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지 않는 것을 기다리며...

by 제노도아

김기림


나의 소년 시절은 은빛 바다가 엿보이는 그 긴 언덕길을 어머니의 상여와 함께 꼬부라져 돌아갔다.


내 첫사랑도 그 길 위에서 조약돌처럼 집었다가 조약돌처럼 잃어버렸다.


그래서 나는 푸른 하늘 빛에 호져 때없이 그 길을 넘어 강가로 내려갔다가도 노을에 함북 자주빛으로 젖어서 돌아오곤 했다.


그 강가에는 봄이, 여름이, 가을이, 겨울이 나의 나이와 함께 여러 번 댕겨갔다. 가마귀도 날아가고 두루미도 떠나간 다음에는 누런 모래둔과 그러고 어두운 내 마음이 남아서 몸서리쳤다. 그런 날은 항용 감기를 만나서 돌아와 앓았다.


할아버지도 언제 난지를 모른다는 동구 밖 그 늙은 버드나무 밑에서 나는 지금도 돌아오지 않는 어머니, 돌아오지 않는 계집애, 돌아오지 않는 이야기가 돌아올 것만 같애 멍하니 기다려 본다.

그러면 어느새 어둠이 기어와서 내 뺨의 얼룩을 씻어 준다.


김기림 님의 '길'.

지금은 희미하지만 예전에 자주 읊조리던 글이다.

모처럼, 낡은 글을 꺼내 아로새기듯 훑어본다.


어머니의 상여가 꼬부라져 돌아간 언덕길.

조약돌처럼 집었다 잃은 첫사랑.

가마귀와 두리미가 떠난 뒤의 몸서리.

돌아오지 않는 어머니와 계집애, 그리고 이야기...


마음속의 길이 구불구불 모습을 드러낸다.

기억 속에서 서성거리는 길,

발걸음이 닿지 않는 길,

잃은 다음에 돌아보는 길...


돌아오지 않는 것들을 기다리며

저마다의 길을 걸어간다.

그 길 위에는 다시 보지 못할 이름과

기억에 오래 남을 얼굴도 있다.

시간이 지나서야 소중해진 것들,

너무 쉽게 흘려보낸 마음들...


시간이 흐를수록 마음의 길은 점점 좁아든다.

기억은 자분자분 잦아들고,

그리움만 옷깃의 묵은 때처럼 남는다.


삶은 기다림 없다.

지난 시간을 잡지 못해 후회하고,

돌아오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기다린다.


해묽한 아침, 저녁으로

행복은 그냥 주어진 것이 아니라 내가 버텨낸 시간임을 알게 된다.


아렴풋한 기억을 건져 마음 길 위에 놓으며

내일이면 다시 걸어가야 할 길,

그 길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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