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감스럽게도, 무감.

감정읽기 250628-0701

by 두루 do rough

아침에 먹을 약이 늘어서 걱정과 불안이 줄었다. 처음 약을 먹을때 느꼈던 걱정과 불안은 사라진 지 오래고, 간절함만이 남았다. 약을 먹지 않으면 버티지 못할 것이라는 쓸데없는 확신이 들어버린 탓이다. 나 스스로 나약한 존재임을 잘 알고 있기에.


약의 효과는 실로 대단하다. 긴장된 마음을 아주 살짝 녹였을 뿐인데 그동안 쌓인 피로가 온 몸에 느껴진다. 쫓기듯 불안한 미어캣의 표정이 피곤에 찌든 나무늘보의 표정으로 변했다. 그렇게 무감한 나날이 흘렀다.


감정이 느껴지지 않으니 일기를 쓸 소재도 없다. 그저 시간이 가는대로, 누군가 시키는대로, 먹고 사는대로. 시냇물 따라 흐르는 작은 풀잎마냥 그저 시간에 몸을 맡긴다. 때때로 불안하기도, 걱정을 하기도, 식욕을 느끼기도, 기분이 좋기도, 멍하니 초점을 잃기도 하면서.


그러던 중에 오늘은 아침 약을 깜빡했다. 작심삼일이다. 약을 깜빡했다는 것을 출근하고 나서 깨달은 그 순간, 집에 다녀와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을 했다. 그정도로 자신이 없다. 결국 또 미어캣이 되어 온 귀를 쫑긋, 크지도 않은 눈을 이리저리, 손과 발은 반사적으로 움직인다. 유감스럽게도 오늘은 꽤나 지쳐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