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ana→Logroño
Day 45.
Thursday, June 8
6시쯤 깼으나 오늘은 10km 정도 걷는 날이라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
알베르게 체크인 시간 전에 도착하게 되면 오픈까지 배낭 메고 돌아다녀야 하기 때문에 알베르게 체크아웃 시간까지 최대한 머물다 출발하기로 했다.
6시 반에 일어나 짐 싸고 7시쯤 주방으로 내려갔다. 냉장고에 계속 방치되어 있는 생수 한 병을 처리하고 싶은데 개봉해 버리면 아무도 먹지 않을 것 같아 고민하고 있었다. 그때 마침 한 순례자가 들어와서 물통에 수돗물을 채우고 있었다.
그녀에게 수돗물 대신 생수를 채워가라고 하니 좋다고 한다. 생수를 개봉해 절반씩 나누어 담았다.
주로 따뜻한 커피를 마시는 편이라 물은 필요 없었으나 까미노에서 땡볕을 걷게 되면 정말 물!이 필요해질 때가 많이 있었다.
마을마다 있던 식수대도 필요해서 찾으면 보이지 않아 비상용 물은 가지고 있어야 했다. 물갈이를 하는 편이지만 수돗물을 끓여마시고 탈이 난 적은 없었다.
8시쯤 마지막으로 알베르게를 나섰다.
오늘은 9km 2시간 정도 걸린다니 난 11시쯤 도착할 것 같았다.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발뒤꿈치의 통증으로 움찔거렸다. 오늘은 정말 천천히 걷기로 했다.
비아나의 오래된 성채에서 노란 화살표를 따라 처음 들어왔던 입구와 반대편으로 도시를 빠져나가게 되는데 자동차 전용도로를 등지고 걸으면 로그로뇨로 향하는 붉은 아스팔트로 포장된 길로 접어들게 된다.
8시 20분쯤 N-111 도로 표지판 81km 지점을 지났다. 길 가에 거리 표시가 있으면 심리적으로 안정이 되어 걷기에 훨씬 편했다. 공식적인 숫자라 믿을 만했고 1km 지날 때마다 숫자가 달라지면 막연하지 않아 살 것 같았다.
곧게 뻗은 도로라 걷기엔 수월하지만 가끔 쌩쌩 지나다니는 차들의 속도에서 고속도로임을 실감했다.
단조로운 길이라 묵주기도를 하며 걷다가 문득 정신이 번쩍 들어 멈추어 섰다.
발 앞에 독사 한 마리가 있었다. 갓길에 있어서 모르고 그대로 밟고 지나쳤으면 큰일 날 뻔한, 정말 아찔한 상황이었다.
까미노 때마다 뱀을 만나게 된다. 그것도 매번 독사였다. 풀길에서 한번 마주치고 나서 가급적 포장길을 따라 걸었지만 포장길에서도 자주 마주치곤 했다.
기도 중이라 살려주셨나 보다. 갓길에 계속 버티고 있어서 차가 없을 때 차도로 지나갔다.
비아나를 에워싸고 있는 과수원으로 내려가서 학교와 성벽 사이의 N-111 고속도로를 건너면 아스팔트로 포장된 길이 Virgen de las Cuevas까지 이어진다.
많은 순례자들은 이곳에서 몸과 마음을 추스른다. 그 후 왼쪽으로 Laguna de las Cañas를 지나쳐 울창한 소나무 숲을 통과하고 고속도로를 건너면 지저분한 공장지대를 지나치게 된다.
이제 새로운 라 리오하주에 발을 내딛게 된다. 이 구간은 도로의 리모델링으로 2006년에 변경되었다고 하는데 도시로 들어가기가 상당히 불편하게 되어있다.
마지막의 내리막 구간에서 펠리사라는 할머니가 살았던 집을 찾아볼 수 있다. 그녀의 집은 화분과 접시 같은 것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쉽게 눈에 띈다.
펠리사는 2002년 10월 92살을 일기로 생을 마감하기 전까지 오랜 세월 동안 순례자에게 달콤한 무화과와 시원한 물 그리고 사랑을 주었다고 전해진다.
또한 그녀는 글을 쓸 줄 몰랐기 때문에 막대기 표시로 자신의 집 앞을 지나는 순례자의 숫자를 표시했다고 한다.
현재는 그녀의 딸인 마리아 할머니가 어머니의 전통을 이어가며 순례자의 끄리덴시알에 도장을 찍어주고 있다.
로그로뇨 시가지로 들어가기 위해 까미노에서 처음으로 만나는 큰 강인 에브로 강을 Puente de Piedra를 통해서 건너가게 되는데 알베르게들은 모두 이 부근에 모여있다.
다리를 건너 오른쪽의 건물 사이로 이어져있는 까미노 사인을 따라가다 보면 오래된 성벽의 일부처럼 보이는 문이 나오는데 Puerta del Revellín을 통과하면 광장에 도착하게 되고 여기에서 마르께스 데 무리에따라는 직선도로를 따라 계속 직진하다 보면 도로의 끝이다.
여기에서 뚜게스 데 나헤라 거리를 따라 왼쪽으로 직진하면 로그로뇨를 빠져나가게 된다.
10시 40분 공립 알베르게에 도착했으나 13시 오픈이란다.
일단 가까운 성당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로그로뇨에서 가장 오래된 Iglesia de San Bartolomé 성당 문을 열고 들어가면서 어깨에 걸치고 있던 에코백을 내렸다.
그런데 가방끈이 손등을 스치는 순간, 엄청난 통증과 함께 따끔거렸다. 옷핀이라도 달려있나 싶었으나 끈에는 자극할 만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따끔거리는 통증은 계속되었고 계속 신경을 자극했다. 손등에는 무언가에 물린 듯한 상처가 남았고 이내 부풀어 올랐다. 혹시라도 가방에 있던 벌레였다면 그냥 떨어져 나간 걸로 끝이었으면 좋겠다.
성당엔 나지막한 음악을 틀어놓았다. 묵상도 좋지만 당장 화장실부터 가고 싶었다. 마침 관리하시는 분이 오셔서 얘기하니 열쇠로 문을 열어 화장실로 안내해 주셨다.
11시 30분, 미사 준비가 이어졌는데 안내문엔 11시 30분, 12시 30분 미사라 적혀있어서 12시 30분 미사겠거니 하고 배낭을 두고 Simply를 찾아갔다.
바게트 한 개 0.40€, 두 개엔 0.70€, 큰 바게트 두 개는 0.73€, 빠따따스 160g 0.52€, 초코샌드 500g 0.88€. 근처에 까르푸 마켓이 있어서 갔더니 심플리보다 조금 비쌌다.
일단 체크인 후에 장보기로 했다. 돌아오는 길에 쌍둥이 탑이 있는 La Catedral de Logroño인 Catedral Santa María la Redonda가 보였지만 이미 나에겐 Iglesia de San Bartolomé가 최고의 성당이라 그냥 지나쳤다.
12시 30분 미사 시간에 맞추어 성당에 도착했으나 미사 중이었다. 황급히 배낭을 놔둔 자리에 가서 앉으니 그냥 끝나버렸다. 12시 미사였나 보다.
배낭은 놔두고 가운데로 가서 앉아 있는데 신부님과 관리인이 배낭을 보곤 뻬레그리노 라고 얘기하는 것 같아서 내 배낭이라고 하고는 인사했다.
미사 때부터 사람은 없고 성당 모서리에 덩그러니 놓여있던 배낭이 신경 쓰이셨나 보다.
공립으로 갈지 빠로끼알로 갈지 고민이 되었다. 공립 알베르게는 16시 오픈이라고 했으나 실제 13시 오픈이니 14시 오픈이라는 빠로끼알도 일찍 문을 열지도 모른다.
12시 50분쯤 성당을 나서는데 입구에 벌 한 마리가 죽어있었다. 내 손을 타격한 게 벌이었다. 꿀벌이면 침을 빼야 했지만 다행인지 말벌이었다. 순간의 찰나에 끈과 내 손에 끼었었나 보다. 성당으로 들어가는 길에 시련을 주신 걸까? 아님 살려주신 걸까?
독사와 말벌의 습격.
성당 알베르게로 먼저 갔더니 Iglesia de Santiago el Real 바로 옆에 알베르게가 있었다.
벼룩시장이 열리고 있어서 천막 사이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으나 가보니 문은 잠겨있었고 13시 오픈이라고 적혀 있었다.
다른 출입구는 보이지 않아 마냥 서성이고 있으니 문이 열렸다.
이미 오픈해 있었는지 남은 침대가 몇 개 되지 않았다. 그래도 2층 침대라 묵기로 한다.
20시에 세나를 다 같이 먹는다며 주방은 따로 오픈하지 않았다. 와이파이도 잘 되었다.
세요 받으러 공립으로 갔더니 입구가 닫혀있어 지나쳐 버렸는데 옆문이라 생각했던 곳이 정문이었다.
세요 받으려고 줄을 섰다가 대기시간이 너무 길어 알베르게를 구경하러 올라갔다.
주방에 앉아서 뻥튀기를 먹고 카스텔라와 토마토를 먹으며 잠시 쉬었다.
공립은 7€에 주방을 쓸 수 있었다. 양파가 있어서 파스타를 만들어 먹고 싶었으나 참았다.
내려오니 대기줄이 없어 '세요만 찍는 곳'으로 가서 세요를 받고 돌아왔다.
성당 알베르게는 들어갈 때마다 오스삐딸레로가 문을 열어줘야 했다.
건조대가 실내에 있어서 빨래는 미루고 싶었지만 나바레떼도 실내 건조라서 그냥 빨래해서 널었다.
물집은 실을 꿰어두어도 염증이 생겼고 고름으로 냄새가 심해서 물집을 뜯어버렸다. 상처에다 직접 소독하고 약을 발랐다.
점심을 먹었는데 호밀 식빵이 푸석하긴 해도 간이 되어 있어서 은근히 맛있었다. 요거트와 함께 먹었는데 소독하느라 발 만지던 손으로 빵을 먹고 있는 나 자신이 놀라웠다.
캔맥주를 마시려고 했는데 갑자기 눈치가 보인다. 반창고를 챙기면서 양치하고 산미겔 500ml를 마셔버렸다.
어차피 배낭도 줄여야 했다. 창가 자리엔 홍콩 커플이 자리 잡았는데 여자가 먼저 인사를 해온다.
저녁에 파티가 있어서 오늘 로그로뇨에 묵는 거라고 자랑했다. 그래서 의상도 신경 썼나 보다.
온종일 화창하더니 17시쯤 갑자기 천둥소리가 나면서 소나기가 쏟아져 내렸다.
계속된 천둥소리에 하늘이 무너질까 불안했는데 이어서 폭우가 퍼붓더니 그친다.
20시 15분에 저녁식사를 준다는데 너무 늦었다. 게다가 21시엔 Oraciones de la Noche이 있단다. 모임은 부담이다.
독립된 화장실이라 오랜만에 장을 비우고 나니 배가 너무 고팠다.
콘센트가 멀리 있어서 폰 충전을 하다 보니 더 이상 할 일이 없어 19시쯤 깜빡 잠이 들었다.
화들짝 놀라 눈을 뜨니 20시 45분이다. 그 와중에 딥슬립을 한 거였다. 방안에는 아무도 없었고 2층으로 올라가니 다들 모여서 저녁을 먹고 있었다.
어떻게 깨우지 않고 그냥 갈 수 있지? 하긴 여긴 까미노니까.
새 샐러드가 놓여있는 빈 테이블에 홀로 앉으니 오스삐딸레로가 굳이 자기 자리를 내어 준다. 전채는 샐러드, 메인은 파스타였다.
식사시간이 거의 끝나갈 때라 파스타는 남은 걸 가져다주었지만 샐러드는 많이 남았는지 새 쟁반을 가져다주었다. 작은 바게트까지 맘껏 먹었다.
시간이 있었다면 샐러드는 한 쟁반을 혼자서 다 먹었을 텐데 다들 일어나서 치우기 시작하니 마음이 급해졌다.
식사를 마치고 룸으로 내려갔던 사람들이 21시쯤 다시 올라왔다.
오스삐딸레로는 커피잔이며 냅킨을 테이블에 챙기길래 여기서 커피를 마시며 모임을 하나 싶었더니 아침 준비를 미리 해놓는 거였다.
그래서 데사유노 시간이 23시부터 8시까지였나 보다. 일찍 나서는 사람들도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먹고 떠날 수 있었다.
하지만 비스킷이 보이는 걸로 보아 빵은 없고 비스킷과 커피뿐인가 보다.
모두들 끄레덴시알을 가지고 오길래 나도 가지고 왔다. 긴장되던 Oraciones de la Noche는 각 나라 언어로 기도문을 낭독했다.
말 그대로 밤 기도 시간이었다. 한국어가 없을 줄 알고 영어를 받고 보니 한국어 기도문도 있었다.
기도문 낭독은 10분 만에 끝났고 세요를 받고 침대로 돌아왔다.
설거지를 돕던 청년이 있었는데 다비드상을 닮았다. 전형적인 미남형이랄까? 잘 생긴 사람이 착하고 친절했다. 예쁜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사랑받은 만큼 베풀 줄 알아서인가 보다.
사발디까 모임에서 얘기를 시켜서 당황했던 터라 오늘은 미리 준비했지만 쓸 일은 없었다.
22시쯤 무얼 하는지 바깥에서 북소리가 나고 요란하다. 내일이 Day of La Rioja라더니 그래서 소란스러운가 보다.
홍콩인이 말하던 파티가 이거였나 보다. 가뜩이나 창밖이 바로 시장이라 어수선한데 오늘 밤 잠은 다 잤다.
속이 부글거리더니 또 이상한 설사다. 물갈이인지 알레르기인지 손톱도 갈라지기 시작했다.
오늘은 비아나를 떠나면서 독사를 밟을 뻔했고 로그로뇨에 도착하면서 말벌에 쏘였다. 배가 고팠으나 저녁식사를 못할 뻔하기도 했다. 일이 많았던 하루였다. 여차하다 성당 알베르게에 묵게 되었고 기부에 대해 또 고민하게 되었다.
Viana→Logroño 9.5km
○Viana (474M)
《La Rioja España》
●Logroño (389M) 9.5km
-Catedral Santa María la Redonda
-Iglesia de Santiago el Real
-Iglesia de San Bartolomé
-Puente de Piedra
-Fuente del Peregrino
-Puerta del Revellin
-Plantano de La Grajera
-La Grajera Parque
612.7km/775.0km
Bonus +0.02€
Alberdue Parroquial de Santiago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