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나라를 알고 있니?(2)

by 제노도아

"낮"

"밤"

"여자"

"남자"

"좋다"

"나쁘다"

어라? 나쁘다는 소리 담은 주머니를 담쏙 끌어안으며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았어. 너라면 그렇지 않겠니? 아무도 자기한테 관심을 보이지 않는 사이에 제 소리를 벌써 두 개나 얻었는데.

"맞아 그거야. 얘들아, 빨리 살다를 찾아와, 빨랑 빨랑."

갑자기 밉다가 소리쳤어. 죽다 동아리는 서둘러 살다를 데려왔지.

"살다야, 부탁이야. 얼른 저 아이에게 네 소리를 들려줘, 따라할 수 있게."

작년에 저축상을 받은 살다는 밉다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어.

그래서 치마를 만지작만지작하며 낱말을 생각하고 있는 아이의 귀에 대고 '살다' 하고 소곤거렸지 "살다."

"죽다."

"와아, 살다야 고맙다 고마워."

죽다 동아리는 환호성을 올렸지.

슬그머니 뒷전으로 물러난 나쁘다는 우거지상이 되었고.

"앞으로 한 번만 더 들으면 돼. 어디가 좋을까?"

"그래. 거기야, 어린이 병원!"

머리를 맞대고 수군거리던 죽다 동아리는 밉다를 따라 어린이 병원으로 갔어.

병실마다 아프다고 우는 아이, 칭얼거리는 아이들로 어수선했지. 죽다 동아리는 여기저기 병실을 기웃거렸어. 그런데 하루 종일 귀기울여도 원하는 말을 들을 수 없었어. 사람들은 '죽었다'는 말을 '하늘나라로 갔어요'라고 했거든.

"우리가 장소를 잘 못 잡은 거 아냐. 애들 싸우는 곳을 찾아야 했어."

짜증 난다가 투덜거렸지.

"내일 오전까지만 기다려 봐. 그렇게 말하는 아이가 꼭 있을 거니까."

죽다 동아리는 밉다의 말을 듣기로 하고 이튿날에도 어린이 병원으로 갔어. 모두 토끼 귀처럼 세우고 구석구석까지 돌아다녔지만 소용이 없었어.

"에이 참, 그냥 죽었다고 하지 왜 말을 돌려서 하는 거야. 아휴 답답해."

밉다는 어쩔 줄 몰라했어.

"더 이상은 못 기다리겠어. 다른 곳으로 가자."

죽다 동아리가 장소를 옮기려는 참이었어.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더니 얼굴이 하얀 여자 아이가 공처럼 튀어나왔어. 밉다가 얼른 여자 아이의 뒤를 좇아갔어.

"내 동생, 내 동생 어디 있어요?"

여자 아이는 헐레벌떡 병실 문을 열었어. 한쪽 침대에서 아픈 아이의 손을 잡고 있던 아주머니가 놀라며 돌아보았어.

"저어... ... 영안실..."

아주머니는 더듬거리며 말을 잇지 못했어.

"아니에요. 내 동생 죽었다는 건 거짓말이죠? 거짓말하면 나빠요."

여자 아이는 빈 침대 위에 엎드리며 울음을 터뜨렸지.

"바로 이거야."

밉다가 뒤따라온 죽다의 소리주머니를 활짝 열었어.

여자 아이는 쉴 새 없이 눈물을 흘리며 몸부림쳤단다. 아주머니가 여자 아이를 꼭 끌어안았어. 아이의 울음소리는 깊은 동굴 속 울림처럼 죽다 동아리의 마음에 메아리쳤지.

옳지, 하고 주머니를 열었던 나쁘다가 주춤거렸어. 여자 아이의 애절한 울음소리가 소리들의 마음에 깊숙이 스며들었던 거야.

"에이, 저 애 때문에. 너희들 뭐 해? 일 마쳤으면 랑 돌아가야 할 거 아냐."

코맹맹이 소리를 내며 밉다가 소리를 질렸어. 머뭇거리던 소리들은 눈시울을 붉히며 그 자리를 떠났어. 그런데도 여자 아이의 울음소리는 자꾸자꾸 소리들 뒤를 따라오는 거야. 소리들은 힐끔힐끔 뒤를 돌아보았지.

맨 끝 병실 앞을 지날 때였어. 안에서 한 아이의 기도 소리가 흘러나왔단다.

"제 귀가 다 나으면요, 예쁘고 좋은 말만 듣게 해 주세요. "

죽다는 병실 앞에서 꼼짝하지 않았어. 다른 소리들도 서로 눈치만 보았지

잠시 뒤 죽다가 무겁게 입을 열었어.

"얘들아, 미안해. 난 임금이 되지 않겠어."

죽다는 소리주머니를 쓰레기통에 획 던져 버렸어. 소리들은 소리 없이 어린이 병원을 떠났단다.

그럼, 나쁘다는 어떻게 됐냐고?

나쁘다는 소리 나라로 돌아오는 길에 슬며시 소리주머니를 열었어. 그리고 담았던 소리를 흐르는 강물에 훌훌훌 털어냈지. <끝>


*이야기 너머, 작은 속삭임

좋은말과 나쁜말은 같은 입에서 나옵니다.

이 이야기는, 좋은 선택이 선한 세상을 이끈다는 믿음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나쁜말은 사라지지 않지만, 멈출 수는 있습니다.

그 멈춤이 누군가를 지켜준다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