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간
백일이 막 지난 아이를 친정엄마에게 맡겨두고 출근하기를 1년 2개월, 나는 5년 이상 다닌 직장을 그만두기로 마음먹었다. 내 엄마에게 노년에 짐을 지워드리는 것 같은 미안함과 아이에게 잠들기 전까지 고작해야 2-3시간밖에 함께 보내줄 수밖에 없는데 대한 죄책감이 첫 번째였다. 그리고 두 번째는 업무에 대한 피로도였다. 그렇게 일을 그만두고 나는 아이와 그동안 함께 보내지 못했던 시간을 보상해주듯 하루를 꽉꽉 채워 보내려 노력했다.
그리고 퇴사한지 6개월여만에,
나는 다시 워킹맘이 된다.
몇 주 전, 아이가 어린이집에 잘 적응해가는 것을 보며 취업사이트에 이력서를 오픈해두었다. 무슨 자신감이었는지 나는 자기소개서 가치관란에,
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사랑입니다. 아이를 낳고 더욱 그렇습니다. 전공을 살려 일은 하고 싶습니다. 다만 아이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여유가 있도록 덜 벌더라도 덜 일하고 싶습니다. 엄마로서의 삶이 지금 제게 무엇보다 소중합니다. 토요일, 일요일은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서 쉬어야 합니다. 이 조건도 괜찮으시다면 연락 주세요
라고 기재했다.
(간호사가 주 5일로 토, 일을 쉬는 건 그리 흔치 않다)
한 군데서 연락을 받았다.
그리고 나는 바로 오케이 했다.
직장의 규모도, 월급도 이전 보다 적어졌다. 대신 정직으로 주 3회 출근을 한다. 그리고 주 3회 모두 오후 2시 30분에 퇴근을 한다. 출근이 일러 그날에 어린이집 등원은 함께하지 못하겠지만, 지금처럼 오후 3시 30분에 매일 아이의 하원은 내가 시킬 수 있다는 사실에 나는 만족했다. 그리고 하원후에도 아이와 넉넉히 시간을 보낼 수 있으며, 출근하지 않는 요일엔 또 나의 시간도 넉넉히 보낼 수 있겠지.
사실 조금 어릴 땐, 직장의 규모와 네임밸류, 그리고 월급이 꽤 중요했다. 아니, 사실 그게 직장을 선택하는 기준이었는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게 내 직장 이름을 말했을 때 누구나가 알만한 곳이면 좋겠다는 허세 가득했던 생각.
지금 내게 중요한 건, 내 삶에서 소중한 순간들을 놓치지 않고 살아내는 것이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로 돈을 벌되, 소소하게 좋아하는 취미를 꾸준히 즐기며, 그 속에서 기뻐하고 웃으며 그냥 그렇게 하루하루 살고 싶다.
어쨌든 꽤 오랜만에 근무하게 되는 파트에서 낯선 사람들과 또 새로운 시작이다. 예전엔 나이가 들어갈수록 ‘새로움’과 ‘시작’이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생각했는데, 지금은 아니다. 오히려 더욱 시작이라는 걸 조금 더 나답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나조차도 잘 몰랐던 허세 가득했던 젊은 날에 내가 아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