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읽기 250626-0627
벌써 네다섯 달은 되어버린 이야기가 있다. 평화로운 토요일 오전, 얼려놓은 베이글과 달달한 잼, 부드러운 치즈를 꺼내 나만의 작고 소중한 브런치를 만들던 중이었다. 베이글을 에어프라이어에서 녹인 뒤에 정성스럽게 가로로 자르다, 칼이 내 의도와 달리 엇나가버렸다. 따끔, 하던 느낌은 이내 쓰라림으로, 아찔함으로 번져갔다. 왼손 중지에서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그래도 침착하게, 당황하지 않고 지혈을 하며 주변을 정돈했다. 평소보다 지혈이 오래 걸렸지만 일단 피는 멈췄다. 그렇지만 상처 부위가 심상치 않았다. 급히 주변 외과에 전화를 돌려 상황을 설명했다. 그 간호사분은 내 고해성사를 심각히 듣다, 그러면 손 전문 병원에 가셔야겠다고 하시더라. 그런 곳도 있더라. 평화로운 토요일 오전, 그곳은 흡사 전쟁터의 간이 의무실이었다.
진료를 보자마자 대뜸, 의사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다. "당장 수술을 해야겠어요. 입원 가능하시죠?" 신경이 잘렸다나. 그렇게 3분 뒤, 나는 수술대에서 마취를 받고 있었다. 3시간 뒤, 입원실에 누워 무통 주사를 맞고 있었고. 3일 뒤, 붕대를 칭칭 감은 채 퇴원할 수 있었다. 3개월 뒤, 상처는 내 중지에 가로로 얕은 선을 남긴 채 아물어갔다.
서문이 길었지만, 올해 나는 건강하지 못할 운명인가보다. 병원 신세는 몇 년 째라 익숙해질 법도 하건만, 그 주기가 짧아지는 것은 좋지 않다는 것을 나는 안다. 6월 초, 평화롭던 토요일에 일어났던 그일처럼, 내 뇌 혹은 마음 혹은 심장 혹은 어딘가가 우연히 베였다. 피 대신 에너지가 빠져나갔고, 지독하게도 멈추지 않고 계속되었다.
3분 뒤, 심장 박동이 귀 옆에서 들리기 시작했다. 3시간 뒤,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다는 말을 속삭였다. 3일 뒤, 거친 호흡과 식은 땀을 숨기고 퀭한 눈으로 하던 일을 마저 했다. 3주 뒤, 하루에 3알이던 약이 11알이 되었다. 3개월 뒤? 어떤 흉터가 새로이 자리를 잡을까.
3일 뒤 퇴원하던 날, 나는 의사 선생님께 멍청한 질문 하나를 던졌다. 혹시 수술을 하지 않고 참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의사 선생님은 눈길도 주지 않으며 이렇게 말했다. "그럼 죽은 신경을 절제하는 수술을 했겠죠?"
역시 참는 것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아프면, 병원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