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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루 do rough Oct 02. 2021

+26, 돈을 보여다오.

SHOW ME THE MONEY!

당연히, 잠을 설쳤다. 

한 번 시작된 고민은 걷잡을 수 없이 가지를 뻗어나갔고, 나는 그 고민의 끝을 잡기 위해 밤을 뜬 눈으로 지새워야 했다. 그리고 또 당연하지만, 그 끝은 없었다.


마지막 기회라는 말이 급박하게 느껴진 탓도 있고, 지원을 한다고 반드시 합격인 것도 아니었기에, 우선 지원 을 해보기로 했다. 

얼마 만에 써보는 자기소개서더냐. 경력사항에 대한 내용을 적는 중에는 잠시 멈칫하기도 했지만, 정말 난관은 따로 있었다.


자기소개서의 첫 번째 질문은 이러했다. ‘어떤 동기로 우리 회사에 지원하셨나요?’ 


다시금 고민 나무가 쭉쭉 자라나기 전에, 마음을 다스리려 급하게 향을 피운다. 그리고는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혀줄 침향 내음을 맡으며, 곰곰이 다시 생각해본다. '나는 왜 이 회사로 돌아가려 하는 것인가?'


머릿속 고민 나무에는 어느새 돈 열매가 가득 맺혔다. 아무리 생각해도 돈을 벌어야 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이유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렇다고 돈이 필요해서 지원했다는 내용을 자기소개서에 쓸 수는 없는데.


나는 그렇게 낙엽처럼 떨어지는 돈다발을 우두커니 서서 맞으며, 몇 시간을 멍하니 흘려보내야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다 못해 어느새 지원 마감 기한이 코 앞으로 다가와버렸다. 자기소개서를 괜히 자소설이라고 하겠는가. 나는 되지도 않을 핑계를 대며 허겁지겁 서류를 마무리하고 나서야, 마감 시간을 몇 분 남기지 않은 아슬아슬한 때에 메일을 전송할 수 있었다.


그때까지도 오직 머릿속에는 마지막 기회라는 단어가 깊숙이 박혀있었다. 어쩌면 신… 은 아니지만 위대한 존재들이 선물해준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감사해 마지않기로 했다. 머릿속의 나는 그 와중에 마지막 기회라는 단어 옆에 서서 떨어지는 돈들을 정신없이 줍고 있었다.


왠지 모르게, 그의 표정은 아주 행복해 보였다. 

그래, 그거면 됐다.






     『앞뒤로 30날』은


삶의 크고 작은 분기점의 앞뒤로 30일 동안 매일 글을 쓰면서, 자신을 마주하고 마음을 다 잡는 솔직한 고백이자 성찰의 기록입니다. 매일 남은 혹은 지난 날짜를 체크하며, 주제에 따른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려 합니다.


앞뒤로 30날을 기록하고 싶으신 모든 분들의 관심과 참여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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