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술이 성공하기 위한 조건
신기술이 성공하기 위한 조건은 다음과 같다.
1. 고객의 니즈를 파악해, 아날로그의 영역과 디지털 영역으로 구분 지어 두 영역의 공존을 이끌어 내야 한다.
2. 맥락에 맞는 적절한 기능으로 몰입감을 높여야 하고, 뻔하고 인위적인 맥락이 아닌 숨겨진 맥락을 발굴해야 한다.
3. 이전에 없던 새로운 자극으로 고객에게 다채로운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4. 신기술의 완성도와 사람의 인식 사이에서 생기는 강한 거부감에 대해 올바른 대처가 필요하며, 거부감을 최소화해야 한다.
2017 칸 국제광고제에서 음성인식에 관한 프로젝트 하나가 공개됐다. 독일 노드수드 출판사(NordSüd Verlag)의 프로젝트다. 음성인식과 출판사라 하면, 책 내용을 읽어주는 프로젝트가 눈에 선하다. 하지만 이 출판사는 그렇지 않았다. 바로, 배경음을 틀어주는 앱이다. 프로젝트에 따르면, 엄마가 아이에게 동화를 읽어준다. 엄마가 읽는 내용을 인식한 음성인식 스피커는 내용 속 상황에 적절한 배경음 또는 효과음을 아이에게 들려준다. 왜 주가 되는 동화가 아닌, 부 가되는 배경음을 들려줄까?
바로 '디지털-아날로그의 공존', '적절함으로 몰입감 고조-숨겨진 맥락의 발굴', '감각을 자극하는 다채로운 경험'그리고 '불쾌한 계곡(Uncanny Valley)' 때문이다
공존의 이유는 고객의 니즈에 있다. 엄마가 아이에게 동화를 읽어주는 건, 아이의 요구 때문 일 수 있지만 본질은 아이와 친밀한 관계 형성이다. 때문에 출판사는 아날로그의 영역이자 '엄마-아이 관계 쌓기'의 주요소인 '동화 읽기'와 디지털의 영역이자 보조 요소인 '배경음'으로 구분 지었다. 맥락에 맞는 '배경음'은 '동화 읽기'에 아이가 더 몰입할 수 있게 해준다. 이는 삼겹살과 소주처럼, 대체재가 아닌 보완재로서 신기술에 접근한 출판사의 관점을 느낄 수 있다.
낄낄빠빠란 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지라의 줄임말이다. 갓 제대한 이승기가 시도 때도 없이 군대 드립을 시전 한다. 참다 참다 양세형은 터지고 만다. 신기술도 마찬가지다. 맥락에 적절한 행동이 필요하다.
사람 : 누구(SKT가 내놓은 AI스피커)야, "How far I'll go"를 틀어줘
누구 :...??
사람 : (답답) 하우 퐐 아이 엘엘 고 틀어줘
누구 : 하우 퐐 아이 엘엘 고 틀어드릴게요
사람 : 후....
한숨부터 나온다. 얼마나 답답한 상황인가. 맥락에 적절한 답을 한다면, 자주 이용하게 된다. 하지만 그 반대라면 당장 스마트폰을 꺼내 음악 앱에서 노래를 직접 찾아틀게 될 것이다. 따라서 적절한 낄낄빠빠가 필요하다.
맥락에 맞는 행동을 할 수 있다면, 중요한 건 숨겨진 맥락을 찾는 것이다. 동화책 읽기처럼 누구나 상상할 수 있는 맥락에서 신기술은 진부할 따름이다. 멀리 갈 필요 없이 여자 친구에게 선물을 주는 상황을 떠올려보자. 100일, 1주년에 주는 꽃다발보단, 아무런 날이 아닌 날에 주는 꽃 한 송이에서 더 아름다운 여자 친구의 미소를 볼 수 있다. 즉, 뻔한 맥락이 아닌 숨겨진 맥락이자 인위적이지 않은 맥락을 찾는 게 중요하다.
페이스북은 1년 전 AR카메라 플랫폼을 개발한다고 발표했다. 페이스북뿐 만 아니라 많은 기업들이 AR기술 개발에 뛰어들었다. AR기술의 티핑 포인트는 새로운 자극이다. 마치 엄마가 읽는 동화를 인식하고 AI 스피커가 들려주는 '배경음'처럼 말이다. 새로운 자극은 고객을 구매로 이어지게 하는 강력한 후킹 장치가 될 것이다.
이 광고는 2017년 슈퍼볼 당시 아마존이 공개했던 알렉사 광고다. AI비서인 알렉사는 감기에 걸린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게 되고, 알렉사의 역할을 여러 셀럽이 대신한다. 그중 우리에게 친숙한 고든 램지도 있다. 주목할 부분은 country music 부분이다. 소파에 앉아 신문을 읽던 남자는 알렉사에게 country music을 주문한다. 하지만 알렉사는 묵묵부답이다. 이는 실제 알렉사가 사람의 말을 이해하지 못할 때 발생하는 일종의 버그다. 아마존이 명백한 기기 오작동임에도 불구하고, 이 부분을 언급한 건 불편한 계곡(Uncanny Valley)과 관련이 있다.
불쾌한 계곡(Uncanny Valley)은 신기술의 완성도와 인간의 인식 사이 괴리에서 생기는 강한 거부감에 대한 로보틱스 이론이다. 이세돌을 이긴 알파고처럼, AI스피커에게 많은 걸 기대한다. 하지만 광고에서 보듯 실제로 기대만큼 작동하지 않는다. 아마존은 이를 인정하고 유쾌한 광고를 내놓았다. 마치 조금만 기다려달라는 귀여운 메시지로 해석된다. 거부감은 고객의 기기 이용은 물론 잠재 고객의 구매과정에서 악영향을 준다. 그렇기 때문에 아마존은 거부감이 발생한 고객의 인식을 개선하고자 이런 광고를 내놓았다. 신기술이라면 피할 수 없는 문제다. 따라서 위기를 적절하게 대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엄마의 발음이 정말 이상하거나 직접 동화책을 짓지 않는 이상, 동화책의 문장은 이미 출판사 앱에 내장돼있다. 따라서 불쾌한 계곡(Uncanny Valley)이 생길 가능성이 매우 낮다. 자연스레 거부감을 줄일 수 있다.
커버 이미지 출처. 카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