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니셜로 남은...
도쿄 긴자의 한 카페.
문을 열고 들어서니 고풍스럽다.
여낙낙히 보이는 종업원이 좀 기다리라고 한다.
내 뒤로 줄을 선 사람이 더 있다.
존 레넌과 오노 요코가 자주 들렀다는 곳, 파울리스타.
조용조용, 나직나직 말을 아끼는 공간이다.
은은한 커피 향이 아늑하게 피어난다.
음악도 시간도 가만가만 느긋하다.
더디 가는 그 안을 둘러보다 작은 산타와 눈이 마주친다.
슬몃 미소 지으며 손에 매달린 동그란 팻말 3개를 본다.
YㆍJㆍO.
짧은 세 글자.
Yoko.
John.
One.
마음에 물너울이 진다.
그들의 깊은 사랑이 이니셜에 녹아 있다.
그들은,
지금의 이들처럼 조용히 마주 보며 귀 기울이고 가끔 미소 지었을 것이다.
은은한 차향에 기대어 서로를 이해했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이니셜로 남은 사랑이 가슴으로 녹는다.
어느 사랑의 여운처럼,
이즈음이면 속살거리며 피어나는 그 사랑처럼...
사랑은
때로 말로만 전해지지 않는다.
눈빛으로, 분위기로 더 짙어진다.
나는 커피 잔을 내려놓고, 말없이 주위를 돌아본다.
이름 대신 남은 이니셜로,
그 사랑은 아직 이곳에 머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