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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루 do rough Dec 25. 2020

「30살 앞 30날」D-8

23. 8

30살 앞 30날



23. 8, someone special



크리스마스 하면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르시나요? 저는 크리스마스 시즌에만 듣게 되는 캐럴이 떠오르네요. 

어릴 땐 많이 따라 부르기도 했는데, 요즘은 이제 때가 됐다는 알림처럼 듣고만 있네요. 산타할아버지도 크리스마스를 대표하는 상징이지만 저는 그마저도 노래 가사 한 마디로 기억하게 됩니다. '우찬아 울어도 돼, 사실 산타는 없거든.'



중학생 때였나, 영어 학원에서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여 캐럴을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물론 듣고 받아 적고 따라 불러야 하는, 종합교육의 일환이었지만요. 

그때 질리도록 반복되었던 노래는 WHAM! 의 <Last Christmas> 였습니다.



간드러지는 가성과 바이브레이션으로 시작되는 노래는,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한껏 살린 배경음에 살짝 느끼한 버터맛을 살린 남성 듀오의 목소리로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후렴구의 '래-스트 크륏ㅅ마-스' 부분은 아마 모르는 사람이 없지 않을까요. 

하나 주의를 드리면, 2절 중간쯤에 간드러지게 속삭이는 부분이 있으니 이어폰 볼륨을 너무 높이진 마세요. 소름이 돋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어린 나이에 돋은 소름보다도 충격적이었던 건 가사의 내용이었습니다. 모름지기 캐럴이라면 마냥 신나는 노래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 꽤 슬프고 아픈 내용이었던 거죠.



자세한 가사 얘기를 나누기 전에, 꼭 먼저 들어보세요. 얼마나 신나게요.



Last christmas I gave you my heart

But the very next day you gave it away

This yeat to save me from tears

I'll give it to someone special

<Last christmas>, WHAM!



이 후렴구 뒤에 이어지는 경쾌한 8비트 탬버린 소리. 

울면서 웃는 것이 이런 느낌일까요. 영화 <조커>가 생각납니다.



가사 내용은 이렇습니다.



지난 크리스마스에 진심을 다해 그녀에게 고백했지만 차여버리고, 그 씁쓸함과 부끄러움을 간직한 채 남자는 그녀와 거리를 두려고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눈에 자꾸 밟히는걸요. 그녀는 나를 기억이나 할는지, 벌써 1년이 지났네요. 고백한 내가 바보였다, 지금 내게 키스를 해주더라도 또 나를 바보로 만들 거야 라며 애써 스스로를 다독입니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파티에서 그녀를 애써 피하고 있는 남자. 그녀를 믿었지만 그녀에게 나는 그냥 눈물을 받아줄 사람, 딱 그 정도였나 봅니다. 그녀를 사랑하는 마음을 애써 숨겼지만, 이미 남자의 마음은 갈기갈기 찢긴 상태입니다. 그녀에게 남자는 그렇게 특별한 사람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아버렸으니까요.



이제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깨달은 남자는 다시는 그녀에게 휘둘리지 않으리라 다짐합니다. 이젠 정말 특별한 사람에게 내 마음을 주리라 또 다짐해보지만, 왠지 그 남자의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고 있을 것 같군요.



과연 남자는 그녀를 잊을 수 있을까요. 올해 크리스마스에는 눈물을 멈출 수 있을까요.



Maybe next year

I'll give it to someone

I'll give it to someone special

Special, someone

<Last christmas>, WHAM!



참고로, 남자는 이 노래에서 특별한 사람에게 내 마음을 주리라는 다짐을 8번이나 반복해서 부르짖습니다. 8번이나!

힘을 내렴. 왠지 저처럼 찌질한 것 같아서 더 동질감이 들고 응원하고 싶고 그렇습니다.



럭셔리한 와인이나 샴페인보다는 포장마차에서 소주를 까면서 들어야 할 것 같은, 세상에서 가장 구슬픈 8비트 탬버린 연주를 뽐내는, 행복을 기원하는 성탄절에 모두를 안쓰러운 마음이 들게 만드는, 구슬픈 캐럴 <Last christmas> 였습니다.



모두, 메리 크리스마스!




글쓴이   두루 Do, rough

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1인 기획-편집-디자인 독립 잡지 「매거진 손」을 제작하고,

우리 주변의 소소한 이야기를 솔직하게 다루는 1인 출판사 [스튜디오 두루]를 운영 중입니다.

글쓰기를 통해 나와 주변과 세상을 바라보며 스스로를 치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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