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ájera→Santo Domingo de la Calzada
Day 48.
Sunday, June 11
많은 사람들 속에서 잠들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22시 전에 잠이 든 것 같았다.
더워서 침낭을 안 꺼내려다 에어컨을 틀어놓아서 꺼냈는데 새벽 5시 인기척에 눈을 떠보니 더웠는지 침낭 위에서 자고 있었다.
화장실에 다녀오고 다시 깊은 잠에 빠졌다. 7시 기상 음악에 간신히 일어났는데 알베르게에는 이미 두어 명만 남아있을 뿐이다.
다시 장을 비우고 준비해 둔 빵을 먹고 7시 40분 출발했다.
오늘은 21km 4시간 반이 걸리는 일정이다. 나는 14시 도착을 목표로 짐을 줄여 본다.
8시쯤 나헤라를 벗어나 비탈길로 들어섰다.
라 리오하에 들어서면 땅의 빛깔이 붉게 물들어있다. 석회암과 충적토가 많은 이 땅은 잡초를 억제하는 동시에 포도나무의 성장을 촉진해 준단다.
스페인의 태양을 닮은 이 붉은 황토와 포도나무는 레온의 황무지까지 계속 이어진다. 평소에 먹는 포도보다 훨씬 알이 작고 단맛이 강한 포도가 생산되는 포도밭을 지나게 된다.
숲으로 접어드니 산티아고 582km가 적힌 나무기둥이 나타났다. 2년 전에는 진흙길이었는데 오늘은 땡볕이라 부드러운 흙길이다.
까미노의 길은 대부분 자갈이 깔린 돌길이라 발상태가 안 좋을 때는 예민해질 수밖에 없는데 비가 오는 날엔 그 진가를 발휘하게 된다.
흙길은 푹신해서 걷기엔 좋지만 비가 오는 날엔 진창길로 바뀌었다. 어떤 날씨에 걷느냐에 따라 기억하는 길의 이미지가 달랐던 것 같다.
나헤라를 빠져나오면 까미노는 산따 마리아 라 레알 수도원의 가장자리를 돌아 Peñaescalera의 비탈길로 가는 포장도로로 이어진다.
조용하고 한적한 오래된 도로를 따라 걸으면 붉게 물든 바위산 사이의 소나무 숲을 통해 비탈길로 된 통행로를 만나게 되는데 이 통행로를 거쳐 마을을 빠져나오면 답답한 가슴을 씻어 줄 라 리오하 평원이 펼쳐진 것을 볼 수 있다.
까미노는 포도밭 사이로 아름답게 이어진다. 왼쪽에는 데만데 산맥이 보이고 오른쪽에는 또로뇨의 하얀 언덕이 멀리 보인다.
중세 아랍인들의 마을이었다고 전해지는 아소프라에는 2인 1실의 단층 침대를 가진 알베르게가 있고 천사들의 성모 성당 이외에는 특별히 볼 것이 없다.
도로의 끝자락 정면에 공원이 나오면 시루에냐로 향하는 두 가지 루트에 대해서 고민해야 한다.
아소프라에서 왼쪽으로 N-120 고속도로를 따라 까냐스를 거치고 은자의 수도원이 있는 San Millán de la Cogolla로 가거나 수도원으로 향하는 샛길에서 오른쪽으로 시루에냐로 가는 길이 첫 번째 루트다. 두 번째는 일반적인 까미노 루트로 포도밭 사이로 이어진 감동적인 루트다.
로마시대에 만들어졌다는 우물을 오른쪽에 두고 작은 운하를 넘으면 드넓은 밀밭 사이로 나있는 평화로운 길이 보이는데 이 길을 따라 외롭게 걸어가야 한다.
흙으로 된 넓은 길을 통해 고지대로 올라가는 오르막 중간에서 뒤돌아보는 까미노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
덧붙여 첫 번째 루트를 따라 시루에냐로 이동하는 것은 도보 순례자에게 적당하지 않다. 두 번째의 루트보다 훨씬 더 많이 걸어야 하는 데다가 포장된 도로라 자전거 순례자들에게 적합하다.
두 번째 루트를 따라가다 보면 포도밭 언덕을 넘어서 지친 다리를 쉬게 해 줄 순례자의 쉼터를 만나게 된다.
안타깝게도 시루에냐로 착각을 하고 들어서는 곳은 드넓은 골프연습장과 인적이 드문 새로 만들어진 현대식 계획도시로 진짜 시루에냐는 계획도시를 지나 포장된 도로를 따라가면 마을 끝에서 표지판을 만나게 된다.
폭풍우가 치는 날 지나쳤던 2년 전엔, 세찬 빗줄기에 골프장은커녕 앞도 보이지 않았는데 오늘은 담장 너머로 푸른 잔디가 보였다.
11시쯤 한계가 오기 시작하더니 시루에냐를 벗어나기가 너무 힘이 들었다.
마을을 나서고부터는 경사가 급한 내리막길을 걸어야 까미노의 역사적인 도시 산또 도밍고 데 라 깔사다에 도착하게 된다.
주로 감자 농사를 짓는 시루에냐의 높게 쌓아 올린 감자 창고를 지나쳐 시계탑이 있는 성당을 지나 까미노를 따라가면 쉽게 산또 도밍고 데 라 깔사다로 향하는 까미노를 만난다.
이 길은 직선에 가까우며 가파르지 않은 내리막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길을 잃거나 쉽게 지치는 경우가 거의 없다.
12시가 넘어가자 오늘도 땡볕이다. 저 멀리 산또 도밍고 데 라 깔사다가 보이기 시작했으나 거리는 전혀 좁혀지지 않았고 곧게 뻗은 길로 걷기만 하면 되는데 여전히 4km가 남았음에 절망해야 했다.
시내에 진입해도 구시가지까지 또 걸어가야 할 텐데 정말 악으로 깡으로 버텼다. 내일도 이런 길을 걸을 예정이라 내일 걱정까지 하며 걷고 있었다. 오늘은 아는 길이라 더 힘들었던 것 같았다.
에스까라이 산에서부터 아로의 포도밭까지 펼쳐진 넓은 평원에 우뚝 솟은 탑이 보인다.
Catedral de Santo Domingo de la Calzada는 까미노의 성인이 남긴 것이며 도시의 이름도 성인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다.
까미노 성인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산또 도밍고 델라 깔사다는 아름다운 건축물들이 가득한 도시다.
또한 집처럼 편안한 아주 오래된 알베르게와 향기로운 빵 가게 그리고 순례의 살아있는 속삭임이 들릴 정도로 사람들의 친절함이 넘치는 곳이다.
길고 긴 도로를 벗어나 마을로 진입하자 바로 구시가지로 접어들었고 13시 30분 Monasterio de Nuestra Señora de la Anunciación에 있는 알베르게가 보였지만 가격이 올랐는지 8€란다.
주방이 좋았던 산또 도밍고 데 깔사다 공립 알베르게는 여전히 7€라 바로 체크인했다. 3층에 있는 2F 2번 룸 9번 침대에 배정받았다. 바로 옆 침대는 어제 그 한국인 커플이 있었다.
주방으로 가니 어제 그 중국인 커플이 밥을 하고 있었는데 이곳은 여전히 냉장고에 식재료가 많이 남아있었다.
시리얼 요거트 2개를 단숨에 먹고 주스 한잔을 마시고 씻으러 갔다.
빨래를 널러 정원으로 나갔다. 닭의 전설이 있는 도시답게 이곳에서는 아직도 닭을 키우고 있었다.
빨래를 널어놓고 주방으로 가니 한국인 커플이 수프를 끓였다고 해서 같이 먹었다.
달걀프라이를 하려고 달걀 6개입 한팩을 꺼냈는데 삶은 달걀이었다. 누군가 삶아놓고 잊어버리고 그냥 떠났나 보다.
냉장고에서 다른 한팩을 꺼내 두 개는 달걀프라이를 하고 3개는 삶아서 오렌지주스, 요거트, 고추, 피클 등과 함께 나누어 먹었다.
고추 찍어 먹으려고 쌈장을 갖고 내려갔는데 고추가 너무 매워서 포기했다.
다리에 물린 자국이 있어서 확인하니 양쪽 다 여러 군데 물린 자국이 있었다. 왠지 침대에 배낭을 올려두기만 하면 물리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그래도 어젠 모기도 있었으니 모기라고 우겨보고 싶었다. 제발~
침대에 누워서 칩을 먹으며 일정을 정리했다. 문을 연 마트가 있어서 장을 봤다고 한국인 커플이 같이 먹자고 한다. 반가운 요청이지만 여러 가지 생각에 결국 사양했다.
날씨가 더워서 달걀은 오늘 먹어버리고 내일은 토마토를 먹기로 했다. 먹으면서 걸어도 즐겁지가 않다면 몸이라도 가볍게 하고 걷자. 파스타라도 만들어서 런치박스를 만들어 둘까 했으나 너무 힘들었다.
벌에 쏘인 상처도 아직 가라앉지 않았다. 오늘 밤도 가려움에 치를 떨게 될 것 같아 벌써부터 걱정이 한가득이다.
햇볕이 좋아 빨래는 금방 말라서 빨래를 걷어놓고 주방으로 갔다.
다른 알베르게에 있던 한국인들이 모두 몰려와서 저녁을 만들어 먹고 있었다. 주방이 필요하다면 이 알베르게에 짐을 풀 것이지 왜 거기로 갔을까?
침대에선 와이파이가 되지 않아 휴게실에서 충전을 하며 시간을 보냈는데 여기도 인터넷 접속이 잘 되지는 않았다. 예전에도 그랬던가?
한국인들이 나가면 주방을 사용해 볼까 했는데 나갈 생각은 않고 되려 외국인들까지 주방을 점령하기 시작했다.
일찍 자려고 했는데 22시가 되어도 불을 켜놓고 정리하는 사람이 있었다. 하필 내 침대 바로 위에 전등이 달려 있어서 쉽게 잠들지 못했다.
한국인 커플 침대에 나프탈렌이 세 개가 놓여 있었다. 이번에는 나프탈렌을 챙겨 오지 못했는데 혹시 나누어 줄 수 있냐고 물으니 흔쾌히 두 개나 건네준다. 땡큐~
침낭 커버에 넣어두었다. 뽀송해지길.
Nájera→Santo Domingo de la Calzada 21.0km
○Nájera (498M)
●Azofra (546M) 5.7km
-Iglesia Parroquial Nuestra Señora de Los Ángeles
-Rollo de Azofra
■Ciriñuela (720M) 1.0km
-Rioja Alta Golf Club
●Cirueña (736M) 9.3km
-Iglesia Parroquial
●Santo Domingo de la Calzada (645M) 6.0km
-Catedral de Santo Domingo de la Calzada
-Monasterio de Nuestra Señora de la Anunciación
-Convento de San Francisco
-Rollo Juridiscional
562.1km/775.0km
Albergue de Peregrinos Casa del Santo -7.00€