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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mino de Santiago #11

Pamplona→Uterga

by 안녕
Day 9.
Thursday, June 4


발은 나아지지 않아 오늘은 출발할 때부터 우떼르가까지만 걷기로 했다. 아니 원래 일정이 그랬다고 말한 것도 같다. 내가 정하는 대로 가고 있는 상황이지만 어제는 출발할 때 빰쁘로나까지 가자고 했더니 그렇게 가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린 거였다. 우떼르가까지 갔는데 상황이 괜찮으면 더 걸으면 되는 거였다.

빰쁘로나를 벗어나면서 Y를 먼저 보내고 사리끼에기에서 만나 브런치를 먹기로 했다. 하지만 가는 길이 너무 멀어서 이내 후회했다. 좀 더 가까운 곳에서 만나자고 할 걸 그랬나 싶었다. 가도 가도 길은 끝이 없었고 힘이 들어서 몇 번이고 주저앉을 뻔했다. 오렌지라도 손에 있으면 까먹으면서 가면 되는 건데, 그의 지나친 배려로 인해 다 빼앗긴 상황이었다. 잘 걷지도 못하면서 배낭까지 무거워지면 더 못 걸을 거라며 그의 걱정에서 나온 배려였지만 결론적으론 나를 위한 건 전혀 아니었다. 배낭이 무거워서 잘 걷지 못하는 게 아니라 까미노 초반엔 누구에게든 힘든 상황이었다. 그리고 나는 지금 발바닥이 다 벗겨진 상태였다.




성벽의 가장자리를 따라 나바라 대학 교정을 가로질러 통과해야 한다. 대학 내에서도 노란 화살표가 사라지는 경우가 종종 생기므로 주의를 요한다. 교정을 빠져나와 조그만 사다르 강에 걸쳐있는 나무다리를 건너면 오늘 넘어가야 할 뻬르돈 언덕의 정상이 보인다. 이 길은 샤를마뉴와 아이골란도의 전투가 치열했던 곳으로 시수르 메노르의 평원에서 십만 명의 무어인이 숨을 거두었다고 알려져 있다. 직선으로 시원하게 뻗어있는 자동차 전용도로를 따라 직진하면 시수르 메노르에 다다른다.

시수르 메노르는 빰쁘로나 외곽의 베드타운으로 상당히 큰 낮은 주택단지를 통과하여야 한다. 빰쁘로나에서 굉장히 가까운 거리에 있는 마을이기 때문에 대도시의 소음에서 머물고 싶지 않은 순례자는 두 개의 알베르게가 있는 시수르 메노르에서 머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시수르 메노르 지역으로 들어서는 길의 평원에서 카롤링거 왕조의 서사시가 다시 시작된다. 샤를마뉴와 무슬림 군대의 우두머리 거인 아이골란도(Aigolando) 사이의 전투에 대한 전설이다. 1대 1, 20대 20, 100대 100의 싸움 그리고 두 부대 사이의 전투에서 샤를마뉴가 승리하여 무슬림 군사 십만 명이 죽었으며 그들의 피가 빰쁘로나와 시수르 메노르의 평원을 물들였다. 이러한 샤를마뉴와 프랑크 왕국의 전설과 이야기는 까미노를 걷는 유럽의 순례자들에게는 조금은 남다른 감흥을 준다고 한다.




Cizur Menor/Zizur Txikia (463M)에는 이미 12세기부터 예루살렘의 성 요한 기사단(Los Caballeros de San Juan de Jerusalén)이 운영하는 순례자 병원과 수도원이 있었다고 한다. 성 요한 기사단은 순례자들에게 숙소를 제공해 주었고 까미노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이었던 빰쁘로나부터 뻬르돈 언덕(Alto del Perdón)까지 순례자들을 도적들에게서 보호해 주었다. 마을을 벗어나면 거대한 곡창지대가 나타나며 겐둘라인 성을 볼 수 있다.

San Emeterio y San Celedonio
성 에메떼리오와 성 셀레도니오 성당은 12세기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전형적인 시골 성당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성당의 정면에는 세 개의 아치가 있고 기둥 위에는 잎사귀 무늬로 장식된 주두가 있으며 팀파눔엔 키로 문양이 새겨져 있다.

샤를마뉴와 아이골란도의 전투
빰쁘로나에서 나와 시수르 메노르 지역으로 들어서는 길의 평원에서 카롤링거 왕조의 서사시, 샤를마뉴와 무슬림 군대의 우두머리 거인 아이골란도 (Aigolando) 사이의 전투에 대한 전설이 있다. 1대 1, 20대 20, 100대 100의 싸움 그리고 두 부대 사이의 전투에서 샤를마뉴가 승리하여 무슬림 군사 십만 명이 죽었으며, 그들의 피가 빰쁘로나와 시수르 메노르의 평원을 물들였다. 이러한 샤를마뉴와 프랑크 왕국의 전설과 이야기는 까미노를 걷는 유럽의 순례자들에게는 조금은 남다른 감흥을 준다고 한다.




시수르 메노르의 주택가 언덕을 오르면 가파른 비탈길이 이어진다. 마을의 출구에서 오른쪽으로 진행하면 고속도로를 통과하여 경기장이 나온다. 여기부터가 뻬르돈 언덕이 시작되는 출발점이 된다. 뻬드론 언덕의 풍력 발전 프로펠러가 손에 잡힐 듯이 가까이 보이지만 여기에서부터 부지런히 걸어도 두세 시간이 걸리므로 무리하지 않는 것이 좋다. 다음 마을인 사리끼에기로 오르는 좁은 도로는 좌우로 넓게 펼쳐져 있는 넓은 밀밭이 마음을 더욱 고독하게 만든다. 왼쪽의 언덕에는 Galar라는 마을이 있으며 이를 지나쳐 작은 다리와 저수지를 넘어가면 오른쪽으로 Guenduláin의 별장 지대가 나온다. 마을을 벗어나면 거대한 곡창지대가 나타나며 겐둘라인 성을 볼 수 있다. 왼쪽으로 마지막 오르막을 오르면 사진이 붙어있는 소박한 순례자의 무덤이 나오고 사리끼에기에 도착하게 된다.




Alto del Perdón 기슭에 있는 Zariquiegui/Zarikiegi (629M)는 가파른 뻬르돈 언덕을 올라가기 전에 시원한 그늘에서 호젓하게 휴식을 취하기에 좋은 곳이다. 이 마을을 지나면 길이 험해진다. 전설이 살아있는 레니아가 분수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뻬르돈 고개에 올라 넓게 펼쳐진 밀밭을 감상한다.

La Parroquia de San Andrés
13세기의 고딕 양식으로 만들어진 성당의 정문에는 로마네스크 양식의 흔적이 남아 있다. 한 개의 신랑과 단순한 형태의 고딕 양식 아치가 있는 석조 건물로 성당의 내부에는 12,13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알려진 앉아 있는 성모상이 있다.

Ermita de Nuestra Señora del Perdón
뻬르돈의 성모 수도원은 13세기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만들어진 소박한 건축물로 사리끼에기의 아름다운 밀밭 가운데에 외롭게 세워져 있다.

레니에가 분수의 전설
사리끼에기를 나와 뻬르돈 고개가 시작될 때쯤 레니에가 분수를 만나게 된다. 전설에 따르면 어느 날 산띠아고를 향하던 목마른 순례자에게 악마가 다가왔다. 악마는 순례자에게 하느님과 성모님 그리고 사도 야고보를 부정하면 물을 주겠다고 유혹했다. 그러나 순례자가 이 유혹을 참고 악마를 피하자 사도 야고보가 나타나 그 지팡이로 땅을 내려쳤고, 그 자리에서 신선한 물이 샘솟았다. 순례자는 하느님과 성모님 그리고 사도 야고보에게 감사하며 조개껍데기로 그 샘물을 떠 마셨다고 한다.




11시 반, 사리끼에기에 들어섰고 San Andrés 바르로 들어갔다. 왠지 빚진 것 같은 기분에 오늘도 Y의 까페, 또르띠야까지 내가 계산하게 되었는데 시원한 세르베사도 마시겠다며 같이 주문해 달라고 했다. 그럼 까페는 취소하겠냐니까 그것도 마실 거란다. 원하는 대로 주문을 해주었는데 그냥 캔맥주가 나왔다. 어제 맛보려고 시켰던 또르띠아도 이젠 필수가 되어버려 안 시키기도 눈치 보여 하나만 시켰다. 이렇게 먹다간 순례길이 아니라 정말 황제의 길이 될 것 같았다.

배낭이 무거운지 Y가 가지고 있던 음식을 죄다 꺼내놓는다. 그러고 보니 이틀 전에 샀던 미니 초코빵이 그대로 있었는데 아직 봉지째 그대로였다. 그의 배낭에 들어가면 도통 나오지 않으니 나도 까맣게 잊고 있었다. 이틀째 안 먹고 있으니 무거워서 그냥 버리겠단다. 나는 몰랐으니 안 먹은 거였다. 알았으면 또르띠야 대신 점심으로 먹었을 텐데 싶어 조금 아까웠다. 이제라도 알았으니 오늘 저녁 대신 먹으면 되지만 지금도 뭔가 체한 느낌이었다. 아무래도 저녁은 못 먹을 것 같아서 아깝지만 쓰레기통 속으로 들어가는 걸 지켜봐야만 했다. 그냥 여기다 두고 가면 다른 사람들이라도 먹을 텐데 싶었지만 Y도 짜증이 난 모양이다. 심지어 오는 길에 그렇게도 먹고 싶었던 오렌지도 그냥 버리려고 해서 내가 먹겠다고 간신히 챙겼다.

아침 겸 점심은 항상 바르에서 사 먹고 저녁은 레스토랑에 가서 사 먹으니 간식을 먹을 기회가 전혀 없었다. 알았더라면 걸으면서 먹어도 되었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가지고 있다 해도 혼자만 먹기도 애매한 상황이다. 빵이 있으면 굳이 바르에서 사 먹지 않아도 되었다. 솔직히 남아있는 줄도 몰랐다. 다 먹었겠거니 했는데 봉지를 뜯지도 않은 걸 보니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았다. 자기가 먹을 것만 사지 않은 결과다. 오늘 또르띠야에는 바게트 한 조각이 따라 나왔는데 음료만 시켜도 되었을 것 같았다. 아니 엊저녁에만 해도 빵이 고팠었다.

한국에서도 직장 다닐 때엔 아침은 까페라떼로 충분했었다. 오후 서너 시가 지나야 음식을 먹을 수 있었는데 여기선 가장 피곤할 때라 먹을 생각은 하지도 못한다. 하루 20km 걷는 특수한 상황에선 에너지 소비로 더 먹어야 한다고 다들 생각하지만 난 그런 특수한 상황에선 굶어야 좋을 때가 더 많았다. 알베르게에 놔두고 왔으면 배고픈 사람이라도 먹었을 텐데. 아니 저녁에 꺼내놓았더라면 나라도 먹었을 텐데, 남의 배낭에 무슨 음식이 남아있는지 매번 물어보기도 그렇다. 다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 매번 확인하기도 그랬다. 음식을 버리는 게 용납되지 않았지만 무기력한 지금의 나로선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화장실을 이용하려 2층 알베르게에 올라가 보니 바로 도미토리 룸이었는데 창밖 풍경도 좋고 시설도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웬일인지 파리가 너무 많이 꼬여있어서 마치 범죄 현장이라도 본 듯 서둘러 내려왔다. 오늘도 한 시간을 머무르다 출발했다.

혼자라면 아쉬울 게 많았겠지만 그래도 이제는 헤어져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모든 게 부담이 되었다. 씀씀이도 서로 많이 다르고 걸음도 너무 많이 차이가 났다. 서로를 위한 배려가 서로에게 상처가 되고 있었다. 이제부터 내 능력만큼만 걷고 먹고 싶은 만큼만 먹기로 그렇게 다짐을 해 본다.

내일은 뿌엔테 라 레이나까지 갈 예정이다. 머물고 싶은 마을이라 원래는 오늘 묵을 예정이었지만 힘들어서 애초에 포기했던 마을인데 우떼르가에서는 너무 가깝다. 걸었다고 할 거리가 아니지만 하루쯤은 쉬어주어야 할 것 같으니 그냥 쉬는 날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혼자서 걷는 첫날일 테니까.




사리끼에기의 마을 출구에서 뻬르돈 언덕의 정상까지는 보통 한 시간 정도가 걸린다. 시수르 메노르를 나오면서 자전거 순례자들은 각오를 단단히 하여야 한다. 뻬르돈 언덕의 포장이 되지 않는 비탈길과 정상에서 우떼르가를 향하여 떨어지는 급경사를 자전거를 타고 가기는 어렵다. 구엔두라인에 도착하기 전 자전거 순례자는 오른쪽으로 자동차 전용도로로 평행해서 가는 오래된 도로인 NA-1110를 통해 표지판을 따라가는 것이 좋다.

눈앞에 보이는 언덕이 뻬르돈 언덕이 맞다면 달려서라도 갈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그저 신기루처럼 느껴졌다. 희망을 안고 달려갔는데 만약 아니라면 그 실망감에 좌절할 것만 같았다. 그래서 아닐 거라고 일찌감치 포기하고 서두르지 않았다. 더 걸어야 될 거라며 정상이 바로 보이는 곳에서 배낭을 내려놓고 오렌지를 먹었다. 길 위에서 까먹는 오렌지는 정말 달콤하고 시원했다.

사리끼에기에서 한 시간이면 갈 수 있다더니 13시 20분, 1996년 “나바라 까미노 친구 협회”에 의해 만들어진 철제 조각품이 있는 그 뻬르돈 언덕에 도착했다. 정상에는 순례자의 모습을 형상화한 철제 조각품이 있다.

정상이 아닐 거라며 부정했던 곳은 뻬르돈 언덕이 맞았다. 알았더라면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올라왔을 텐데 싶어 막상 오르고 보니 뭔가 아쉬웠다. 웅장한 풍력 발전 프로펠러를 배경으로 휴식을 취한다.

그 뻬르돈 언덕에서 이별을 얘기했다. 이제는 각자의 길을 걷는 게 좋겠다고, Y도 그러자고 한다. 30분쯤 쉬다가 다시 혼자 걸었다.

도로를 가로질러 맞은편 내리막길로 향한다. 이 길은 상당히 경사가 급하며 너덜지대가 많으므로 발밑의 상황에 신경을 많이 기울여야 한다. 가파른 비탈길을 힘들게 내려가면 쉼터에 자리 잡은 성모상이 보이고, 성모상을 지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중세의 마을인 우떼르가에 도착하게 된다. 마을의 입구에는 중세의 분위기가 풍기나 마을로 들어가면서 점차 현대적으로 변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Uterga (489M)는 나바라 지역의 견고한 전통 가옥이 있는 작고 아름다운 마을이다. 험한 뻬르돈 고개를 지나 평지에 위치해 있는 우떼르가는 언덕을 넘어오느라 지친 몸을 쉬기에 완벽한 마을이다. 19세기에는 산 살바도르 바실리까 근처에 살던 한 어떤 사람이 고개를 넘어오는 모든 순례자들을 손님으로 맞아 푸짐하게 음식을 대접하고 숙소를 제공했다고 한다.

Iglesia de la Asunción
14세기에 지은 신랑이 하나인 구조의 고딕 양식으로 세워진 이 성당에는 16세기 후반 증축된 고딕식 궁륭이 덮인 소성당이 있다. 성당의 고딕식 궁륭 가장자리엔 회반죽으로 만든 장식이 있고 신랑의 첫 번째 구획엔 높은 성가대석이 자리 잡고 있다.




가까울 줄 알았던 우떼르가도 오늘은 멀었다. 미끄럽고 가파른 내리막 길에서 미끄러지듯 내려가느라 내 발은 오늘도 최악이었다.

15시 반, 성모상을 지나 중세 마을인 우떼르가에 도착했다. Y는 우떼르가 사립 알베르게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등록하고 있지 그랬냐니깐 어제처럼 또 꼼쁠리또가 될까 봐 혹시 몰라 밖에서 기다렸단다. 고집을 부려 강행하면 침대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걸 경험으로 알게 된 셈이다.

힘들어서 죽을 것 같아도 해가 있을 때 빨래를 해야 하는데 빨래를 하려면 먼저 씻어야 했다. 씻으려면 짐 정리를 해야 해서 도착하면 배낭 정리, 샤워, 빨래는 자동으로 루틴이 되었다. 지금은 샤워 후에 상처 소독이 추가되었다. 양쪽 엄지발톱은 죽어서 시꺼멓게 변했고 발바닥 물집은 벗겨진 피부 속으로 염증이 생겼다. 고름을 닦아내고 소독을 하고 있으니 옆에서 바라보던 캐나다에서 온 제인이 물집 밴드를 슬쩍 건네준다. 이렇게 길에서 부상당한 사람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게 까미노의 정이었다. 고맙다고 인사하고 감사히 받았다. 발톱 속으로도 염증이 생겼는지 부풀어올라 발톱 뿌리 쪽이 튀어 올라있고 살이 찢어질 듯 아슬하니 달려있었다.

처리해야 할 일을 하고 한동안 넋을 잃고 있었다. Y는 저녁식사를 신청했단다. 나는 저녁을 먹고 싶지도 않았지만 어제처럼 돈 아까운 음식을 먹게 될까 봐 신청하지 않았다. 하지만 정신을 차리고 보니 함께 하는 마지막 식사라는 걸 깨달았다. 또한 주변에는 띠엔다도 없고 비상용 빵도 Y가 버린 후였다. 하지만 속이 너무 불편해서 고민이 되었다.

오늘 아침엔 장을 비우지 못했다. 가뜩이나 예민한 데다 사립 알베르게 화장실이 너무 실내에 있어서 볼일을 볼 수 없었다. 그래서 속이 불편했나 보다. 이곳 사립 알베르게 1층에 있는 화장실이 넓고 조용했는데 하필 화장실에 자동 절전 센서가 달려있었다. 센서가 멀리 떨어져 있어서 변기에 앉아있으면 다시 불을 켤 수가 없었다. 지나가는 사람이 보여서 창문을 닫았는데 창을 닫으니 빛 한줄기 들어오지 않았고 결국 암흑 속에서 볼일을 봐야 했다. 제때에 장을 비우지 않으면 힘들어졌다. 간신히 볼일을 보고 나니 땀범벅이 되었다.

이내 정신이 맑아져서 디너를 신청하러 가는데 바르에 앉아있던 Y와 마주쳤다. 주스 한잔 얻어마시고 쉬려고 보니 어느덧 19시다.

순례자 메뉴는 12€답게 맛있었다. Y의 샐러드, 나의 파스타로 양껏 배를 채웠다. 이미 충분히 배가 불렀지만 메인은 둘 다 비프스튜, 한 시간 반에 걸친 저녁식사 동안 많은 얘기를 나누느라 결국 음식은 남기고 말았다.

Y는 나의 방대한 까미노 자료가 아쉬워서 떠나지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 쿨하게 내가 가진 자료를 주기로 했는데 Y는 정치적인 이유로 카톡은 안 쓴다고 해서 메일로 전달하기로 했다.

그동안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느라 시간이 많이 지체되자 디저트로 시킨 내 아이스크림을 누군가 먹어버린 모양이다. 남은 티라미수를 대신 먹으라고 직원이 강요하는데 배가 너무 부른 상태라 실랑이하다 겨우 아이스크림으로 받아냈다. 시판용 아이스크림을 주면서 왜 그렇게 강요했는지 모르겠다.

침대로 돌아오자 뭔가 아쉬워졌다. 하지만 이제 그만 놔줘야 할 때임이 느껴진다. 자료들을 메일로 보내고 나도 정리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Pamplona→Uterga 16.8km

○Pamplona (460M)
●Cizur Menor (463M) 5.0km
-San Emeterio y San Celedonio
●Cizur Mayor
●Guenduláin (509M) 4.0km
●Zariquiegui (629M) 2.0km
-La Parroquial de San Andrés
-Ermita de Nuestra Señora del Perdón
●Alto del Perdón(746M) 2.4km
●Uterga (489M) 3.4km
-Iglesia de la Asunción

690.8km/775.0km




Zariquiegui Bar 5.70€
Y Café -1.00€
Y Cerveza -1.30€
Y Tortilla -2.00€
Café con Leche -1.40€
Albergue de Uterga -10.00€
Menu -12.00€




까페 꼰레체, 또르띠야, 믹스 채소
샐러드, 치즈 파스타, 비프스튜, 아이스크림, 와인


WIF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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