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에서 답을 찾다.
지난 6일(현지시간) 월마트가 VR 스타트업인 스페이셜 랜드(Spatialand)를 인수한다고 밝혔습니다. 아마존이 홀푸드를 인수하면서 불붙게 된 유통전쟁을 위한 포석으로 보입니다. 스페이셜 랜드는 월마트가 VR/AR 애플리케이션을 제작하는데 크게 도움이 되리라 보입니다. 이를 통해 'contextual commerce'를 구현하는 게 월마트의 현재 목표입니다. 'contextual commerce'를 직역하면, '맥락상의 거래'입니다. 실제 의미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tv 프로그램, 페이스북 게시물, 인스타그램 스토리에서 맘에 드는 물건을 발견하면, 인터넷에서 따로 검색을 하고, 물건을 구입해왔습니다. '맥락상의 거래'는 '분리된 정보수집-처리과정'과 '구매과정'을 하나로 통합한 거래를 의미합니다. 즉, 우리가 본 맥락(tv쇼, 페이스북 게시물, 인스타그램 스토리)에서 바로 마켓으로 연결되어 구매가 가능한 걸 뜻합니다. 이를 통해 고객에게 '즉시성'과 '편의성'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한편, 스페이셜 랜드의 실제 인수는 '스토어 넘버 8(Store No 8)'이 맡았습니다. 스토어 넘버 8은 월마트 창업주인 샘 월튼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험했던 매장인 미국 아칸소 지점의 주소에서 유래됐습니다. '스토어 넘버 8' 은 2017년 4월에 출범해 현재 신기술과 월마트를 잇는 전초기지입니다. 월마트가 이와 같은 전초기지를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
1월 30일 글로벌 명품 브랜드인 프랑스의 루이비통이 국내에 온라인 매장을 출점했습니다. 루이 비통하면 백화점 1층에 으리으리하게 자리 잡은 매장이 생각납니다. 하지만 백화점의 상징이자 자존심이었던 명품 매장들이 하나둘 힘을 잃었습니다. 원인은 '지속적인 매출 하락'입니다. 장고 끝에 명품 브랜드들은 온라인 스토어를 출점했습니다. 명품의 프리스티지마저 꺾어버린 온라인의 위력과 홀푸드를 인수하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무는 아마존. 이 두 가지만으로 월마트에게 '스토어 넘버 8'이 필요한 이유가 충분히 설명됩니다.
원문에 따르면 VR뿐 아니라 AR, AI 등 트렌디한 신기술을 전자상거래에 획기적으로 적용하기 위해 스토어 넘버 8을 설립했다 합니다. 맞는 말이지만, 반만 맞는 말입니다. 스토어 넘버 8은 온라인만을 위해 존재하지 않습니다. 언젠가 월마트의 모든 거래가 온라인에서 이뤄질 수 있지만, 현재까지 가장 중요한 건 오프라인 매장이라는 사실에 아무도 부정하지 않을 겁니다. 따라서 트렌디한 신기술은 오프라인 매장과 전자상거래(온라인)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이음새로 사용해야 합니다. 즉, 세밀하고 차별화된 경험이 되는 겁니다. 고로 트렌디한 신기술로 온오프라인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경험을 개발하는 것이 '스토어 넘버 8'의 종착지라 할 수 있습니다.
세밀하고 차별화된 경험이 필요한 이유는 오프라인 매장이 갖는 공간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이 정리대로라면 '경험'이 낄자리가 없습니다. '경험'의 자리는 지역적 접근의 한계에 있습니다. 그 지역만이 갖는 뚜렷한 특성을 찾기가 어려우며 단시간에 이를 최적화시키기란 정말 힘듭니다. 이로 인해 대부분 매장은 페르소나적 접근과 소비자적 접근만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결국, 어느 매장을 가도 이름만 다를 뿐 알맹이는 같고, 따라서 굳이 특정 매장을 찾아갈 이유가 없습니다. 우리나라의 편의점을 생각하면 이해가 빠릅니다. 대부분의 편의점은 똑같습니다. 이마트 24의 지역적 접근을 엿볼 수는 있지만, 그렇지 않은 매장이 절대다수입니다.
이쯤에서 지역적 접근이 해결되어도, "경쟁 기업도 똑같은 접근을 하면 어떡하냐?"라는 물음이 생길 겁니다. 하지만 그 지역을 무엇으로 해석할지, 그 해석을 어떤 방식으로 표현할지에 따라 매장의 모습은 무궁무진하다고 생각됩니다.
즉시성, 편의성이 극대화된 온라인과 수많은 경쟁업체, 공간에서 지역적 접근의 한계는 오프라인 공간을 활용한 모든 기업들의 고민거리입니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건 세밀하고 차별화된 경험뿐입니다. 월마트의 경우, 온라인으로 외연을 확장하고 이를 오프라인 매장과 연결해야 했습니다. 따라서 트렌디한 신기술의 적용했습니다. 지역적 접근의 한계를 극복하는데 무조건 신기술일 필요는 없습니다. 한국에 매장이 생기느니 마느니 한때 논란이었던 블루보틀이 있습니다. 블루보틀은 신기술이 아니라, 바리스타가 커피를 만드는 추출공정을 그대로 보여주며 '진정성 있는 장인정신'이란 경험을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참고자료
사진출처
한지붕 두 편의점 - 아시아경제
카페 오가다 - 오가다
이마트 24 삼청점 - 뉴스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