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집에서 가장 바쁜 존재는 아마 나일 것이다.
나는 엄마다.
하지만 동시에 쿠션이기도 하다.
하루 중 일정 시간, 딸아이와 고양이 빵이는 나를 동시에 베고 누운 채 TV를 본다.
딸의 머리는 내 팔에, 빵이의 몸은 내 배 위에.
그 상태로 움직이면 “엄마 움직이지 마, 지금 빵이 잠들었단 말이야.”
정지 상태의 나, 나는 이제 가구인가 보다.
웃기지만, 사실 이런 순간이 제일 좋다.
누군가에게 ‘기댈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건,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역할이니까.
며칠 전엔 이런 일도 있었다.
딸이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현관에서 신발도 벗기 전에 울기 시작했다.
친구랑 싸웠단다.
한참을 안고 달래도 눈물이 멈추지 않더니, 빵이가 다가와 무표정으로 딸의 신발을 킁킁거렸다.
그러더니 신발 위에 느릿하게 드러누웠다.
그 모습을 본 딸이 웃음을 터뜨렸다.
“빵이가 내 신발 지켜주고 있어!”
그렇게 눈물이 멈췄다.
눈물은 무겁지만, 고양이는 가볍게 웃게 한다. 빵이는 그런 존재다.
사실 나도 가끔 울고 싶을 때가 있다.
혼자 아이를 키우며, 생계를 꾸리고, 살림을 돌보고, 매일 최선을 다해도
문득 ‘나는 괜찮은 엄마일까?’ 자문하게 되는 순간들.
그런 날이면 나는 혼자 빵이에게 속삭인다.
“오늘도 나 잘했지?”
그러면 빵이는 늘 그렇듯 눈도 마주치지 않고 엉덩이만 보여준다.
고양이만의 무심한 위로랄까.
하지만 그게 이상하게도 마음을 덜컥 놓이게 한다.
‘그래, 이렇게 살아가는 것도 괜찮아.’
딸아이는 요즘 자주 말한다.
“우린 셋이라서 좋아.”
그래, 맞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우린 지금 이대로 충분하다.
엄마로 살아간다는 건,
매일 고단함과 사랑이 동시에 오는 일이다.
그 사이를 잘 걸어가게 해주는 건
팔베개 하나, 꼬리 한 번 스치는 위로,
그리고 ‘우린 셋이야’라는 아이의 말 한마디.
그 말만 있으면, 나는 오늘도 충분하다.
아니, 넘칠 만큼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