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딩박람회에서 호되게 얼이 빠지고 며칠 동안은 서로 짠 듯이 결혼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너무 시달렸던 탓이었을까. 우리는 잠시 결혼 이야기를 접고 맛집 이야기나 했다.
허나 모든 일에는 가르침이 있는 법이다. 결혼 준비의 큰 줄기를 훑어보니 웨딩홀과 신혼집이 가장 큰 요소라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식장이 없으면 결혼식을 못하고 신혼집이 없으면 같이 살 수가 없는 법. 역시 대한민국은 부동산인가. 음? 아무튼 신혼집은 너무 큰 일 같아서 웨딩홀을 먼저 알아보기 시작했다.
다행히 웨딩홀은 업체를 끼지 않고서도 다양한 방법으로 투어 및 예약이 가능했다. 이마저도 플래너가 필요한 일이었다면, 우리는 결혼 준비를 그만두었을지도 모른다. 예비부부들 사이에서 유명한 결혼 어플 하나를 설치하니 편리하게 웨딩홀을 비교할 수 있었다.
마음에 와닿았던 앱의 시작 화면
웨딩홀을 고르는 기준은 사람마다 상황마다 다르겠지만, 우리에게는 명백한 고려 사항이 있었다. 양가 모두 지방에 위치해서 부모님의 하객들 일정을 감안해 토요일 오후 일정을 선호했고, 도로 사정을 생각해서 강남 지역을 중심적으로 알아보았다. 코로나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상황이 나아지겠지, 라는 희망을 갖고 밥도 맛있는 곳으로 찾아보았다.
무엇보다 우리가 추구하는 결혼식은 평범하고 무탈한 식이었다. 전형적인 한국식 결혼식. 교통이 편리하고 밥이 맛있어서 훗날 누군가 결혼식을 떠올리면 '그래, 그 정도면 무난했지.' 라는 평을 들을 만한. '밥이 맛있었지.' 라는 극찬을 들으면 더 좋겠지만. 대충 그런 느낌의 결혼식을 목표로 장소를 살펴봤다.
살펴본 결과 A홀과 B홀로 선택지를 줄였다. 앱을 통해 같은 날 12시와 4시로 방문 예약을 마쳤다. 아주 일사천리였다. 편리한 21세기 같으니.
"오빠, 이번 주 토요일 12시, 16시에 웨딩홀 투어 하려고. A홀을 보고 B홀로 이동할 거고 점심은 근처 ㅇㅇ에서 먹자. 혹시 걸리는 거 있어?"
"아니 없어, 그렇게 하자."
싫다고 했으면 살짝 짜증 날 뻔했는데, 남자 친구는 훌륭한 예스맨이었다. 바람직한 팀원 같으니. 그렇게 우리의 첫 번째 웨딩홀 투어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