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어떤 이야기가 되든 두려워하지 말자

계속 쓰는 삶을 위해

by April
P20250829_184208399_FFAD5414-1737-4BC3-BAC3-D3522E0D18E7.jpg?type=w966

"너 재능있어. 계속해"

요즘 내가 제일 듣고 싶은 말. 글을 쓰면 쓸 수록, 더 잘 쓰고 싶어질 수록 내가 의심된다.몇 번을 퇴고하고, 발행하고, 분명 만족했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보면 또 평면적으로 다가온다. 일 더하기 일은 이나, 콩으로 메주를 쑨다는 것처럼 뻔하고 재미없는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고 있는 기분.


이미 올린 글을 몇 시간 째 노려본다. 쉼표를 이리 저리 움직이고, 문장의 순서를 바꾸고, 삭제하고, 다른 단어를 써본다. 이제 됐다 싶으면, 또 거슬리는 부분이 생긴다. 에세이를 썼다가 소설을 썼다가, 결국 하고 싶은 말이 뭐였더라, 원점으로 돌아간다. 발행되지 못한 글들과 부끄러움은 먼지처럼 쌓여만 간다.


그래서 부럽다. 뭔가 다른 게 있는 사람들. 남다른 감각을 쥐고, 그걸 활개 치듯 글에 풀어내는 사람들. 많은 이에게 닿는 문장을 써내는 사람들.


나는 애매하다. 잘하지도 못하지도 않는 그 어중간함에 치가 떨린다. 그걸 ‘작은 재능’이라 이름 붙이고 매달리는 게 어쩌면 우스울지도 모른다. 노력해도 닿을 수 없는 벽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나는 아직 그 벽을 두드리고 있다. 괜찮은 글 말고, 아주 좋은 글을 쓰고 싶어서.


그저 내가 쓰는 사람으로 살아가기 위해 글을 쓸 때 지킬 원칙을 세운다.

어짜피,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순 없다. 나부터 만족 시키자. 글을 많이 쓰고 삭제하자.

구체적인 문장은 힘이 있다.

청자를 고려하면 쓰기 어렵다.

이것이 어떤 이야기가 되든 두려워하지 말자. 두려워하지 말자고. 되뇌인다.



"애매함에 치를 떨게 되는 순간이 있다. 이도 저도 아닌 나를 견딜 수 없는 순간.

성격, 모나지 않음. 재능, 중간 정도. 외면, 몹시 평범. 내면, 못 되진 않음

어느 쪽에도 깊게 속하지 못하는 것이 근사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확고한 사람이고 싶었다. 이왕이면 좋은 쪽으로.

그러나 나쁜 쪽으로도 확고히 빠져들지 못했을 때, 그떄에도 내가 미워진 것은 왜일까.

우울, 병원에 갈 정도는 아님. 다이어트 강박, 많이 먹으면서 양심은 찔림

불면, 때에 따라 잘잠. 완벽주의, 대충 살고 있으면서 불안함

나를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참 재미없는 사람같다.

복도에 서 있기 보다는 어느 한 끝 방 안에 들어가 푹 눌러앉고 싶었다.

나는 늘 복도에 머무는 사람.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그것에 작게 좌절하고 또 작게 일어서는 그냥, 사람.

재미없게는 살아도 거짓으로 살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그저 복도에 서있다. 미지근한 복도에 이런 애매한 나는 그냥 나다."

<무명의 감정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삶과 죽음의 경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