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나라를 알고 있니?(1)

중학년(3~4학년) 단편동화를 1, 2회로 엮습니다

by 제노도아

사람들 눈에는 보이지 않는 곳에 소리 나라가 있어.

정말이냐고? 그럼, 이 세상 사람들이 쏟아 놓은 말들이 모두 모여 있단다.

지금 너희들이 하는 말도 소리 나라에 살고 있지. 그곳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소리들이 있어. 하지만 사람들은 그 소리들이 주고받는 소리를 들을 수 없다.

소리 나라에서는 일 년에 한 번 임금을 뽑아. 일 년 동안 좋은 소리를 가장 많이 저축한 소리가 임금이 되는 거야. 소리 나라 임금은 나라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결정할 수 있어. 그래서 소리들은 서로 임금이 되고 싶어 해. 자기 뜻대로 뭐든지 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신나는 일이니.

또 두 번째 저축을 많이 한 소리는 저축상을 받는단다. 저축상을 받은 소리는 제 소리를 자기가 원하는 사람에게 들려줄 수 있어. 다음 해 임금을 뽑을 때 같은 점수를 가진 소리가 있어도 먼저 임금이 될 수 있고.

좋은 소리들이 모아 온 소리는 맑은 웃음소리, 아름다운 노랫소리, 칭찬하는 소리, 감탄하는 소리 등이 있어.

지금 소리 나라 임금은 '좋다'인데, 그 앞에 임금이 된 소리로는 '맑다', '아름답다', '기쁘다' 등이지.

나흘 후면 소리 나라 새 임금을 뽑는 날이야.

요즘 소리 나라 소리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니?

자, 이리 와. 이야기해 줄게.

"임금님을 뽑는 기준이 바뀌어야 해. 좋은 소리만 뽑힌다는 것은 말도 안 돼. 자기 소리를 가장 많이 모아 온 소리가 임금님이 되어야 한다고."

밉다가 큰소리로 외쳤어. 해마다 주장해 온 말이었지.

"맞아, 이러다가 우리는 죽을 때까지 임금님 자리에 앉지 못할 거야."

가장 바쁘게 움직이는 소리, 죽다였어. '죽겠어, 죽여, 죽고 싶다' 들이 다 죽다 소리에 속하지. 죽다는 이번에야말로 꼭 자기들의 꿈이 이루어지리라 믿고, 밤낮없이 제 소리를 찾아다녔어.

"요번에는 죽을힘을 다해서라도 우리 생각을 밀고 나가야 해."

밉다는 같은 동아리인 '나쁘다', '못 믿는다', '짜증난다'. '뽐내다'와 갖은 욕설들을 둘러보았어. 여태껏 임금 자리에 오르지 못한 소리들이었지.

"그럼, 꼭 그렇게 돼야 해."

"말 나온 김에 당장 가자."

죽다 동아리는 파이팅을 외치며 임금 앞으로 갔어.

"모든 소리가 어울려 사는 나라인데 좋은 소리만 임금님이 되는 것은 불공평합니다. 저희들도 나라를 잘 다스릴 수 있습니다. 기회를 주십시오."

소리 나라 임금은 깊이 생각에 잠겼지.

그날 밤 긴급회의가 열렸어. 하지만 소리들 의견이 엇갈려서 어쩔 수 없이 임금이 결정을 내려야 했어.

"그러면 이번만은 이렇게 하겠소. 나흘 동안 죽다 동아리 중에서 어린이의 소리를 세 개 모아 오면 그 소리에게 임금 자리를 내어 주겠소. 어떻겠소?"

죽다 동아리는 잠시 머뭇거렸지.

어른 소리라면 몰라도 어린이의 소리라면 조금 자신이 없었거든. 어른보다는 어린이가 거친 말을 덜 쓰니까 말이야. 서로 눈치를 보던 죽다 동아리는 구석진 자리에 모여 한참 의논을 했단다. 쉽게 생각이 모아지지 않자 밉다가 나섰지.

"그까짓 세 개쯤이야 못 모으겠니. 말이 험한 아이들도 많잖아, 안 그래?"

"좋아요. 그렇게 하겠어요."

밉다가 힘주어 말하자 죽다 동아리는 손뼉을 쳤어.

다음 날부터 죽다 동아리는 이리저리 아이들을 찾아다녔지.

햇살이 은빛 모래처럼 반짝이는 날, 죽다 동아리는 놀이터에서 세 아이를 만났어.

그중 한 아이는 볼이 감자알만큼 부풀어 올라 있었어.

"옳지, 쟤야. 저 애가 우리 소원을 들어줄 것 같은데."

밉다가 죽다를 아이 가까이 밀었지. 구슬치기 하던 아이들이 옥신각신 말다툼을 하고 있었거든.

"너야, 너 할 차례니까 어서 해."

줄무늬 반바지를 입은 아이가 볼 부은 아이의 어깨를 툭 쳤어.

"치지 말고 말로 해."

"어쭈 왜 신경질이야? 인마, 구슬 다 잃었으면 꺼져버려."

구슬 딴 아이가 줄무늬 반바지 입은 아이에게 눈짓하며 볼 부은 아이 등을 세게 밀쳤지.

"때리지 마!"

"덤비는 거야, 내가 또 때리면 죽일 거니?"

이때다 하고 죽다는 얼른 소리주머니에 '죽일 거니'를 담았어. 그리고 볼 부은 아이의 대답을 기다리며 주머니 입구를 크게 벌려 놓았단다

"나쁜 놈들, 너희들 울 엄마한테 다 이를 거야."

어? 귀가 번쩍 뜨인 나쁘다는 뛸 듯이 기뻤어. 생각지도 않게 자기 소리를 얻게 되었거든.

나쁘다는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죽다와 겨룰 꿈을 꾸게 되었어.

이제 이틀 후면 임금을 뽑는 날이야. 죽다 동아리는 초조해지기 시작했지. 누구보다 초조한 것은 죽다였고, 남몰래 속을 태우는 것은 나쁘다였어.

죽다 동아리는 이 거리 저 골목을 헤매고 다녔어.

그러다가 여자 아이들이 모여 앉아 반대말 놀이를 하는 길목에서 잠시 숨을 돌리고 있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