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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루 do rough Jul 31. 2022

아 유 해삐? [1]

2022년 7월 7일

그날은 소서였다.


[소서] 여름 더위의 시작. 24절기 중 11번째에 해당하는 절기로 '작은 더위'라 불리며, 이때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된다. 이 시기는 주로 여름 장마철로 습도가 높고 비가 많이 내린다.
- 네이버 백과사전


그 이름에 걸맞게, 만만치 않은 뙤약볕이 머리 위를 내리치는 날이었다. 나는 평소와는 다른 차분한 복장으로 오후 반차를 내고 고속버스에 올랐다. 조금은 설렐 법도 한 어느 여름의 여행길의 공기는 되직하게 무거울 뿐이었다. 나는 친구 몇과 함께 장례식장으로 가는 중이었다.


이제는 쉬이 꺼내지 못할 그 이름, 윤 ○○. 친구의 소식을 아주 오랜만에 접한 것은 비가 쏟아지던 바로 어젯밤이었다. '윤 ○○의 누나인 윤 □□ 입니다.'로 시작되는 장문의 글에는 온통 믿기지 않을 이야기가 가득했다. 너무나 묻고 싶은 것이 많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그 친구의 명복을 함께 비는 것뿐이었다.


그것만으로는 못내 아쉽고 미안해서, 우리는 장례식장이 있는 진주로 향하고 있었다. 진주에는 우리가 연을 맺은 공군 훈련소가 있다. 그곳에서 우리는 동기로 만났다. 깊다면 깊고, 얕다면 얕다고 할 수 있는 사이. 그런 사이에서 더 가까워질 수 없다는 것이 우리를 더욱 슬프게 했다.


저녁 즈음 진주에 도착해 곧바로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괜스레 옷매무새를 다듬고 머쓱하게 헛기침을 두어 번 내뱉는다. 장례식장은 그렇게 매 번 나를 낯설고 어색하게 만든다. 예를 갖추고 절을 올리며 그 친구를 바라본다. 어설프게 배경이 지워진, 손에 커피 한 잔을 들고 해맑게 웃는 그 친구의 얼굴이 보인다.


우리는 그렇게, 아무 말도 없이 식사를 마쳤다. 금어의 주문에 걸린 사람들처럼. 그렇게 조용히 의식을 마치고 식장을 떠난다. 아주 큰 죄를 지은 사람들처럼.


그날 여행은 자정이 되어서야 끝이 났다. 무거운 몸을 침대에 내팽개쳤지만 어째선지 마음은 그렇지 못하다. 지금도, 그렇다.


오늘은 추적추적 비가 내린다. 찌는 듯한 더위의 연속에 끼얹어진 찬물은 나에게 소소한 행복을 주었다. 그날도 추적추적 비가 내렸다. 언제 끝날 지 모르던 장마는 어느새 기억에서도 희미해졌다.


비는 언제든 오기 마련인데,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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