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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루 do rough Sep 30. 2021

+25, 미친 철학자 이야기.

개 같이 살아봐

“이 이야기를 들으면 분명 깨닫는 바가 있을 게야. 그러니 일단 잠자코 들어봐.”


나는 손으로 입에 달린 지퍼를 닫는 시늉을 하며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세상에는 자고로 살아있는 사람 수만큼의 철학이 존재한다고들 하지. 그중에서도 아주 유별나고 독특한 철학자가 한 명 있었지. 

그가 추구하는 삶의 철학은 ‘개 같이 살자’ 였거든.


개 같이 산다는 것이 닥치는 대로 막 살자는 의미는 아니었으니, 그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소리를 무시하지 말고 그것을 좇아 사는 삶이 곧 행복한 삶'이라는 자신의 철학을 설파하고 다녔어.


물론 일반적인 사람들이 보기에 그는 말 그대로 미친 사람이었을지도 모르겠네. 그가 벌인 기행만 해도 손에 꼽기 벅찰 정도였으니까.


유명한 일화를 몇 가지 소개해주자면, 사람들로 가득한 광장 한가운데서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미친 짓을 일삼기도 했다고 하네. 그가 진짜로 미쳐버렸냐고? 그게 아니라, 그는 어떤 사람 앞에서도 당당하지 못하면 혼자서도 당당할 수 없으니, 언제든 어디서든 떳떳하게 살아야 한다는 깨달음을 주려던 것이야.


또 한 가지 일화로는, 어느 날 천하를 호령하는 권력을 지닌 왕이 그의 움막을 찾았을 때 있었던 일일세. 그는 자기 앞에서 위세를 뽐내며 당당하게 서서, 소원이 있으면 무엇이든 들어주겠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왕에게 이렇게 얘기했다네.


‘내 소원은 당신이 햇빛을 가리지 않고 비키는 것이오.’




“어때, 대단하지 않은가?”


“와… 그 깡 하나는 인정할만하네요.”


“그렇지. 고민거리도 조금은 덜어졌나?”


“음… 그건 잘 모르겠는데요.”


“잘 생각해보게. 아니, 어쩌면 생각하지 않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겠구만.”


그는 자신이 그 철학자라도 된 듯, 뒷짐을 지고 헛헛하는 소리를 내어 웃으며 화장실로 가버렸다.






     『앞뒤로 30날』은


삶의 크고 작은 분기점의 앞뒤로 30일 동안 매일 글을 쓰면서, 자신을 마주하고 마음을 다 잡는 솔직한 고백이자 성찰의 기록입니다. 매일 남은 혹은 지난 날짜를 체크하며, 주제에 따른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려 합니다.


앞뒤로 30날을 기록하고 싶으신 모든 분들의 관심과 참여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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