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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루 do rough Dec 26. 2020

「30살 앞 30날」D-7

24. 7

30살 앞 30날



24. 7, Always



24시간, 7일 내내, 연중무휴. 언제나 멈추지 않는 것들.



동네마다 꼭 있는 순댓국 맛집이나, 골목마다 있는 편의점, 또는 병원의 응급실. 24시간, 7일 내내, 언제나 불이 꺼지지 않고 살아있는 곳들. 우리의 생각 또한 매 순간도 꺼지지 않는다.



먼저, 잠에 들더라도 멈출 수 없는 생각들이 있다. 꿈에서도 나타날 정도로 집요하게 반복되는 그런 생각들.



중요한 일을 앞두고 있을 때가 그렇다. 

중요한 업무나 개인적인 약속들, 또는 데드라인에 맞춰야 하는 과제가 있을 때면 밤낮을 가리지 않고 관련된 생각들이 머릿속을 요란하게 부유한다. 샤워를 할 때도, 밥을 먹을 때도, 산책을 할 때도, 잠이 들기 직전까지도. 그런 생각들에 말 그대로 홀리는 때가 있다.



매거진 창간호 발행을 앞두고 있던 시기가 그러했다. 목표로 한 날짜가 1분 1초씩 다가오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모든 신경을 그 일에 쏟고 있었다. 똥줄이 탄다는 속된 표현처럼, 정말 모든 것이 타들어가는 마음이었다. 일상적인 일에 집중이 되질 않다 보니 끼니를 자연스레 거르기도 하고, 산책과 잠에 드는 시간을 줄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생각들은 언젠가는 멈추게 된다. 아니, 멈춰야만 한다.



매일매일 자신의 한계에 가깝게 몸과 마음을 불사르는 것이 가능한 이유는 그 끝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너무 힘들다고 느끼는 순간이 오더라도 업무를 끝낸 뒤 즐길 휴가를 생각하고, 약속이 끝나고 나면 마음이 후련해질 것을 기대하고, 과제를 완수하면 마음 놓고 늘어지게 잠들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이유에서든 멈추지 못한다면, 결국 문제가 생길 수밖에. 몸이 고장 나던지, 마음이 무너지던지.



혹시나 목표를 계속해서 성취해야 한다는 압박 때문에 이런 생각들을 잠시 멈추는 것을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 이런 생각들은 100m 달리기와 같아서, 전력으로 뛰고 나면 잠시 휴식하고 다시 뛰어야 하는 것이다. 같은 1km를 뛰더라도, 1km를 목표로 뛰는 것과 100m를 연달아 10번 뛰는 것은 전혀 다른 것처럼. 100m를 10번 뛰려 하면 1km 조차도 완주할 수 없게 된다.



언제나 멈추지 않아야 하는 것은 저런 생각들이 아니라, 우리의 머릿속에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는, 이런 생각들이다.



굳이 의식하지 않아도 언제나 자연스레 떠오르는 생각들. 예를 들면, 부모님이나 친구들의 안부에 대한 걱정이나, 사랑하는 사람을 위하고 아끼는 마음, 나의 미래와 꿈에 대한 생각들 같은 것들. 

시도 때도 없이 떠올라서 나를 괴롭히기보다는, 나의 일상과 말과 행동의 기초가 되어주는 것들이다.



2020년의 나를 돌아보면, 이런 기초가 무너진 채로 허우적대고 있었다.



인간관계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해져 주변을 돌아보려 하지 않았고, 커리어가 단절된 채로 목표와 꿈을 잃고 미래를 포기했다. 주변과 고립될수록 눈에 보이는 것은 초라한 나 자신 뿐이었고, 미래를 포기할수록 손에 잡히는 일이 점차 줄어들었다. 

그런 상태로 더 애를 쓸수록 일상이 더욱 빠르게 무너져 내렸다. 생활패턴이 무너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한때는 별다른 운동을 하지 않아도 2주 만에 5kg이 넘게 살이 빠지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다음 단계로 우울증과 불안이 찾아왔다. 무너지는 속도는 무서울 정도로 급격하게 빨라졌다.



이런 생각들은 절대 멈춰져서는 안 된다. 그 순간 우리의 삶도 멈춰 선다.



세상은 혼자 살아갈 수 없는 것이기에, 나를 아끼고 싶은 만큼 주변 사람들을 아끼고, 나를 사랑하고 싶은 만큼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주고, 내 꿈을 이루고 싶은 만큼 더 먼 미래를 꿈꾸고 있어야 한다.



42.195km 풀코스 마라톤을 뛰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100m 전력질주를 약 420번 해야 그 끝에 도달할 수 있는 거리. 혼자서 걷기에는 그 끝이 너무나도 아득해서 출발이 두려울 정도의 거리.

하지만, 내가 힘들지 않은 수준에서 걷고 뛰기를 반복하며, 때로는 주변의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손을 잡고 밀어주고 당겨주며, 그 끝에 도달했을 때의 행복함과 뿌듯함을 꿈꾸며 나아가면 충분히 완주할 수 있을 거리이기도 하다.



약 2년 전, 지금보다 몸과 마음이 훨씬 건강했던 시절을 떠올려본다. 

그 당시 직장인이었던 나는 시간이 날 때면 틈틈이 달리고는 했다. 살을 빼기 위해, 체력을 기르기 위해 시작한 달리기에 점점 재미를 붙이다 보니 곧 한 번에 뛸 수 있는 거리가 점점 길어지기 시작했다. 어느샌가 고등학생 때 뛰어본 적이 있는 10km 마라톤을 다시 한번 뛰는 것을 꿈꾸게 될 정도로. 그렇게 매일 7km, 8km를 뛰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거리의 반도 채 뛰지 못한다. 3km만 뛰어도 숨이 턱 끝까지 차올라 죽을 것만 같고, 다리 근육들의 고통이 느껴져 뛰는 것을 자연스레 멈추게 된다. 올해 초 퇴사를 한 직후에는 더욱 심했다. 예전에 달리기를 하며 느꼈던 좋은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한강으로 향했지만, 고작 2km도 뛰지 못했다. 

그 순간 느낀 좌절감은 실로 대단했고, 한동안 달리는 것을 포기했다. 몸과 마음이 아프기 시작했던 탓도 있지만, 그 상태를 극복할만한 의지도 없었다.



달리기를 건강하게 잘하려면 명심해야 하는 중요한 포인트들이 있다.

발에 맞고 편한 러닝화를 신고 뛸 것, 일주일에 3일 이상 규칙적으로 뛸 것, 호흡과 자세를 유지하기 위해 집중할 것. 그중에서도, 뛰는 동안에는 절대 발을 내려다보지 말고 시선을 멀리 향하고 있을 것.



24시간, 7일 내내, 연중무휴. 언제나 멈추지 않아야 할 것들.




글쓴이   두루 Do, rough

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1인 기획-편집-디자인 독립 잡지 「매거진 손」을 제작하고,

우리 주변의 소소한 이야기를 솔직하게 다루는 1인 출판사 [스튜디오 두루]를 운영 중입니다.

글쓰기를 통해 나와 주변과 세상을 바라보며 스스로를 치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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