수고로움에 값어치는 당연히 받아 가셔야죠'라는 마음이 깔려있다.
지금이 파도를 향해 핸들링 중이라고 말하고 싶다. 파도를 만날 때까지는 페이스를 유지하며 천천히 나아가야지. 얼굴 한 번 뵌 적 없는 도종환 님 덕분에 이번 납품 기회가 온 것처럼 38% 수수료가 되었든 공모전 출품이든 일단 할 수 있는 일들을 해 보자라는 마음으로 달리고 있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언젠가 모터를 달아 파도 위를 신나게 달리는 날이 오겠지. 1인 소상공인들이여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