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do Camino de Santiago #51

Logroño→Navarrete

by 안녕
Day 46.
Friday, June 9


저녁에 두 시간이나 낮잠을 잤고 21시에 밥을 먹은 터라 잠이 올까 싶었으나 22시쯤 그 소음 속에서도 그냥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6시 반 인기척에 깼다. 화장실 다녀오면서 나머지 빨래를 걷어왔다. 안 마를까 걱정이던 수건은 새벽에 가져다 침대에 널어두었는데 결국 수건만 말랐다. 속옷은 간신히 마른 상태였지만 상의와 양말은 아예 마르지 않았다.

배낭이 불안해서 비닐팩에 넣으려다가 냄새라도 나면 그게 더 방법이 없어서 그냥 배낭에 매달았다.




일어난 김에 데사유노 먹으러 식당으로 올라갔더니 커피 추출기구로 만든 에스프레소를 커피통에 넣어 준비해 두었고 바게트도 있었다.

자리를 잡고 새 마가린을 가져다 세팅해 놓고 가느다란 바게트를 잘라서 자리로 오니 옆에 앉아있던 여자가 조금 남은 마가린을 내 앞에 놔두고 새 마가린을 가져가서 먹고 있었다.

놔두고 같이 먹어도 될 텐데 아예 통째로 들고 먹고 있으니 달리 방법이 없었다. 앞에서 너무 대놓고 그러니 딱히 뭐라 하기도 그랬다. 씁쓸한 기분으로 커피 한 잔 더 마시고 바게트 한 조각을 더 먹은 후 내려왔다.




18인실엔 이미 불이 켜져 있어서 짐을 꾸렸다. 아직 8시가 되지 않았지만 그냥 출발하기로 했다.

비는 그쳤지만 여전히 흐려서 선글라스를 집어넣고 배낭을 메고 알베르게를 나서는데 햇빛이 비친다. 다시 선글라스를 꺼냈다.

오늘은 나바레떼까지 12km 2시간 30분 걸린단다. 내 걸음으론 11시쯤 도착 예정이다.




도시에서 나오려면 2명의 순례자 조각상이 있는 공원을 통과하여 지나면 된다.

여기에서 자동차 도로와 연결된 까미노 사인을 따라 걷다 보면 아래쪽에 나무로 우거진 자전거 도로와 연결된 산책로를 만나게 되며 이 길은 그라헤라 공원까지 이어져있다.




8시 20분경 까미노가 아니라고 알려준 현지인의 만류에도 구글 지도를 믿고 따라 걸었는데 가보니 길이 없어서 되돌아 나와야 했다.

큰 도시인 로그로뇨를 벗어나기까지 한참 걸렸지만 도시를 빠져나오는 길은 산책길처럼 편했다.

풍경을 즐기면서 그라헤라 저수지를 둘러싸고 있는 커다란 공원에 이어진 나무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우거진 숲 사이로 아늑한 레스토랑들이 자리 잡고 있는 그라헤라 공원에 도착하게 된다.

그라헤라 공원을 걷는데 빵 봉지를 들고 콧노래를 부르는 어떤 아저씨, 걸음을 멈추더니 다람쥐에게 빵을 던져주었다.

9시쯤 공원을 가로질러 저수지를 돌아가면 자동차 도로 위로 평행하게 이어져있는 철망에 순례자들이 걸어놓은 작은 십자가들이 반갑게 맞이한다.

멀리서부터 보이는 커다란 검은 황소 간판도 그대로 있었다.




그라헤라 언덕의 정상을 향하는 급한 오르막길은 그리 힘들지 않다. 언덕 위의 정상을 넘고 나서 고속도로 N-120을 건너가면서 공장지대에서 포도밭 사이로 직진하여 다리를 건넌다.

그 후 A-68 도로를 넘어 이어진 내리막길은 나바레떼로 들어가는 입구가 되며 산 후안 데 아끄레 순례자 병원의 유적지와 창고들의 옆으로 지나 마을로 들어가게 된다.

나바레떼는 도공의 마을답게 오래된 도자기 공장들과 창고들이 많다.

또한 나바레떼는 까스띠야와 나바라 사이의 전투가 치열했던 장소이면서 로그로뇨보다 더 이전에 만들어진 도시답게 오래된 문장으로 장식되어 있는 아름다운 집들을 볼 수 있다.




1195년 알폰소 8세가 양도를 한 나바레떼는 떼데온 언덕에 위치하고 있다는 지형적인 이유 때문에 지역 방어에 중요한 도시였다.

나바레떼의 까미노는 마요르 바하와 마요르 알따 길과 겹치고 많은 순례자들이 이 길을 지나가는 탓에 1185년엔 순례자를 돕기 위한 산 후안 데 아끄레 병원이 이곳에 설립되었지만 지금은 Orden de San juan de Acre 터만 남아있다.




11시쯤 나바레떼 공립 알베르게에 도착했는데 날씨 탓인지 어제보다 조금 더 긴 거리였는데도 전혀 힘들지 않았다.

알베르게는 13시 30분 오픈이란다. 배낭이라도 맡기려고 문을 두드려 보았지만 청소 중이라며 열어주지 않는다.

알베르게 앞 벤치에 배낭을 내려놓고 Iglesia Asunción de la Virgen으로 갔다.

예전엔 외부만 보고 지나쳤던 성당이라 내부는 처음인데 엄청 크고 화려했다. 관계자라도 보이면 화장실을 쓰게 해달라고 부탁하려고 했는데 오늘따라 아무도 없다.




라 리오하 주에 유일하게 고대 도기터가 남아있는데 나바레떼의 도공들을 기념하기 위한 Monumento al Alfarero가 성당 부근에 있다.




배낭이라도 갖고 와야겠다 싶어 알베르게로 돌아가니 청소하시는 분이 문을 열어놓고 현관 청소 중이었다. 부탁드리니 방금 바닥 청소를 끝냈다고 물이 마를 때까지 잠깐 기다리란다.

슬리퍼로 갈아 신고 기다리고 있는데 안에서 대화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바로 들어오라고 한다. 아마 오스삐딸레라가 안에 있었던 모양인데 소리가 들리니 무슨 일인지 물어보았나 보다.

2층 계단에 작은 화장실이 있었는데 조용하고 깨끗해서 장까지 비우고 나왔다. 가뿐한 마음에 배낭을 맡기고 산책하고 오려고 했지만 그건 안된단다.

순례자 두 명이 벤치에 배낭을 두고 간다. 난 요거트와 뻥튀기를 먹으며 벤치에 앉아서 기다렸고 돌아온 그들이 배낭을 챙겨가자 나도 등산화로 다시 갈아 신고 배낭을 챙겨 성당으로 갔다.

이제야 성당 관계자가 보인다. 어쨌든 성당이 제일 마음 편한 곳이다.




어느덧 12시다. 일기를 정리하다 가기로 했다. 어제 벌에 쏘인 곳은 빨갛게 부풀어 올라있었다. 가려웠지만 이 와중에 또 염증이 생기면 감당하지 못할 것 같아 참았다. 오늘도 감사합니다.

성당 세요를 찍고 13시 10분쯤 성당을 나섰다.




알베르게 앞에는 몇 명이 줄을 서 있었다. 말레이시아인과 아일랜드인 커플이 내 뒤에 줄을 섰다.

이번에도 9인실 1번 룸이 배정되었다. 3번 침대였지만 말레이시아인과 바꾸어 내가 4번 침대인 위쪽을 쓰기로 했다.




여긴 룸에 딸린 욕실 안에 샤워부스와 화장실이 두 개씩 있다. 하지만 예전에 경험했듯 샤워부스 문이 반투명 유리문이다. 게다가 옷을 샤워부스 밖에 걸어두고 들어가서 샤워해야 하는 데 여긴 남녀공용이다. 나중에 씻고 싶었지만 아무도 씻지 않아 먼저 씻었다.

샤워부스 안에 옷걸이가 없어 속옷만 챙겨 들어갔는데 조절할 수 없는 샤워기에서 차가운 물이 나오다가 갑자기 뜨거운 물이 나오길 반복해서 제대로 씻을 수가 없었다.

씻고 나오니 방으로 이어진 문이 열려있었고 어떤 서양인 아저씨가 방에서 쳐다보고 서있었다. 속옷 바람에 나가다가 눈이 마주쳤는데도 계속 쳐다만 보고 있어서 쏘리~ 하고 문을 닫아버렸다. 매너가 참!




냉장고에 얼음 같은 캔맥주 2, 체리, 복숭아, 오이, 당근, 크림치즈, 까망베르 치즈, 버터, 잼, 주스, 양상추 샐러드 등이 있었다.

오늘은 마늘과 양파가 있어서 밥 대신 파스타를 만들었고 치즈와 초리스를 넣었더니 맛있었다.

양이 많아 커플에게 나누어 주려고 하니 자기네도 장을 봐왔다고 사양한다.

그렇게 함께 앉아서 따로 먹었지만 와인, 칩, 양송이와 브로콜리 볶음을 얻어먹었다.




런던에 간 마리아에게 톡이 왔는데 시티 데미따세 세트를 샀단다. 땡큐~

와인을 마셔서 그런가 발진이 시작되었다. 벌에 쏘여도 시간차를 두고 발진이 생기는 걸까? 아님 혹시?

파스타를 먹겠다는 사람이 없어서 과일이 들어있던 플라스틱 용기에 담아 냉장고에 넣어두었다. 식빵은 조금뿐인데 치즈만 종류별로 많이 생겼다. 어제 바게트 살 걸 그랬나? 오늘도 풍족한 식사였다.

저녁은 간단하게 당근과 복숭아 그리고 나초를 먹었다.




마이클한테 메일이 왔는데 산또 도밍고 데 깔사다란다. 일주일에 한 번 폰을 쓴다면서 답장이 늦어도 이해해 달란다. 별 상관은 없지만 와이파이가 되어도 폰을 안 쓴다는 말인가? 나로서는 이해하기 힘들었다.

까미노 데 산띠아고 프랑스길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해 주는 거리가 775.0km인데 이제 600.0km 남았다.




Logroño→Navarrete 12.7km

○Logroño (389M)
●Navarrete (510M) 12.7km
-Iglesia Asunción de la Virgen
-Orden de San juan de Acre
-Monumento al Alfarero

600.0km/775.0km




Albergue de Peregrinos Navarrete -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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