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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루 do rough Dec 18. 2020

「30살 앞 30날」D-15

16. 15



16. 15, 중간점검



나는 누구인가?



첫 번째 바퀴의 마지막 30걸음 동안 나는 지난 내 걸음걸이를 되짚어 보고, 앞으로의 걸어갈 모양새와 방향에 대해 고민해보려 한다. 사실, 30걸음이면 레이스 전체에서 불과 10초도 되지 않을 아주 찰나의 순간이지만, 지금 나에게는 여느 때보다 중요한 영겁의 순간처럼 느껴진다. 

<30살 앞 30날> 0. 프롤로그 중 발췌



30걸음의 반을 걷고 있는 이 시점에 나에게 질문을 던져본다. 

12월도, 2020년도 곧 끝이 난다고 생각하니 역시 조바심이 가장 먼저 스멀스멀 올라온다. 과연 나는 12월에 목표로 했던 일을 다 할 수 있을까? 나를 알기 위한 글쓰기도 빼놓지 않고 완주할 수 있을까? 그리고, 결승점에 도착했을 때 진정으로 나라는 존재를 이해할 수 있을까.



먼저, 지난 15번의 글쓰기에서 다룬 주제는 다음과 같다.


30살과 30대

29번째 삶

2월

forever 27

2020년 5달 26날

50/2=25

24시간이 모자라

꿈을 꿀 수 없는 삶

21, the number of luck

자유의 상징 20대

금기의 영역

선택능력시험

17 17177 1

이사



자연스레 기억이 남는 n번째 삶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고, 그런 와중에 내가 가진 가치관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풀어냈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낯부끄러워 제대로 꺼내지 못할 이야기를, 글쓰기로 토해내듯 뱉어버렸다. 의외로 마음이 한결 편해지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앞으로 쓸 주제에 대한 걱정도 묻어난다. 남은 날짜가 줄어들수록, 주제어의 수가 낮아질수록, 그 나이에 대한 기억은 희미해진다. 자연스레 다른 이야깃거리를 생각해야만 한다. 나를 제대로 바라보기 위한 자발적 글쓰기가 자칫 숙제가 될 위기에 처하는 것이 걱정이지만, 그만큼 제대로 된 이야기를 쓰기 위해 나를 더 빤히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지금껏 아무도 나를 그리 빤히 쳐다보진 않았으니, 낯선 시선을 감사히 여겨야 할지도 모르겠다. 



혹 내 글을 기억해주시는 분들이 있다면, 지금껏 쓴 글 중에 어떤 글이 가장 인상 깊었을지도 궁금하다.



다음으로, 나를 조금이라도 더 알기 위해 치른 여러 검사들을 복기해본다. 


6월에 한 번, 12월에 한 번. 6월의 검사가 응급실에 실려온 긴급한 환자의 상태를 체크하는 것이었다면, 12월의 검사는 재활 과정에서 운동능력을 테스트하기 위한 것이었다. 새삼 벌써 반년이나 상담을 받고 있다는 것이 놀랍지만, 그럼에도 나는 아직 나를 잘 모른다. 아직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을지 의문인 삶. 

끝이 보이지 않는 재활 과정을 거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재활 이후의 삶에 대한 의지라고 했으니. 이렇게 또 의지를 다져본다.



검사 결과에 대해서는 조만간 자세하게 다루고 싶다. 아직은 그 검사 결과를 온전히 이해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나에 대한 공부가 조금은 더 필요한 것 같다.



마지막으로, 스스로 내 몸과 마음을 진단해본다.


몸은 여전히 정상적이지 않다. 

2020년 한 해 동안 내 몸이 건강하다고 느낀 적이 있기라도 했나 싶을 정도로. 천만다행으로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은 아니지만, 예전부터 나를 괴롭히던 다양한 스트레스성 증상들을 겪고 있다. 과민성 대장염과 가벼운 어지럼증부터, 계속해서 찢어지는 입술과 아물지 않는 상처들, 두통, 손발 저림 같은 것들까지.



몸에 비하면 마음은 꽤 좋아진 것 같다. 한참 힘들었던 때에 비하면 정말 많이. 아직 미래에 대한 불안과 걱정의 수준은 정상을 훨씬 상회하고 있지만, 그 걱정에 내가 잡아먹힐 정도까지는 아니라는 것에 안도한다.

그래도 방심하지는 않는다. 이따금씩 이상 증후가 보일 때도 있고, 두 번의 검사를 거치면서도 의문이 계속해서 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언제쯤 나는 나를 건강하다고 소개할 수 있을까. 언제쯤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이라는 것에 확신을 가질 수 있을까. 그리고, 언제쯤 나는 나를 이야기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렇게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의 답을 찾아갈 즈음이면, 과연 나는 행복해질 수 있을까. 

2020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그 행복이라는 감정을 느낄 수 있을까.



 나는 행복한가?




글쓴이   두루 Do, rough

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1인 기획-편집-디자인 독립 잡지 「매거진 손」을 제작하고,

우리 주변의 소소한 이야기를 솔직하게 다루는 1인 출판사 [스튜디오 두루]를 운영 중입니다.

글쓰기를 통해 나와 주변과 세상을 바라보며 스스로를 치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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