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팅 앱 사례로 보는 최적 자극 수준, 사각형이 아니라 정육면체를 봐라
2018년이 밝았습니다. 새해를 맞이하는 방법은 매우 다양합니다. 더 늦게 나이를 먹고자(?!) 해외여행을 떠나거나, 올해의 첫 해를 보고자 정동진으로 떠나거나, 제야의 종소리를 듣고자 보신각으로 가거나, 사랑하는 사람과 뜻깊게 보내고자 좋은 호텔에 가거나. 새해를 맞이하는 방법이 다양한만큼 새해 소망도 다양합니다. 그중 대표적인 소망 하나를 꼽자면,
솔로탈출을 위해 우리는 이전부터 여러 가지 방법을 써왔습니다. 길에서 마음에 드는 이성의 번호를 물어본다든지, 동아리와 같은 많은 사람이 있는 모임에 다녀본다든지, 심지어 교회를 나가본다든지. 이 중에서 가장 보편적인 방법은 단연 소개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연인을 만들기 위한 방법으로 우리가 소개팅을 애용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무엇보다 보증된 사람을 만나기 위함입니다. 우리가 해야 할 눈앞의 과제와 보이지 않는 주변의 압박, 다른 일을 하고 싶어도 할 여력이 없습니다. 아등바등 사는 시간을 쪼개 누군가 만난다는 건 참 어려운 일입니다. 그렇기에 조금 더 믿을만한, 조금 더 괜찮은 사람을 만나고자, 대부분이 꿈꾸는 운명 같은 사랑은 아니지만 소개팅을 합니다. 지금껏 우리는 알음알음을 통해 누군갈 소개받아왔습니다. 그런데 스마트폰이 생긴 후 새로운 소개팅 방법이 생겨났습니다. 바로 소개팅 앱 혹은 데이팅 앱입니다.
분야를 막론하고 점수는 평가의 잣대로 쓰입니다. 때로는 점수의 기준이 무엇인지, 누가 매겼는지를 보지 않고 점수로 매겨진 순위만을 바라볼 때가 있습니다. 바로 주객이 전도된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 세계에서 제일 예쁜/잘생긴 사람 1위입니다. 간혹 외국 사이트의 블로거가 자기의 입맛에 맞춰 매긴 순위를 마치 공신력 있는 순위인 것 마냥 이를 인용해 국내 일부 유사언론이 쓰기도 합니다. 이처럼 숫자가 갖는 힘은 대단합니다. 소개팅 앱에서 '점수'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나타내는 척도가 됩니다. 나름의 공신력을 부여합니다. 우리는 이 '점수'를 가지고 소개팅 앱을 시작하게 됩니다.
점수에서 오는 재미도 있지만, 표면적인 이유는 역시 '수질관리(?!)'입니다. 앱을 통해 알 수 있는 상대방의 정보라곤, 상대가 직접 입력한 자기소개와 사진뿐입니다. 유저들은 사회적 지위, 돈, 외모, 커리어에 대한 열정 등을 주로 사진으로 알립니다. 대표적인 예로 흰 가운을 입고 찍는 사진입니다. 그 사람이 실제로 의사인지 아닌지와 상관없이, 흰 가운은 그 사람으로 하여금 '의사'라는 이미지를 떠오르게 합니다. 어쨌든, 각자가 얼마나 매력적인 사람인지 이성에게 어필을 하는 것이고, 소개팅 앱은 이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점수'를 도입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본질이 아닙니다.
친숙성 - 친하여 익숙한 성질
신기성 - 새롭고 기이한 성질
최적 자극 수준 - 행동의 동기를 유발하고, 아울러 행동까지 이어지게 하는 '최적'의 자극 수준
zuckerman의 이론에 따르면, 경험의 친숙성과 신기성을 적당히 조절해야만 사람에게 동기가 부여되고 행동으로 까지 이어진다고 합니다. 우리에게 어플을 통한 소개팅은 매우 '신기한' 경험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는 호기심을 넘어 거부감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이를 보완해줄 '친숙한 장치'가 필요합니다. 마치 소개팅에 '주선자'가 있듯이 말입니다. 이렇게 설계된 장치가 바로 소개팅 앱의 '점수'입니다.
최적 자극 수준은 절대적인 수준이 아닙니다. 즉 사람마다 이 수준은 다릅니다. 위험회피 성향인 사람들은 보다 친숙한 경험을, 위험 도전 성향인 보다 신기한 경험을 선호합니다. 따라서 최적 자극 수준은 경험을 토대로 학습된 개인의 위험 인식 성향에 따라 달라집니다.
'점수' 제도는 많은 말을 만들어냈습니다. 사람을 돈, 외모, 사회적 지위와 같이 도구적 가치로만 평가하는 게 아니냐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상대방을 보증해줄 '주선자' 가 없는 앱에서 '주선자'가 될 수 있는 건 점수뿐 입니다. 따라서 마냥 나쁘다고 할 수 없습니다.
주사위를 한 면에서만 보면 사각형이지만 여러 면에서 보면 정육면체인 것처럼, 우리가 소개팅 앱으로 상대방을 만난 후에 해야 될 일은 '사진'과 자기소개로 만들어진 '점수'를 확인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의 다른 면을 찾는 게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