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끝내고 집에 들어오면,
나는 가장 먼저 현관 앞에 주저앉는다.
신발도 벗기 전에 무릎을 꿇고,
그 자리에 주저앉은 채 가방을 내려놓고 숨을 고른다.
그 순간,
빵이가 어김없이 내게 달려온다.
‘야옹’
짧고 낮은 목소리지만,
그 안엔 “고생했어”라는 말이 담겨 있는 것 같다.
진심이라는 건 어쩌면 그렇게 크지 않은 소리로도 전해지는 거겠지.
딸아이는 그 뒤를 따라 달려오며 말한다.
“엄마! 오늘 회사 어땠어?
우리 오늘 저녁엔 김밥이야.
근데 사실… 김은 없고, 밥만 있어!”
그러곤 깔깔 웃는다.
나는 그 웃음을 들으며 다시 살아난다.
심장이 툭, 하고 다시 뛰기 시작하는 느낌.
지친 하루의 끝에서
나를 일으켜 세우는 건 언제나
누군가의 ‘기다림’이었다.
저녁을 먹고 난 뒤,
딸아이는 소파에 앉아 빵이를 무릎에 올려놓고 속삭인다.
“빵이야, 우리 엄마 진짜 열심히 살지?”
그러자 빵이는 눈을 감고 꼬리를 살랑 흔든다.
내가 봐도, 그건 분명히 ‘응’이었다.
어쩌면 나는
이 아이와 고양이를 위해 살아가는 게 아니라,
이 아이와 고양이 덕분에
살아지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아무도 내 이름을 불러주지 않는 날에도
딸아이는 나를 “우리 엄마”라고 불러주고,
빵이는 조용히 내 무릎에 기대어 온기를 전해준다.
그 따뜻함 때문에
나는 내일도 일어날 수 있다.
심지어 조금 웃으며.
이게 바로 가족이라는 거구나.
완벽하지 않아도,
서툴고 부족해도
서로를 사랑하게 되는 것.
그날 밤,
나는 딸아이와 빵이 사이에 누워 생각했다.
“아, 나 지금 진짜 괜찮다.”
어쩌면 인생에 더 바랄 게 없다는 느낌.
지금 여기, 이 온기 속이면 된다는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