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년 만의 복직 후 8개월 생활 후기
안녕하세요, 벤자민입니다.
이 글은
육아휴직을 고민하고 있는 남편들,
그리고 이제 막 육아휴직을 시작했거나 앞두고 있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참고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씁니다.
정답을 말하려는 글은 아닙니다.
다만, 먼저 다녀온 사람이 남기는 기록이니
편하게 읽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직했을 때,
가장 먼저 느낀 감정은 미안함과 눈치였습니다.
제가 없는 동안
팀원들이 내 일을 대신해 줬다는 걸 알기에
힘들었다는 이야기도 최대한 들어주려 했습니다.
몇몇은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는지 안다”는 말투였지만,
대부분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벤자민 당신이 없어서, 내가 일이 많았어.
그 말이 틀리지는 않았기에
웃으며 넘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일도 쉽게 손에 익지 않았습니다.
같은 일을 하고 있었지만
감각은 이미 많이 떨어져 있었고,
적응하는 데만 세 달 가까이 걸렸습니다.
육아 100%에서
직장 50%+육아 50%로 돌아온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그 위에 다시 일이 얹힌 느낌이었습니다.
몸보다 마음이 더 바빴던 시간들이었습니다.
그래도 분명히 달라진 게 하나 있었습니다.
아이들과의 관계였습니다.
예전에는 퇴근 후 집에 들어가도
아이들이 크게 반응하지 않았습니다.
아빠는 늘 그 자리에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문을 열면 아이들이 먼저 달려 나옵니다.
“아빠!” 하고 부르며 안기는 순간,
하루의 피로가 잠깐 멈춥니다.
함께 보내는 시간이 줄어든 대신,
짧은 시간 안에 더 집중하게 됐습니다.
대충 넘길 수 없는 순간들이
자연스럽게 늘어났습니다.
복직 후 한 달쯤 지났을 무렵이었습니다.
금요일 저녁,
아이를 재우기 전 침대에 누워 있는데
첫째가 갑자기 물었습니다.
“아빠, 토요일에도 회사 가?”
“아니? 아빠 회사 안 갈 건데. 왜?”
아이의 얼굴에
이해되지 않는 표정이 스쳤습니다.
그러더니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상하다.
아빠 토요일마다 다른 회사 갔잖아.”
순간,
말문이 막혔습니다.
아파트 임장을 갈 때마다
아이에게
“아빠 다른 회사 출근해”라고 설명했던 기억이
뒤늦게 또렷하게 떠올랐습니다.
저는 잠시 생각하다가
아이에게 말했습니다.
“아… 물론 더 가면 좋겠지만,
지금까지 다녔던 걸로 충분해.
필요하면 가끔, 짧게 다녀와도 될 것 같아.”
아이는 그 말을 듣고
“그래?” 하고는
이내 다른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하지만 나는 그날 밤
쉽게 잠들지 못했습니다.
아이에게 했던 그 말이
사실은
제 자신에게 해주고 싶었던 말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동안
가족과의 삶보다는
‘어떻게든 빠른 경제적 자유’에만
집중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회사 밖의 활동에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쏟고 있었고,
그걸 가장 정확하게 알아본 사람은
다름 아닌 아이였습니다.
복직한 뒤에도
여전히 부족하고,
여전히 서툽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육아휴직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거라는 점입니다.
아이들과의 관계,
아내와의 역할 분담,
그리고 내가 무엇에 시간을 써야 하는지까지.
육아휴직은
모든 걸 바꿔주진 않았지만,
적어도 돌아와서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는 분명하게 만들어줬습니다.
육아휴직이
모든 남편에게 같은 답이 될 수는 없을 겁니다.
다만, 고민하고 있다면
‘쉬는 시간’이 아니라
‘살아보는 시간’으로
한 번쯤 생각해 봐도 괜찮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시 출근한 지 8개월이 지났고,
저는 여전히 배우는 중입니다.
그렇지만
육아휴직을 선택했던 그 시간만큼은
지금도 제 삶 어딘가에
분명히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