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두루 do rough Dec 06. 2020

「30살 앞 30날」D-27

4. 27

30살 앞 30날



4. 27, forever 27



and I don't wanna die young

like a brian

fuck 27 club 하고 싶은 게 더 많어

<Aquathlon>, 재달 



향년 27세에 유명을 달리한 아티스트들을 묶어서 부르는 이름, forever 27 club. 롤링스톤즈의 브라이언 존스, 전설적인 기타리스트 지미 헨드릭스, 너바나의 커트 코베인 등 한 획을 그은 락스타들을 시작으로, 27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요절한 아티스트들의 공통분모가 만들어낸 개념이다.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재능을 몸이 버티지 못했기 때문이거나, 어린 나이에 찾아온 성공에 휩쓸려 알코올이나 마약 중독에 빠졌기 때문이거나, 아티스트로서의 부담감과 감수성에 휩쓸려 자아가 매몰당했기 때문이거나. 



중학교 2학년, 지금으로부터 15년 전에 이승환 콘서트의 오프닝 밴드였던 Nell 의 공연을 보고 록 음악에 입문했고, 어느새 10년째 이런저런 밴드에서 드럼 연주를 해온 사람으로서, 절대 모를 수가 없는 이야기이다. 

어릴 적엔 27살이라는 나이는 소수의 천부적 재능을 가진 사람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별한 스위치라고 생각했다. 이상적이고 신화적인 이야기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만든 왜곡된 시선이었다. 아마 그 당시에는 나도 27살이 되었을 때 그 스위치를 받는, 죽음의 기로에 놓일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허무맹랑한 망상을 했을 것이다.



이 글을 쓰기 전에, 나무위키에서 forever 27 club 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찾아봤다. 익숙한 정보들 사이에서 발견한 새로운 정보가 있었다. Nell 이 2006년 발매한 정규 3집, <Healing Process> 에 대한 이야기. 팬들에게 명반으로 손꼽히는, 우울과 분노와 죽음의 이미지가 짙게 깔린 그 앨범은, 멤버 4명이 모두 동갑인 그들이 27살이던 때 만든 것이었다. 

우연의 일치겠지만, 일찍이 밴드로서 함께 활동한 27살들의 고뇌가 담긴 작업물이 그렇다는 것은, 어쩌면 우연이 아닌 것일지도 모른다.



15년 동안 잊지 않고 즐겨 들어왔던 만큼, 나의 27살도 Nell의 노래와 함께 했을 것은 분명하다. 그 노래를 듣던 나의 27번째 삶은 어떠했을까. 나의 2018년은 어떠했을까.



나의 기억 속에서, 2018년은 극적인 상황이 연속된 해였다. 

꿈꾸던 곳에 취업을 했고, 신입사원으로서 좋은 인상을 남기기도 했지만, 동시에 이별의 상실감을 겪기도 했고, 목표를 잃고 방황하기도 했다.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이 쫓아오고, 다시 좋은 일이 이어지는 롤러코스터 같은 흐름이었다. 인생에서 가장 큰 성취감을 느끼기도 했고, 동시에 첫 번 아웃을 경험하기도 했다. 27번째 삶은 좋든 싫든 간에 이후의 내 삶에 있어 큰 양분이 되었다.



27 club 에 가입할 자격을 얻기에는 그때도 지금도 여전히 한참 부족하다. 그 대신, 나는 이따금씩 ‘난 50살에 죽을 거야’라는 얘기를 진지하게 꺼낸다. forever 50 club 이 만약 있다면 그곳에 내 삶의 전부를 새긴 이력서를 내고 싶은 마음이랄까. 

굳이 이런 얘기를 꺼내는 것은, 나이 50, 120세 시대에 파릇파릇한 청춘에 가까운 그 나이에 죽어도 여한이 없을 만큼 열심히 잘 살고 싶다는, 그렇게 살아야 한다는 나를 향한 외침이자 꾸짖음인 것이다.



지금 어디 있나요 대체. 어디서 뭘 하나요.

모두 뿌리쳐 버릴지라도 내 손 꼭 잡아주겠다더니.

지금 어디 있나요.

<good night>, Nell



나에게는 이 노래의 가사가, 27살에 삶의 기로에 놓일 뻔한 자신에게 누군가 위로의 한 마디를 건네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것처럼 들려왔다. 이 노래는, 지치고 힘든 나의 우울함을 몇 배로 증폭시키면서, 동시에 아주 뜨거운 포옹을 건네며 나의 27번째 삶을 위로해주었다.



몸과 마음이 잔뜩 상한 채 맞이했던, 27번째 삶의 끝에서. Fuck 27.




글쓴이   두루 Do, rough

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1인 기획-편집-디자인 독립 잡지 「매거진 손」을 제작하고,

우리 주변의 소소한 이야기를 솔직하게 다루는 1인 출판사 [스튜디오 두루]를 운영 중입니다.

글쓰기를 통해 나와 주변과 세상을 바라보며 스스로를 치유하고 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30살 앞 30날」D-28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