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직업은 무언가 전문적인 기술을 갖고 하는 직업이 아니다.
때문에 20년 가까이 회사를 다니고 있지만 언제든 내가 아닌 누군가로 대체될 수 있다.
운이 좋게도 나는 아무런 전문기술 없이 직장생활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직장 생활을 그만두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직장생활에서 하던 일의 연장선상에서 무언가 관련된 업무를 하는 것 같이 보인다. 웹툰 미생을 봐도 무역회사에서 나와서 또 다른 무역일을 하고 있고, 현대 건설에 다녔던 지인은 퇴사 후 인테리어 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나는 전혀 전문적이지 않은 회사 업무를 보고 있다. 회사는 전문적 일지 모르겠으나 나는 아니다. 말 그대로 일반 사무직이다. 사실 냉정하게 봐도 내가 하고 있는 일은 20대 사회 초년생에게 한 달 정도만 교육을 하고 인수인계를 해주면 언제든 다른 사람으로 대체될 수 있는 업무이다. 그래서 직장을 그만두고 나면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사실 그게 내가 빨리 그만두는 편이 좋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게 된 계기다.
단순히 퇴사를 하고 새로운 것을 시작하게 되면 그것이 실패를 하던 성공을 하던 새로운 기술을 갖게 되는 것일 테고 그렇다면 그 기술을 바탕으로 성공을 할 수도 혹은 실패를 하더라도 기술을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실 몇 년 전부터 이것저것 많이도 알아봤다. 제일 처음 알아본 건 집을 구하면서 진행했던 인테리어 기술자였다. 도배, 타일, 철거, 싱크대 교체, 전기 등등 많은 기술자들이 필요했는데 그들의 인건비가 생각보다 꽤나 셌다. 그리고 무엇보다 꽤 연세가 있으신 분들이 와서 주로 일을 하셨다. 나이를 먹고도 할 수 있는 업종이라 생각해서 퇴직 후 해도 괜찮을법한 일에 후보에 올려놨었다.
두 번째는 시내버스 기사였다. 역시나 우연히 든 생각에 보니 버스기사분들은 대부분 5~60대 분들이었기에 그리고 경우에 따라선 그보다 연세가 있으신 분들도 일을 하고 계셨기에 지금 직장보다 오랜 나이까지 일을 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닐까 하고 조금 알아봤었다. 하지만 마을버스-시내버스-광역버스-고속버스 순으로 이어가는 테크를 밟아야 하기도 하고 최근 들어 젊은 층이 마을버스에서 자주 보이는 것을 보고는 벌써 조금 늦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 번째는 버스기사에서 연관된 택시 기사였다. 역시나 몇 년의 경력을 필요로 하고 알아볼 당시만 해도 택시영업을 하려면 번호판을 매매해야 했고 그 번호판이 1억 정도 한다기에 돈이 없어 생각을 접었다. 물론 1억으로 몇십 년짜리 직장을 구하는 것이기에 아직도 괜찮은 후보라고 생각은 하고 있다 (현실은 다르겠지만)
네 번째는 임대업이다. 임대업을 할 만큼 막강한 자본력은 가지고 있지 않지만 소규모의 펜션 정도는 지방으로 내려가서 살면서 하기에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코로나가 세상에 나타나면서 그마저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펜션업은 여전히 후보 중 하나이다.
마지막은 누구나 생각하는 창업이었다. 전문적인 기술이 없었기에 치킨집, 빵집, 밀키트 판매점, 아동복 판매점 등 다양한 분야의 창업을 생각했지만 역시나 아는 게 없어서 무엇이 괜찮고 내가 할 수 있는지 잘 모르겠다. 그래서 여전히 이 분야는 알아보고 있는 중이다. 누가 이외에도 괜찮은 퇴사 후 나이 먹어서도 할 수 있는 직업이 있다면 조금 알려줬으면 좋겠다.
그렇게 퇴사 후 할 일은 정해지지 않았고 나는 퇴사 후 할 일을 알아보기 위해 아직 회사에 다니고 있다. 회사에서는 월급 루팡 일지 모르겠으나 누구나 마음속에 사직서 한 장쯤은 품고 그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단지 내가 조금 더 적극적으로 표현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