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을 가져야겠다'라고 생각한 때는 결혼한 지 1년 정도가 지났을 때였고, 전세 계약은 앞으로도 1년이 남아 있던 때였다. 아직 한참 남은 기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직장 동생의 아픈 사연 때문이었는지 이때부터 우리의 데이트는 주말에 부동산 보러 다니기였다. 하지만 1년 전과는 또 다르게 세상이 바뀌어 있었다. 3억 언저리에 살 수 있었던 동대문의 아파트는 1년 만에 5억 언저리가 되어버렸다. 동대문뿐만이 아니었다. 우리의 자산은 멈춰 있었는데 우리가 가고자 했던 대부분의 집들은 저 멀리 달아나 있었다.
결혼을 하고 산티아고 순례길에 다녀왔기 때문에 1년여 동안 우리가 모은 돈은 제로에 가까웠다. 결국 결혼 시작 당시에 있었던 1억으로 내 집 마련을 해야 했기에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천만다행인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2억 정도의 대출을 받아서 3억을 만든다면 그래도 그 당시에는 구할 수 있는 집이 있었다.
당시 아내와 은평구, 중랑구, 금천구, 노원구, 성북구, 강북구를 대중교통을 이용해가며 한 달에 3번 정도 거의 반년 동안 부동산을 돌아다녔다. 그렇게 돌아다니다 보니 몇 군데 후보지가 또 추려졌고 후보지 위주로 돌아다니다가 마침내 도봉구에 있는 한 아파트를 덜컥 계약해버렸다. 3개월 뒤 입주하는 것으로 계약을 마치곤 전셋집 주인에게 미리 나가겠다는 통보를 했다.
그렇게 우선 내 집을 마련했다. 3억 언저리의 내 집에 2억의 대출이었으니 반이상이 은행 꺼였지만 그래도 누가 내쫓는 상황이 오지는 않는다는 생각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3억 언저리였던 집은 1년 뒤 5억 언저리가 되었다. 매달 대출을 갚아야 하는 힘듦이 있었지만 내 자산은 1년 만에 2억이 늘어나 있었다. 그리고 5억 언저리였던 내 집은 또다시 1년 뒤 6억 5천이 되었다. 2년 만에 앉아서 3억 5천의 자산이 늘어났다. 나는 10년을 넘게 일을 하면서 아껴 쓰고 착실히 모으면서 힘들게 힘들게 1억을 만들었는데 집을 샀더니 2년 만에 내가 20년을 일하면서 열심히 모았어야 할 돈을 벌어다 줬다.
20년 동안 착실히 월급을 모았다면 3억 5천 정도를 모을 수 있었을까? 장담할 수 없지만 아마 월급만으로는 그렇게 모으기 힘들었을 것 같다. 나이가 들면서 아이도 생기고 씀씀이는 더 커지기 마련인데 내 월급은 그만큼 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집값이 오르는 걸 보고 무언가 깨달았다. 월급을 악착같이 열심히 모으는 것도 중요하지만, 적절한 곳에 적절한 투자가 필요한 것 같다는 생각이 어렴풋이 들었다.
그래서 이때부터는 아껴 쓰고 적금하는 나의 생활 패턴이 조금은 바뀌었다. 과거에 점심을 먹으러 가면 더 맛있는 것이 먹고 싶어도 그 식당에서 가장 저렴한 메뉴를 먹고, 카페에서 사 마시는 커피는 사치라고 느꼈던 시절이 있었지만 적당히 쓸 건 쓰고 누릴 건 누리면서 새로운 삶을 살기 시작했다. 내가 열심히 모았던 월급을 통해 이룬 결과였지만 월급만으로는 힘든 세상이 되었다. 그렇게 월급은 의미가 없는 존재가 되었다.
어느 순간 의미 없는 월급임을 깨닫고 각성한 뒤로는 월급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 물론 고정비를 충당하려면 매월 고정적인 수입이 있어야 했지만 직장생활을 통한 월급만이 그 방법이라고는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퇴사를 생각함에 조금 더 쉽게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이것만큼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월급 따위 열심히 모아봐야 제대로 된 투자 한 번이면 몇십 년 치 월급을 모을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월급을 모아 시드를 마련해야 제대로 된 투자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운이 좋았던 케이스 일지 모르겠으나 적어도 운을 잡기 위한 10년 이상의 저축과 6개월 이상의 발품이 이런 결과를 가져오게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