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W ME THE MONEY!
당연히, 잠을 설쳤다.
한 번 시작된 고민은 걷잡을 수 없이 가지를 뻗어나갔고, 나는 그 고민의 끝을 잡기 위해 밤을 뜬 눈으로 지새워야 했다. 그리고 또 당연하지만, 그 끝은 없었다.
마지막 기회라는 말이 급박하게 느껴진 탓도 있고, 지원을 한다고 반드시 합격인 것도 아니었기에, 우선 지원 을 해보기로 했다.
얼마 만에 써보는 자기소개서더냐. 경력사항에 대한 내용을 적는 중에는 잠시 멈칫하기도 했지만, 정말 난관은 따로 있었다.
자기소개서의 첫 번째 질문은 이러했다. ‘어떤 동기로 우리 회사에 지원하셨나요?’
다시금 고민 나무가 쭉쭉 자라나기 전에, 마음을 다스리려 급하게 향을 피운다. 그리고는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혀줄 침향 내음을 맡으며, 곰곰이 다시 생각해본다. '나는 왜 이 회사로 돌아가려 하는 것인가?'
머릿속 고민 나무에는 어느새 돈 열매가 가득 맺혔다. 아무리 생각해도 돈을 벌어야 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이유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렇다고 돈이 필요해서 지원했다는 내용을 자기소개서에 쓸 수는 없는데.
나는 그렇게 낙엽처럼 떨어지는 돈다발을 우두커니 서서 맞으며, 몇 시간을 멍하니 흘려보내야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다 못해 어느새 지원 마감 기한이 코 앞으로 다가와버렸다. 자기소개서를 괜히 자소설이라고 하겠는가. 나는 되지도 않을 핑계를 대며 허겁지겁 서류를 마무리하고 나서야, 마감 시간을 몇 분 남기지 않은 아슬아슬한 때에 메일을 전송할 수 있었다.
그때까지도 오직 머릿속에는 마지막 기회라는 단어가 깊숙이 박혀있었다. 어쩌면 신… 은 아니지만 위대한 존재들이 선물해준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감사해 마지않기로 했다. 머릿속의 나는 그 와중에 마지막 기회라는 단어 옆에 서서 떨어지는 돈들을 정신없이 줍고 있었다.
왠지 모르게, 그의 표정은 아주 행복해 보였다.
그래, 그거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