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딸아이는 빵이를 따라 한다.
빵이가 앞발을 구부리고 식빵자세로 앉아 있으면, 딸도 거실 바닥에 무릎을 꿇고 따라 앉는다.
“엄마, 나 지금 식빵 중이야.”
그 말에 웃음이 터졌지만, 곧 빵이와 똑같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딸을 보며
순간 정말 고양이 한 마리가 늘어난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빵이는 요즘 부쩍 창문 보는 걸 좋아한다.
까치가 날면 눈을 크게 뜨고, 지나가는 사람을 보며 고개를 갸웃한다.
그 모습을 옆에서 딸이 꼭 따라 한다.
둘 다 창가에 앉아 목을 길게 뺀 채 가만히 바깥을 보는데,
나는 그 모습을 몰래 사진으로 남긴다.
이건 아무리 봐도 ‘창밖 바라보기 대회’다.
얼마 전엔 딸이 학교에서 돌아와 말하길,
“나 오늘 반 친구한테 빵이 얘기 엄청 많이 했어.
빵이는 털이 없고, 엄청 따뜻하고, 혼자 자는 거 싫어하고, 야옹 한 번 하면 기분 다 보인다고.”
내가 놀란 건, 그 말을 하는 딸아이 표정이었다.
그건 자랑이었다. 가족을, 그것도 아주 소중한 가족을 소개하는 표정이었다.
빵이는 요즘도 아침이면 딸아이 방문 앞에서 야옹하며 기다리고,
딸아이는 아침마다 빵이에게 “오늘도 잘 잤어?” 하고 인사한다.
때로는 싸우기도 한다.
딸이 빵이를 꼭 안으려고 하면, 빵이는 귀찮다는 듯 몸을 빼고 도망친다.
그러면 딸아이는 ‘삐진 고양이’처럼 방구석에 누워 등을 돌린다.
그 모습이 너무 웃겨서, 나는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린다.
"진짜 둘 다 고양이야…"
어느 날 저녁, 둘이 나란히 누워 잠든 모습을 봤다.
딸아이 이마에 빵이의 앞발이 살짝 닿아 있었고,
둘 다 고요하게 숨을 고르며 잠들어 있었다.
그 순간 문득, 아주 또렷하게 마음속에서 이런 말이 떠올랐다.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사랑스럽다.
그리고 난, 이 순간을 살아서 정말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