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가 아팠다.
갑작스러운 장염, 구토와 열, 기운 없는 얼굴.
진료실에선 울음을 터뜨렸고, 돌아오는 길에도 훌쩍였다.
나는 내심 마음이 무너졌지만, 아이 앞에선 애써 괜찮은 척했다.
그런데 그런 우리 앞에 조용히 다가온 존재가 있었다.
빵이었다.
딸아이가 이불속에서 울음을 삼킬 때,
빵이는 살며시 다가와 옆에 웅크리고 앉았다.
그리고 아주 작게, 아주 조심스럽게 “야옹—” 하고 울었다.
꼭, 괜찮냐고 묻는 것처럼.
딸아이는 울음을 멈추고 조용히 빵이를 바라봤다.
그리고 아주 작게 웃었다.
"빵이도 나 걱정했나 봐…"
그 말을 듣고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
오늘 빵이는 창문을 한참 바라봤다.
까치가 날아가는 걸 따라 눈동자를 굴리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바라봤다.
밖은 여전히 시끄럽고 복잡했지만,
우리 집 안은 그저 고요하고 따뜻했다.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작은 우주처럼.
딸아이는 여전히 기운이 없지만,
빵이가 곁에 있는 것만으로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아이도, 나도, 그리고 아마 빵이도.
우리 셋은, 서로가 서로의 온기라는 걸 알아간다.
아플 땐 말보다 체온이 먼저 다가온다.
빵이는 그걸 아는 고양이다.
그리고 그런 하루를 보내고 나면,
작고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큰 선물인지 다시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