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퇴사를 하고 새로운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는 안정적인 뒷바라지를 해주고 싶다는 이유 하나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못해도 환갑까지는 소득이 발생돼야 하는데 현재의 나의 직장은 40대 중반 이후를 보장하지 못한다.
나만 그런 건지 다른 직장인들도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같은 회사의 내 또래 동료들은 다들 어느 정도의 불안감을 갖고 있다. 우리는 직장에서 오래 일하기 위해 고민을 한다기보다는 직장을 그만두면 뭘 해 먹고살지에 대한 고민을 더 많이 한다.
어렸을 적 나는 그렇게 부유하지 못한 가정에서 자랐던 것 같다. 나뿐만 아니라 아마도 내 또래에 많은 사람들이 유복한 어린 시절을 보내지는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의 아내는 어렸을 적 내 얘기를 들으면 그렇게 슬플 수가 없다고 한다.
지금은 초등학교가 된 나의 국민학교 시절 (난 국민학교 졸업생이다.) 우리 부모님은 맞벌이를 하셨다. 때문에 학교가 끝나고 집에 돌아가도 집에서 날 반겨주는 이는 없었다. 용돈을 조금 쥐어 줬을 법도 한데 특별한 날이 아니고서는 용돈을 받았던 적이 없는 것 같다. 어쩌면 내 기억이 왜곡된 것 일 수도 있겠지만 꼬마였던 나는 항상 돈이 없었다. 꼬꼬마였던 나에게는 그래서 남들에게도 있을법한 슬픈 추억들이 몇 가지 있다.
지금도 있을는지 모르겠지만 당시 학교가 끝나고 집에 가는 학교 정문 앞에는 병아리 파는 아저씨, 거북이 파는 아저씨, 솜사탕 파는 아저씨, 그리고 오징어 게임으로 히트 친 뽑기를 파는 아저씨 등 수많은 푸드트럭들이 있었다.
언젠가 한 번은 솜사탕이 먹고 싶어서 솜사탕 트럭 앞에서 남들이 솜사탕을 사 가는 걸 구경했다. 나에게도 돈이 있었다면 나도 솜사탕을 하나 들고 의기양양하게 친구들 사이를 걸어갈 수 있었겠지만 그 시절 나는 솜사탕을 사 먹을 수 있는 100원이 없었고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솜사탕과 솜사탕을 사 먹는 남들을 구경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렇게 한참 구경하고 있으면 왁자 지껄 시끄러운 하굣길이 어느 순간 휑하니 썰렁해진다.
먹고 싶은 마음만 잔뜩 가진채 솜사탕 트럭 앞을 한참을 서성 거렸고, 하나둘 사라져 가는 친구들을 바라보다 보니 날씨가 어둑어둑 해지고 이내 비가 한두 방울씩 떨어졌다. 트럭에 비가 튀지 않게 쳐둔 천막 밑에서 나는 비 오는 하늘 한번, 솜사탕 아저씨 한번, 그리고 정말이지 탐스럽게 생긴 솜사탕을 한 번씩 번갈아가며 쳐다보았고 그런 내 모습이 보기 싫었던 건지 솜사탕 아저씨가 나한테 툭하니 말을 했다.
"솜사탕 먹을 거니?"
"네! 먹고 싶은데 돈이 없어요"
"돈 없으면 얼른 가라 돈 내고 먹어야지"
돈 내고 사 먹어야 한다는 것쯤은 알았는데 그냥 쳐다만 봤을 뿐인데 솜사탕 아저씨는 나에게 비수를 내리꽂았다. 하지만 집에 가봐야 아무도 없었고, 비까지 오는데 우산도 없이 비를 맞고 집에 가고 싶지 않아서 솜사탕 트럭 천막 안에서 그저 "네~" 하고 계속 뭉그적 거리기만 했었다. 그렇게 한 시간 두 시간... 꽤 많은 시간이 지나자 이내 솜사탕 아저씨는 이제 비가 많이 와서 장사를 못하니깐 돈 주고 사 먹을 거면 사 먹고 아니면 아저씨는 간다고 하며 자리를 정리했다.
어쩔 수 없이 나도 이젠 비를 맞고 집에 갈 수밖에 없어 상심만 가득한 채 자리를 뜨려고 하자 그제야 아저씨는 이거 하나 가져가라 하고 솜사탕을 내밀어 주었다. 뛸 듯이 기뻤던 나는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를 연거푸 외치며 솜사탕을 하나 건네 받고는 한입 먹어볼 만도 한데 그걸 한입 먹지도 않고 조금이라도 비를 덜 맞기 위해 곧장 집으로 내달렸다.
그런데 비가 왔다. 솜사탕은 비에 젖어 설탕물이 되어 내손을 타고 내렸고 나는 맛도 못 본 솜사탕 막대기만 들고 비 맞은 생쥐꼴이 돼버렸다. 나는 솜사탕이 물에 닿으면 녹아 버린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는 꼬맹이었다. 솜사탕을 먹기 위해 두세 시간을 그 앞을 기다렸던 건 아니었지만 그렇게 받은 솜사탕이 먹어보지도 못한 채 사라져 버린 상황이 너무나 억울했던 나는 결국 눈물을 왈칵 쏟아냈다. 다행히 비가 와서 내 눈물은 보이지 않았다.
만약 그때 나에게 솜사탕을 사 먹을 수 있는 100원이 있었다면 아마 나는 솜사탕을 맛있게 먹었을 수도 있었고, 오랜 시간 그 자리를 서성 거리지도 않았을 것이며, 비를 맞지도 않았을 텐데... 이때 생각이 아직도 가끔 난다. 너무나 서럽게 울었던 내 꼬맹이 시절이다.
적어도 내 아이에게는 이런 상황을 만들어 주고 싶지는 않다. 솜사탕쯤은 먹고 싶은 대로 마음껏 사 먹을 수 있게 만들어 주고 싶다. 그래서 나는 최소한 환갑까지 안정적인 소득이 필요하고 뭘 해 먹고살아야 할지 오늘도 고민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