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리스 커머스와 그 미래
필자는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아닙니다. 대신 양질의 정보를 이해하기 쉽게 전달코자 많은 조사를 통해 작성합니다. 틀린 내용이나 추가할 내용이 있다면 댓글 남겨주세요. 감사합니다.
2019년 11월 스포츠 용품 업체 나이키(NIKE)는 전자상거래 플랫폼 아마존(AMAZON)에서 직접 판매를 중단했습니다. 이는 나이키만이 아니었습니다. 우리에게 샌들로 익숙한 독일 신발 업체 버켄스탁은 2017년에 판매를 멈췄으며, 노스페이스, 파타고니아 등 여러 업체가 줄이어 중단했습니다.
이들의 아마존 탈출에 여러 가지 이유를 댈 수 있겠지만, 이를 한 단어로 요약하자면 '플랫폼'입니다.
플랫폼은 다양한 유형의 사용자 집단이 각자가 소유한 가치를 교환하는 장소를 뜻합니다. 이러한 가치 교환 과정에서 플랫폼엔 네트워크 효과가 발생하는데요. 네트워크 효과란 같은 제품을 소비하는 소비자가 늘어날수록 그 제품을 소비함으로 얻는 효용이 증가하는 걸 뜻합니다. 가령 노트북 판매자와 구매자가 거래하는 플랫폼이 있다고 해보죠. 거래가 빈번할수록, 더 많은 리뷰가 올라올 겁니다. 이 리뷰는 구매자에게 신뢰를 제공합니다. 이러한 신뢰를 바탕으로 플랫폼에 새로운 구매자가 증가합니다. 구매자가 많이 모인 만큼 판매자는 이윤창출의 기회를 얻게 됩니다. 플랫폼에 새로운 판매자 또한 증가합니다. 규모가 커져가며 노트북뿐만 아니라 주변기기로, PC 카테고리를 넘어 전자기기 전반으로 더욱 확대해 나갈 겁니다. 요컨대 거대한 선순환이 발생하는 것이죠. 특정 분야를 대표하는 전자상거래 플랫폼은 대게 이런 식으로 성장해왔습니다.
플랫폼이 사용자 집단에 항상 도움이 되는 건 아닙니다. 동일한 카테고리에서 경쟁하는 브랜드들처럼, 동일한 카테고리의 플랫폼들 또한 그들끼리 경쟁합니다. 한때 전자상거래 플랫폼이 판매자로 하여금 최저가로 제품을 판매토록 종용한 사건이 문제 된 바 있습니다.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 것이죠. 뿐만 아니라 거래에 대한 수수료도 존재합니다. 물론 플랫폼 사업자가 사용자 집단에게 제공하는 효용만큼, 사용자 집단은 대가를 지불해야 합니다. 다만 대가를 어느 정도 수준으로 결정할지가 관건입니다. 사용자 집단에겐 안타깝게도, 플랫폼 사업자와 사용자 집단 간 협상에서 플랫폼 사업자가 절대적인 우위를 가지고 있습니다. 즉, 플랫폼이 불합리한 제안을 해와도 사용자 집단의 입장에선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이런 배경에서 등장한 게 D2C입니다. D2C는 'Direct to Customer'의 줄임말로, 전자상거래 플랫폼 등과 같은 추가적인 중간 유통과정 없이 구매자에게 판매하는 구조를 뜻합니다. 최근엔 산업 분야를 망라해 많은 업체들이 D2C를 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 배경엔 위에 언급한 플랫폼과의 관계에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플랫폼을 거치면 얻지 못할 소중한 고객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는 장점도 존재합니다. 수집한 고객 정보를 바탕으로 개인화된 브랜디드 콘텐츠와 경험을 제공할 수 있게 됩니다. 이는 강력한 브랜드의 초석이 됩니다. 이 분야의 대가는 역시 나이키입니다. 나이키는 나이키 트레이닝 클럽, 나이키 런 클럽이라는 각기 다른 운동 분야의 앱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수집한 데이터를 고스란히 반영해 '라이브 스토어'를 운영합니다. 이러한 노력은 성과로 이어졌습니다. 코로나 펜데믹을 제외하면 매해 꾸준히 매출이 증가할 뿐 아니라, 증가하는 매출 가운데 D2C의 비중 또한 증가하고 있습니다.
D2C의 등장 배경을 보건대, D2C는 유통 플랫폼의 대척점에 서 있는 유통방식입니다. 그런데 재밌는 건 이 둘 사이에 공통점이 존재합니다.
바로 '헤드리스(headless)' 커머스입니다.
플랫폼 비즈니스의 정점 아마존과 D2C의 대가 나이키. 이들은 모두 헤드리스 커머스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헤드리스 커머스란 백 엔드로부터 프런트 엔드(헤드라고도 불립니다.)를 분리한 커머스를 말합니다. 여기서 백엔드와 프런트엔드를 구분 짓는 기준은 누구와 접하느냐에 있습니다. 재고관리/결제/공급망 관리 등 기업의 사무와 관련된 영역을 백엔드로, 고객과 직접 대면하는 웹사이트 내지 애플리케이션의 인터페이스를 프런트 엔드로 구분 짓습니다.
과거 커머스는 단일 구조(Monolithic 이하 모놀리식)였습니다. 모놀리식 구조는 백엔드와 프런트엔드가 통합된 형태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A사의 하드웨어를 사용한다면 A사가 제공하는 소프트웨어만 사용 가능했죠. 언뜻 보면 하나로 통합해 관리한다는 점에서 간편해 보일 수 있습니다. 만약 복잡하지 않은 환경에서 사용한다면 매력적인 구조입니다. 그러나 오늘날 환경은 굉장히 복잡합니다. 시시각각 새로운 이슈가 생기며, 인터넷을 PC로만 했던 과거와 달리 스마트폰, 스마트워치 등 웨어러블 기기가 끝없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단일 구조의 경우, 이 모든 변화에 대응하려면 프로트엔드와 백엔드 모두를 수정해야 합니다. 각종 기기에 맞춰 각기 다른 구조를 구축해야 합니다. 이는 시간과 돈, 엄청난 비용이 발생합니다. 따라서 변하는 환경에 빠르게 대응코자 등장한 것이 바로 헤드리스 기술, 헤드리스 커머스입니다. 헤드리스 커머스는 백엔드와 프로트엔드를 분리여 굳이 양쪽을 수정하지 않더라도, 원하는 수정이 가능해졌습니다. 또한 하나의 백엔드에 여럿의 프로트엔드 구조를 구축할 수 있습니다. 즉, 수정과 제작에 들어가는 비용이 줄어 변화무쌍한 환경에 대처가 용이해졌습니다. 덕분에 수정은 물론 여러 가지 대안을 제공 있죠. 이제 헤드리스 커머스의 장점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하죠.
소비자가 자신에게 꼭 맞는 개인화를 경험했을 때 계획했던 것보다 더 많은 지출을 할 가능성이 40%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극단적인 예를 하나 들어보죠. 스마트폰 브라우저 앱으로 접속했으나 PC버전이 로딩되는 등의 경험이 있을 텐데요. 이럴 경우 원하는 정보나 버튼을 찾는 게 매우 어려워집니다. 즉, 고객이 정해진 경로를 이탈하면 갈 수 없는 경로가 되어버리는 것이죠. 헤드리스 커머스의 경우, 여럿의 프로트엔드를 구축할 수 있는데요. 덕분에 고객이 사용하는 기기에 적합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개인의 선택이 이탈이 아닌, 그 사람을 위한 경로로 되는 것이죠.
기업이 고객을 가장 많이 잃는 순간은 단연코 '로딩 중'입니다. 한 조사에서 53%의 응답자가 원하는 페이지가 3초 내에 로딩되지 않으면, 해당 페이지를 떠났습니다. 과거 단일 구조가 이에 취약했습니다. 왜냐하면 지원하지 않는 경로의 경우 로딩이 어려운데, 당초 지원하는 경로 자체가 매우 제한적이었기 때문입니다. 반면 헤드리스 커머스는 여러 시도가 자유로워 다양한 기기의 접근에 보다 쉽게 대비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53% 고객을 잃지 않는 셈이죠.
유연성(또는 확장성)
아마존, 알파벳을 거쳐 헤드리스 설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의 CEO가 된 파이살 마수드(Faisal masud)는 월마트가 아마존을 따라갈 순 있어도 앞설 수 없다고 단언했습니다. 2016년 발표에 따르면, 아마존은 커머스 업데이트를 11.7초에 한 번씩 한다고 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변하고 있는 고객에 맞춰, 이들을 구매로 이끌 가장 좋은 방법으로 업데이트하는 것이죠.
전자상거래업체를 지원하는 쇼피파이에 따르면, 사이트 로드 시간 1초 지연은 전제 전환율의 7% 손실로 이어진다고 합니다. 미국 여성 의류 브랜드 비너스는 로드 시간이 1초 미만인 경우가 15.25% 에 그치면서 큰 손실을 입고 있었습니다. 헤드리스 기술을 적용 후, 1초 미만 로드가 72.75%로 상승했는데요. 덕분에 구매 전환율이 24% 증가했습니다.
타겟은 아마존, 월마트와 경쟁하고 있는 미국 유통업체입니다. 이들은 고객 여정에서 특이점을 발견합니다. 80%의 고객이 여정을 시작하는 기기와 마치는 기기가 다르다는 점입니다. 즉, 스마트폰 앱으로 검색해 실제 구매는 노트북 웹사이트를 통해 이뤄지는 것이죠. 이처럼 예측하기 어려운 고객의 여정을 보완코자 이들이 적용한 건 헤드리스 커머스였습니다.
스포츠 용품 브랜드 언더아머 영국 지부는 웹을 통한 접근에서 여러 페이지를 오가는 과정에서 소비자가 불편함을 느낀다는 걸 발견했습니다. 이를 해결하고자 헤드리스 커머스를 적용했는데요. 그 결과 두 자릿수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이탈률이 65% 감소했습니다.
비짓 올랜도는 미국 플로리다주에 위치한 올랜도 시의 지역 관광공사입니다. 올랜도 시는 2018년 미국 도시 중 최초로 한해 방문객이 7000만 명을 돌파한 관광도시입니다. 전 세계 12곳의 디즈니 파크 중 4곳이 이 도시에 있죠. 헤드리스 기술이 적용되기 전 관광공사 직원들은 손수 티켓을 발행했습니다. 엄청난 트래픽을 사이트가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죠. 뿐만 아니라 시스템상 티켓을 하루에 한 번 모아 발행했습니다. 이 시스템은 직원과 고객 모두에게 악몽이었습니다. 직원들은 한 번에 너무 많은 업무를 처리해야만 했죠. 고객의 경우, 티켓 발행 마감 시간에 임박했을 때 아직 발행 시간임에도 발행되지 않은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했습니다. 헤드리스 기술을 적용 후, 매출은 20%가 상승했으며 추수감사절을 포함한 휴가철에 처음으로 직원들이 휴가를 떠났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헤드리스 커머스를 살펴봤습니다. 헤드리스 커머스, 헤드리스 기술은 고객의 길잡이와도 같습니다. 즉, 구매라는 목적지에 정확하고 빠르게 안내하는 것이죠. 길잡이가 필요한 곳은 더욱 늘어날 전망입니다. 예컨대 자율주행차가 널릴 보급되어 사회 내 자리매김한다면, 운전자는 이제 탑승자가 될 것입니다. 탑승자가 된다는 건, 운전에게 빼앗겼던 시간을 다시 되찾는다는 걸 뜻합니다. 따라서 그 시간에 운전 대신 무언가 하게 될 것입니다. 탑승자는 스마트폰이 아닌 차를 하나의 거대한 컴퓨터처럼 사용하게 되리라 보입니다. 이때 필요한 게 헤드리스 기술입니다. 자동차라는 새로운 기기에서도 정확하고 빠르게 안내해주는 길잡이가 되는 것이죠. 그렇다면 정말 중요하게 되는 건 콘텐츠입니다. 헤드리스 기술은 목적지까지 안내할 뿐, 그 이후는 담보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최종에 고객이 구매하게끔 이들을 설득할 콘텐츠가 결국 중요하다 할 수 있겠습니다.
p.s. 적용 사례의 경우 구체적인 방법론에 대한 자료가 없었습니다. before/after를 비교한 수치도 변동률만 제시되어 있어,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는지 판단하기 어려웠습니다. 때문에 제가 참고한 자료들을 하단에 제시해뒀습니다.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나이키 d2c
헤드리스 커머스에 대한 정의, 장단점
https://www.shopify.com/enterprise/headless-commerce
https://www.shopify.com/enterprise/headless-commerce-vs-traditional-commerce
https://www.bigcommerce.com/articles/headless-commerce/#headless-commerce-use-cases
https://www.builder.io/blog/fatal-flaws-of-headless-commerce
https://www.unitygroup.com/blog/headless-commerce-benefits-the-inevitable-direction/
https://www.cbinsights.com/research/report/what-is-headless-commerce/
https://www.smartinsights.com/ecommerce/ecommerce-strategy/case-headless-commerce/
https://www.shinsegaegroupnewsroom.com/63041/
아마존 관련 헤드리스 커머스
https://www.linkedin.com/pulse/headless-commerce-how-amazon-steals-christmas-faisal-masud/
서베이
https://www.shopify.com/enterprise/site-performance-page-speed-ecommerce
헤드리스 기술 적용 사례
https://www.simicart.com/blog/headless-commerce-examples/
원문. https://www.bigcommerce.co.uk/articles/headless-commerce/headless-commerce-success-stor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