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eview #9,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 크리스텔 프티콜랭.
*이번 리뷰는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 를 e-book으로 읽은 후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생각을 한다는 것을 나는 자극에 노출되어 있는 상태라고 스스로 정의한다. 그것이 외부에서 오는 자극(오감을 자극하는 모든 것들)이든, 내부에서 발현되는 자극(생각, 생각, 그리고 생각들)이든 간에. 그래서 나는 자극에 중독된 상태일지도 모른다. 마조히즘의 일종일 수도 있는데, 실제로도 이 책에 그런 표현이 나오는 것을 읽고 살짝 놀라기도 했으니.
아무리 공감 능력이 좋더라도, 결국에는 인생은 내 입장에서 주관적으로 살아가는 것이니, 생각이 너무 많은 사람의 입장에서 이번 리뷰를 써볼 생각이다. 또…!
최근 몇 년 가장 유행한 심리 테스트를 꼽으라면 열에 아홉은 MBTI를 언급할 것이다. 그만큼 우리 사회는 자신이 홀로 되는 것을 두려워하면서도 동시에 자기와 어울리는 사람들과 함께이길 원한다. 그러니까, 특별하고는 싶지만 특이하고 싶지는 않다는 심리랄까.
이 책도 그런 심리를 자극하는 요소로 가득 채워져 있다. 작가는 생각이 너무 많은 사람들을 '정신적 과잉 활동인'이라는 명칭으로 분류하고 있는데, 이런 사람들에 본인이 해당되는지는 프롤로그를 지나치지 않고 끝까지 읽어보면 알 수 있게 된다.
읽는 내내 '오, 이런 사람이 세상에 존재한다니!'와 같은 반응이라면 절대 아닌 것이고, 반대로 내 생각의 흐름을 계속해서 읽히는 듯한 불쾌한 느낌이 든다면 절대 맞는 것일 테다.
작가가 제시하는 일반적인 특징은, 하나, 아주 과민한 감각을 가지고 있으며, 둘, 정서적인 것에 대해 아주 민감하며, 셋, 멀티 태스킹에 어울리는 다각적 사고 활동을 보인다는 것이다. 단, 이것은 우열을 가리기 위한 것은 아니다. 뇌 과학적으로, 좌뇌보다 우뇌가 지배적으로 활성화되어 있는 경우에 이런 특성을 보이기 쉽다는 것이라고 작가는 설명하고 있다.
작가가 제시하는 이들을 위한 해결책은, 사실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도 공통적으로 해당되는 보편적인 것에 가깝다. 스스로를 비난하지 말고, 자존감을 높이고, 육체적-정신적 건강을 챙겨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용기를 가지고, 본인과 잘 맞는 사람들을 만나 행복한 삶을 누려라!
…
이런 내용으로 책이 끝나버렸다면, 아마 리뷰를 쓸 가치가 없다며 결제한 비용을 환불받은 방법을 찾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었던 근본적인 이유는 틀림을 다름으로, 부정을 긍정으로 바꾸기 위한 작가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상담사로서의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이론에만 그치지 않고 실증적인 결론을 내는 것은 물론이고, '정신적 과잉 활동인'들과 그렇지 않은 이들이 서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 지를 구체적으로 증명한다. 이로써 가십거리나 갈등의 요소에만 그치지 않고 다름을 이해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하는 번거로운 일을 해내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평범한 사람이라는 표현 대신 보통 사람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부터 다름을 추구하는 디테일을 엿볼 수 있다.
또 다른 이로운 점은, 심리적인 먹이 사슬 관계를 독자들에게 확실하게 인지시켜준다는 것이다. 심리조종자(나르시시스트라고도 언급되며, 일반적으로 심리학에서는 소시오패스-사이코패스와도 혼용되는 경향이 있다.)들이 '정신적 과잉 활동인'들에게 미치는 악영향과, 그들에게 당하지 않고 도망칠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하여, 부정적인 경험이 발생하지 않도록 방지하는 심리상담사 본연의 역할에도 충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나르시시스트임을 본인이 자각할 수 있도록 그들의 특성까지도 놓치지 않고 언급하는 세밀함도 갖추고 있다. 불필요하고 무의미한 정신적 에너지 소모를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은, 서로가 서로를 인지한 상태에서 부정적인 관계를 맺지 않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몇 번이나 강조되는 내용이기도 하고, 소크라테스도 말했듯, '너 자신을 알라!'
1장에서 이론적인 이해를, 2장에서 실증적인 사례를 통해 내가 누구인지, 특히나 내가 '정신적 과잉 활동인'이 맞는 지를 확인했다면, 3장에서는 각자의 위치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말하고 있다.
그 행동법은 실로 단호하다. 아주 구체적이고 단호해서, 예를 들면, "'하지만'이라는 말은 하지 마라" 라는 문장으로 표현될 정도다. 하지만, '하지만'이라는 말을 쓰지 않고 대화를 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3장을 꼼꼼하게 읽으며 본인에게 부족한 점들을 체크하고 기억해 놓자. 특히, 주옥같은 문장들이 많아서, 나는 "좋은 동행을 찾으려면 먼저 홀로 걸어갈 줄도 알아야 한다." 라는 문장에 두 번 세 번 밑줄을 그었다.
3장에서 한 가지 굉장히 공감되는 부분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을 멀리해서는 안 된다는 문장이었다.
우리는, 특히 눈치의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인간관계에서 자주 문제를 발견한다. 그 문제는 직장이나 동료, 친구들 사이에서도 발생할 수 있고, 가족이나 친척 등 혈연관계나 연인 사이에서도 터질 수 있다. 그리고 그런 문제들이 생길 때마다, 우리는 채 아물기도 전에 덧나버린 상처가 얼마나 쓰라린 지를 느끼며 살아간다.
허나, 그 아픔의 결과가 스스로 선택한 고립이어서는 안 된다. 인생은 절대 혼자서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상처가 깊어질수록 우리는 그 상처를 통해 배우고 익히고 깨달아 나가야 한다.
"중요한 것은 뇌의 크기가 아니라, 영혼의 도량이다."
- Daniel Tammet
IQ 검사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하며 작가가 인용한 문장이다.
틀림이 아니라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할 수 있는 도량을 키우는 것. 아마도 나에게 올해의 문장으로 기억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